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의 문화센터는 책이 있는 '고향터'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10.15. 11:48

수정일 2014.10.15. 15:38

조회 709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문화센터 '고향터'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문화센터 '고향터'

우리 마을 이웃을 위해 재능을 기부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결실을 맺었다. 지난 9월 주민문화생활공간으로 피어난 이곳의 이름은 '고향터'로 고향에 있는 푸근한 쉼터를 닮고 싶은 지역주민의 마을공동체다.

강서구 마곡동 주택가 골목에 둥지를 튼 '고향터'는 북카페를 겸하는 마을 문화센터이다. 수채화를 그리고, 맛있는 쿠키도 만들며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고향터'의 아침시간에는 매일 짐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는 주부들로 북적인다. 지은 지 오래된 상가 2층에 있어 계단을 올라가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주민들은 하하호호 즐겁다.

짐 보따리를 풀면 밀가루, 달걀 등 빵을 만들 재료들과 스텐 볼, 거품기, 전기오븐 등 베이킹 도구들로 가득하다. 이날 열리는 프로그램은 '쿠키 만들기'로 케이크나 쿠키 같은 아이들 간식거리를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제빵기기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어서 필요한 도구를 매번 챙겨야 한다고 한다. 부피가 큰 전기오븐은 챙겨오기 번거로웠을 텐데도 주부들은 태연자약하게 즐거운 표정들이다. 오늘 만들어볼 간식은 '당근머핀'이다.

당근 머핀을 만드는 수강생들

당근 머핀을 만드는 수강생들

"버터 대신 오일과 플레인 요구르트를 쓰고, 단맛 나는 당근을 넣어 설탕이 적게 들어가는 엄마표 수제간식이에요. 한번만 실습하면 집에서도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운 수강생들이 일제히 볼에 오일과 설탕 달걀을 넣고 거품기로 휘핑을 해주는데 그 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다음 주엔 과일을 넣고 타르트(달콤한 맛의 양과자)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요즘 사과가 제철인데 사과를 넣어도 되나요?" 대화가 오가는 동안 달궈진 오븐에선 당근머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갓 구운 머핀에 차를 곁들여 나누는데, 그 시간이 '황금 티타임' 이라고 수강생들이 귀띔 해준다. 살림정보나 자녀교육 같은 유익한 정보도 귀동냥 하고, 때론 지난 주 결석해서 못 만든 쿠키를 강사에게 다시 청해 만들어 보기도 한단다. 이게 다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지역주민을 강사로 초빙해 비용 절감을 하고 있어 모든 프로그램의 수강료는 저렴한 편이다.

쿠키 수업 수강생 손미숙(40)씨는 사실 수채화 반의 미술 강사이다. 한편 쿠키반을 이끄는 강사 최희경(38)씨는 다시 미술붓을 잡는 수채화반 수강생이 된다. 강사와 수강생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하는 중이라며 두 사람이 크게 웃었다.

"어찌 보면 서로 품앗이를 하는 것이죠. 함께 재능을 나누다 보니 친구처럼 됐어요"

북카페 옆 교육실에서는 '천연비누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누베이스가 잘 녹을 수 있도록 깍둑썰기를 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천연비누만들기'를 수강하고 있다는 주부 이현숙(41세)씨는 이곳 분위기가 좋아 매주 마실가는 기분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빔프로젝트 등 영상기자재를 구비한 교육실에서는 현재 쿠키만들기 외에도 수채화, 다도, 우드아트, 우쿨렐레, 손글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엄마를 따라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강좌도 있다. 크레파스로 쓱쓱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찍어보며 꼬마 화가가 돼보는 '아동미술교실'이다. 남성들을 위한 '바둑교실'과 '스크린사격' 프로그램도 조만간 개설될 예정이다.

수채화반 수강생의 작품들

수채화반 수강생의 작품들

'고향 터' 센터장 정용근(44)씨는 "아직 준비 단계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퍽 고무적"이라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의: 02-2664-3557 (고향터)

#재능기부 #강서구 #문화센터 #고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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