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동킥보드, 미래의 친환경 도시교통수단 될 수 있을까?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1.11.23. 15:10

수정일 2022.04.01. 16:05

조회 9,352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02) 전동킥보드 규제 아닌 발전방안 모색해야...
한우진 시민기자

킥보드란 스케이트보드처럼 긴 발판에 바퀴를 달고 앞쪽에 막대기를 세로로 설치한 것을 말한다. 이 막대기는 바퀴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서 손잡이이자 핸들의 역할을 한다.

킥보드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고 외국에서는 스쿠터(Scooter)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을 올려놓고 타는 저배기량 오토바이를 스쿠터라고 부르고 있으니, 외국과 우리나라가 다른 용어를 쓰는 대표적 사례다.

처음에 킥보드는 어린이용 탈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배터리와 모터를 설치한 전동킥보드가 등장하면서 개인용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서울에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동킥보드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서울시에는 15개 업체에 총 5만7,000여 대의 공유 전동킥보드가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자치구별 차이는 큰데 강남구(8개), 마포구(7개), 종로구, 광진구, 성동구, 서대문구(6개) 등, 주로 업무지구와 대학교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참고: 서울시 자료)
지하철역 인근에 전동 킥보드가 놓여 있다. ⓒ뉴스1
지하철역 인근에 전동 킥보드가 놓여 있다. ⓒ뉴스1

공유 전동킥보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폭넓게 보급되며 교통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통행 단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이를 교통에서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고 한다. 단어 그대로는 ‘마지막 1마일(1.6km)’라는 뜻인데,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통행 중의 최종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존에 이런 마지막 통행은 지선버스나 마을버스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버스는 정류장 간격을 한없이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가려면 결국 마지막에는 걷는 수밖에 없었다. 걷기 어려운 경우,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데 택시는 값이 비싸고, 자가용은 교통 혼잡을 유발하니 진퇴양난이었다.

이런 와중에 짧은 거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빌려 탈 수도 있는 가벼운 서비스가 등장하였으니 시민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특히 새로운 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공유 전동킥보드 특유의 스마트폰 활용법에 익숙한 젊은 층의 이용률이 높았다.
새로 생긴 전동 킥보드 주차장소 교통표지판 ⓒ경찰청
새로 생긴 전동 킥보드 주차장소 교통표지판 ⓒ경찰청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공유 전동킥보드가 크게 늘어나자 문제도 함께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저곳에 방치된 킥보드이다. 이는 정해진 주차장소가 없는 도크리스(Dockless)방식의 숙명이기도 하다. 

도크(독, Dock)란 항구에서 배를 대는 부두나 선창을 뜻하는 단어다. 여기에 ‘없다’는 뜻의 접미사 less를 붙이면, 도크리스는 차를 대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비교가 되는 부분인데, 따릉이는 자전거를 빌리는 곳, 사용을 마치고 반납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공유 킥보드는 그렇지 않다. 

결국 공유 킥보드의 질서 있는 이용은 상당 부분 이용자들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 뒤 아무데나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아, 애꿎은 보행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전동 킥보드 즉시 견인 지역 ⓒ서울시
전동 킥보드 즉시 견인 지역 ⓒ서울시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은 규제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장소에 주차되어 있지 않은 전동 킥보드는 시에서 견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법 주차 킥보드에 대한 견인은 지난 7월부터 실시되었으며, 견인요금은 4만원이다. 

하지만 생각해볼 점도 많다. 예를 들어 전동킥보드는 라스트 마일 교통수단답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바로 이용을 해야 하는데, 정작 지하철역 출구와 버스정류장 주변이 즉시 견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교통수단으로서 근본 가치를 잃게 되는 일이다. 

또한 불법주차 자동차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들거나 끌어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견인보관소까지 길게 옮기는 것보다 불법주차 옆에 있는 주차 가능 장소까지 짧게 재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결국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전에 일단 규제부터 시작하고 보는 ‘규제만능주의’의 발로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밖에도 공유 전동킥보드에 대한 과제들은 많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특성이 비슷하지만 규제가 다른 점(예: 헬멧 착용),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법규가 자주 바뀌어서 이용자와 업체 모두 따라가기 힘들며 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낮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현재 공유 전동킥보드는 어린이 장난감이나 레저용 수단의 단계를 이미 지났으며, 서울시 도시교통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거리 나 홀로 자동차 교통량을 줄여줄 수 있으며, 전기 동력을 이용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스마트 교통 시대에 잠재력이 매우 크다. 규제를 내세우며 안 된다는 ‘핑계’를 찾기보다는, 전동킥보드를 활용해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포스터 ⓒ서울시,서울시의회
공유 전동킥보드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포스터 ⓒ서울시,서울시의회

마침 오늘 오전에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공동 주최한 ‘공유형 전동킥보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와 공무원,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전동 킥보드 업계는 물론이고 견인업체까지 참석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폭넓은 참여자 면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사를 통해 서울시의 전동킥보드 정책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 공유형 전동킥보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영상 보기

어떤 것이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데는 진통이 따른다. 보행자의 안전처럼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충돌할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2가지는 외면하고 막아버리는 것과 부작용을 줄이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다. 전자는 쉽고, 후자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쉬운 길만 가면 얻는 게 없다. 현재에 머물다가 결국 뒤쳐질 것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모든 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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