장애인에게 한 장의 가족사진을!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4.11.12. 17:44

수정일 2014.11.13. 10:05

조회 1,940

서울시에서는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분들을 위해 시가 보유한 홍보매체를 무료로 개방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내 손안에 서울'에서도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앞으로 세 분의 시민기자님들이 공동으로 취재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 함께 들어보시죠!
바라봄 사진관의 나종민 대표

바라봄 사진관의 나종민 대표

희망광고기업(1)장애인에게 한 장의 가족사진을! '바라봄 사진관'

"우리에게도 이제 가족사진이 한 장 생겼답니다~"

사진 촬영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맘 놓고 찾아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라봄사진관.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사진관인 바라봄사진관은 합정역 인근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대문 입구부터 낮은 경사로가 사진관이 있는 지하 1층으로 이어져 있고, '우리 마음 같은 마음, 바라봄 사진관' 이란 간판이 방문자를 반겼다.

여느 사진관처럼 사진관 내부 사방 벽엔 다양한 인물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진 하나하나에 따뜻한 사연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적장애인들이 수영을 하거나 도우미와 함께 마라톤 혹은 자전거를 타는 역동적인 모습, 환하게 웃는 장애아동과 엄마의 행복한 모습은 물론 입양을 기다리는 영유아 아동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독거노인들의 장수사진, 다문화가정 산모들의 아름다운 'D' 라인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리 넓진 않지만 커다란 조명기기와 의자, 카메라가 자리 잡고 있는 공간. 소수약자들의 간절한 욕구에 마음 한 켠을 내 준 이 공간의 공간지기가 궁금해졌다.

바라봄사진관 입구에서 나종민 대표

바라봄사진관 입구에서 나종민 대표

그, 식상하고 '뻔'한 것이 아닌 '펀(fun)한 것을 하고 싶었다

사람 좋은 웃음이 인상적인 나종민 대표는 사진 찍는 일이 업(業)인 사람은 아니었다. 7년 전 짱짱한 외국계 회사 지사장에서 그는 퇴직했다. 21년 동안 몸담았던 그 곳이 더 이상 재미있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지금 가진 것을 놓지 않으면 다른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죠. 이 일을 놓더라도 제 성격상 다른 무언가는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표현대로 '1년을 잘 놀았다'. 이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찾게 됐고, 하고 싶었던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수강생들과 함께 연 전시회는 뿌듯함은 물론 실력향상이라는 동기부여를 줬다.

사십 중반이었던 그는 인생 후반부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마침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재능기부와 사회공헌, 자원봉사 등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그는 해법을 찾았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사진작업과 사회공헌이라는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연결 고리를 찾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는 한달음에 행사 현장이 어디건 달려갔다

자신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는 한달음에 행사 현장이 어디건 달려갔다

2011년 5월, 그에게 인생의 중요한 턴닝포인트가 된 일이 일어났다. 뇌병변 장애아동 체육대회 현장에서 사진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그에게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도 사진관에 한 번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장애아동을 사진관에 데려가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없을 수도 있는 비장애인들에게 아이를 보이기 싫은 엄마의 속마음까지 읽혀진 그. '주변에 장애인들이 맘 편히 갈 수 있는 사진관이 없었던가? 그렇다면 내가?...' 그 일 이후 6개월 만에 그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2011년 11월에 성북구에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사진관인 바라봄사진관을 열었다. 사진 촬영이 쉽지 않은, 혹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사진관에 초대해 가족사진, 영정사진을 찍었고, 장애인올림픽, 캠프, 장기자랑 등 각종 장애인 관련 행사에 사진 촬영을 지원하게 됐다.

85세인 어머님이 예순이 넘은 지체장애 2급 아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이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길 수 있어 한결 맘이 가볍고 안심이 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일은 그에게 늘 가슴 먹먹한 일이 됐다. 저마다 가슴 뭉클한 사연 하나씩을 담은 사진들은 그렇게 세상 밖으로 하나씩 나왔다.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사진관인 바라봄사진관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사진관인 바라봄사진관

그 공간, 행복한 그리고 놀라운 일들만 일어나는 곳이 되다

성북구에서 2년 동안 사진관을 운영한 후 지난해 말 마포구로 둥지를 옮겼다. 나눔에 대한 인식을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나눔문화플랫폼 카페 허그인이 있는 지하 1층으로 오면서 이 공간이 주는 장점을 더 누리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주여성과 미혼모, 입양을 기다리는 영아원 아이들, 독거노인 등 더 많은 소외계층을 위한 사진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예쁜 정원과 창 넓은 카페의 내부에서도 사진 촬영은 이뤄진다.

얼마 전엔 십대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후원자들과 함께 미혼모들에게 가족사진뿐 아니라 파티도 함께 열어 따뜻한 시간들을 만들었다.

지난 7월 말부터 9월까지 '70일의 기적'도 일어났다. 70일 동안 인터넷 포털을 통해 270여 명이 2,000만 원을 모으는 크라우딩펀드에 성공했다. "대도시 장애인시설보다 관심의 손길이 덜한 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 유랑단'을 운영해 보고 싶었는데, 펀딩이 성공하면서 오는 12월 초부터 매월 2회씩, 3곳(전북, 전남, 인천)을 정해 다닐 수 있게 됐어요."

행복하고 놀라운 일은 도미노처럼 계속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전라도 광주에서 40년간 사진관을 운영하던 60대 사진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종민 대표는 한달음에 장애인단체를 소개시켜줬고, 그 사진사는 매월 2가족씩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준다. 사진촬영 장비가 있다며 대전에 사는 목사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인근 장애인 캠프 행사에서 장애인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목사님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 오후엔 헤어살롱 오테르와 MOU를 맺었다. 이제 가족사진을 찍을 때 머리도 예쁘게 손질해줄 수 있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를 생각하면 설렌다는 나종민 대표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를 생각하면 설렌다는 나종민 대표

바라봄사진관의 행보에 거는 행복한 기대

"아침마다 설레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인터뷰를 마칠 즈음 나종민 대표가 물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기자에게 자신은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그들과 어떻게 보낼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를 생각하면 설렌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지금 참 행복합니다"라는 말을 유독 많이 하는 그를 보면서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한 마음은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좀 있으면 은 의료봉사단과 함께 캄보디아에 갈 예정입니다. 의료봉사단이 하는 활동들을 기록에 남기는 일인데, 우리는 그 마을 200여 가구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일도 함께 하고 올 겁니다. 캄보디아의 한 작은 마을에도 이젠 가족사진이 생기겠죠?"

그가 왜 아침마다 설레는지, 그가 왜 매일 행복하다 하는지, 날이 갈수록 그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지지자들이 늘어나는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절로 알게 됐다.

■ 바라봄사진관은 ...... - 바라봄사진관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가족사진, 프로필, 증명사진 등 스튜디오 촬영과 각 종 행사 및 출장촬영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관 운영) - 사진관 운영 수익은 1+1 사회공헌 활동으로 환원된다. 일반 가족사진은 소외된 가족사진으로, 영리기업의 행사 촬영은 비영리 단체 행사 촬영으로 이뤄진다.(1+1 사회공헌) -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CSR)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공모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에게 사진으로 소중한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기업 사회 공헌 협력 프로젝트) - 바라봄사진봉사단은 장애인 행사를 비롯한 사회복지기관, 비영리단체, 공공 캠페인 등 다양 한 분야에서 재능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재능기부) ○ 후원 & 재능기부 문의 : 02-923-4885/ www.baravom.co.kr

#희망광고기업 #바라봄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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