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어린이들이 만드는 ‘사운드 오브 뮤직’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10.24. 15:08

수정일 2014.10.24. 15:19

조회 860

강서구 개화산 자락에 세워진 서울개화초등학교를 지나다 보면 특별한 것 하나가 눈에 스친다. 학교 앞 정문에 판화처럼 박혀 있는 '예술꽃씨앗 학교'라는 현판이다. 보안관 아저씨의 안내로 교정으로 들어서니 주위는 온통 꽃밭 천지! 팻말에 적힌 이름값이라도 하려는 듯 길목마다 코스모스와 국화꽃이 고갤 내밀고 반긴다.

교실 복도에는 또 다른 풍경이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탈바가지와 민화부채, 유리알목걸이 매듭 등의 공예품과 종이한복, 로봇같은 공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는데 모두 아이들이 손수 만든 작품들이다. 작품전시회를 안내하던 학교 문화예술부장 유선옥(40)교사는 "1년 동안 정성껏 뿌린 씨앗이 싹 틔워 자라나 이제 꽃을 피우고 있다"며 학교의 또 다른 새싹들을 보여주겠다며 안내했다. 그곳에서는 꼬마 배우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 이야기'에 학생들이 직접 만든 노래와 가사를 덧붙여 하나의 뮤지컬로 재탄생되고 있었다. 비록 체구는 작지만 도깨비 방망이를 든 채 우렁차게 외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연기한 아이들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연기한 아이들

이번에는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기악실로 향했다. 교실 두 개 크기의 기악실에는 20명의 단원들이 악기연주에 몰입하고 있었다. 행사 때마다 학교를 대표하는, 예술꽃씨앗 학교의 간판격인 '개화오케스트라'다. 아이들은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을 연습 중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갖가지 악기 소리가 서툰 듯 하지만 서서히 제소리를 찾아가며 조화롭게 섞인다. 제복차림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고사리 손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행여 박자를 놓칠세라 지휘자의 손끝을 주시하는 눈빛만큼은 강렬했다.

전교생이 240명인 아담한 개화초등학교는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예술꽃씨앗 학교'로 선정된 학교다. 몇 차례 공모에 도전한 끝에 얻게 된 결과였기에 기쁨은 컸다. '예술꽃씨앗 학교'란 문화 소외지역 학교의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 체험 기회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핸드벨, 재즈댄스,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 동아리를 열어 아이들에게 문화체험의 길을 터주었다. 작년에는 심화된 코스의 예술 동아리 하나를 더 만들었는데 바로 관현악동아리 '개화오케스트라'다. '예술꽃씨앗 학교'로 선정되면서 학교에서 세운 목표는 전교생 모두가 악기 하나씩은 다룰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관현악 오케스트라는 그 꿈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악기구입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칠 전문 강사 지원도 받아 새롭게 탄생한 '개화오케스트라'는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접근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레슨은 매주 한 번, 방과 후 음악동아리 시간에 배우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은 단원모두가 모여 합주연습을 한다고 한다.

개화오케스트라 단원들

개화오케스트라 단원들

쉬는 시간,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기에 바빴다. 까르륵 웃어대며 뛰노는 모습이 방금 전 연주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무대 장치부터 단원들 복장까지, 오케스트라를 빛이 나도록 꾸며주고 있는 문화예술코디네이터 김재은(27)씨는 "아이들이 천방지축이지만 연주를 시작하면 단결력이 최고"라며 자랑했다. 더불어 "오케스트라를 통해 우정을 쌓고, 아름다운 추억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단 1년 만인 작년 11월에는 '예술꽃씨앗 학교 새싹발표회'와 함께 롯데백화점 공항점에서 열린 연말 지역주민대상 공연까지 멋지게 치러냈다. 오는 30일에도 롯데백화점 공항점에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공연은 모두 무료이며 누구든 입장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아이넷 클라이넷',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도레미송' 등 알뜰히 준비된 곡들이 많아 무얼 연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란다.

5학년 노채빈양은 "처음에는 플루트소리가 잘 나지 않아 힘들었지만 꾸준히 연습해 지금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어 플루트가 사랑스럽다"고 했다. 4학년 윤지형군은 "첼로연주를 하게 된 후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신다"고 했다. 친구들이 "진짜냐?"며 눈을 반짝이며 되묻자, 윤군은 고갤 끄덕이며 놀라운 말도 덧붙인다. "첼로가 제 몸과 똑같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감기 들거나 몸이 아플 땐 첼로소리도 같이 안 좋았거든요"라고.

아이들의 합주 연습을 지켜보고 있던 학부모들은 "클래식 음악 연주를 통해 학교에 웃음꽃이 피니 아이들 성적도 향상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 문의: 02-2662-0492 (개화초등학교)

#예술꽃씨앗학교 #개화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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