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외벌이보다 돈을 못 모으는 이유는?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4.10.13. 17:33

수정일 2015.11.17. 19:50

조회 3,530

돼지저금통경제 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67 최근 결혼하는 세대를 보면 맞벌이가 대세다. 생활비가 뛰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난 탓이다. 그런데 의외의 현상이 있다. 맞벌이가 대개는 혼자 버는 가구보다 소득이 많을 텐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외벌이보다 그리 저축액이 많지 않다. 때론 수입이 반절인 외벌이가 더 저축을 많이 하는 경우도 본다. 혼자 번다 생각하고 한 사람의 연봉을 고스란히 모으면 될 것 같은데, 왜 두 배로 재테크에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맞벌이 부부는 아무래도 돈을 잘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외벌이 가구보다 확실히 씀씀이가 넉넉(?)해진다. 자동차 구매가 좋은 예다. 꼭 차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둘이 버는데 차 한대 사는 게 뭐 어때"하는 생각으로 손쉽게 할부로 구매한다.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니 괜찮은 차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분수에 넘는 차를 사곤 한다. 이런 식으로 장기간 할부금을 내다보면 돈을 모으기가 어렵다. 미래에 창출될 소득을 고려해 미리 써버리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에 재미있는 칼럼이 하나 실렸다. 유명 재테크 자문가로 oXY젠파이낸셜금융을 설립한 테드 젠킨은 "화려한 휴가는 돈 낭비"라며 맞불이 부부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맞벌이 가구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이에게 꿈 같은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분에 넘치는 휴가를 계획한다. 또 부부가 열심히 일한만큼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화려한 휴가를 계획하는데 한몫한다. 그러나 테드 젠킨은 "20년 후 아이들의 기억에 화려했던 여행은 없으니 돈을 아껴야 한다"며 "정말 추억이 될 휴가를 위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부가 고생했다"는 보상심리에 지출 펑펑 대기업에 다니는 필자의 후배는 1억원 이상의 대출을 안고 있다. 맞벌이인 후배 부부의 수입으로 판단하건대 빠른 시일에 대출을 무리 없이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도 대출금이 줄지 않았다. 그 후배의 생활을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부부가 특급호텔에서 묵고, 값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 자동차는 고급 수입차로 마련했고 주말이면 외출이 잦다. 후배는 "부부가 맞벌이로 고생하는데 그 정도 보상은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 후배처럼, 시간이 부족한 많은 맞벌이 부부는 여유시간이 날 때마다 좀 과한 비용을 써가며 외식을 하거나 휴식을 즐긴다. 이렇게 사는 방식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는 재테크 관점에서는 '보상심리'에서 유발된 과소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맞벌이 때 종잣돈 모은 뒤 훗날 써도 늦지 않아 '맞벌이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언제라도 외벌이 가구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출산이다. 아내든 남편이든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수입은 최대 절반 가까이 준다. 신혼초 소비수준을 맞벌이에 맞춘다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한번 커진 씀씀이는 웬만해서는 줄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시작할 때부터 한 사람의 연봉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이 돈으로 저축을 하던 투자에 나서야 한다. 맞벌이로 한창 벌 수 있을 때 종잣돈을 마련해야 미래에 곤궁하지 않다. 그 돈을 불린 뒤 소비에 나서도 결코 늦지 않다. 주택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지 않는 것도 좋다.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신혼초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맞벌이로 열심히 일해도 종잣돈을 모으기 어려워진다. 통장은 통합해야 한다. 최근 맞벌이 부부 트렌드는 서로 상대방 월급에 간여하지 않고 부부가 쓸만큼의 생활비만 갹출한 뒤 나머지 수입은 각자 알아서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의 지출에 간섭하지 않으면 씀씀이가 커지고 공동의 목표의식이 없어진다고 꼬집는다. 이렇게 하면 노후자금에 대한 절박함으로 돈을 모으는 외벌이를 따라잡기 어렵다. 통장을 통합하고 이를 노후통장, 자녀교육통장 등으로 다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맞벌이 부부로서 안정적으로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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