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2천원, 팝콘과 음료는 공짜?

조선닷컴

발행일 2013.05.21. 00:00

수정일 2013.05.21. 00:00

조회 1,604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 극장 앞.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주섬주섬 돈을 꺼낸다. 푯값은 단돈 2천원. 표를 구매한 어르신들은 "근데 오늘은 뭐 상영돼요?"라고 묻는다.

상영작도 모르고 표부터 구매하는 게 이곳은 일반 극장가의 풍경과 다르다. 더군다나 표와 함께 팝콘과 음료 교환권도 준다. 지긋한 한 노부부는 "늙어서 시간 보낼 때 없는데 이곳에 오면 시간이 잘 가요."라고 말한다. 이곳은 어르신 전용 실버극장, '청춘극장'이다.

청춘극장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있다.

청춘극장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있다.

청춘극장은 지난 2010년 10월 2일 서울시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어르신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조성한 공간이다. 개관 후 청춘극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여자의 일생' 등 다양한 고전 명화와 평양예술단, 추억의 가요 쇼 등 질 높은 문화공연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까지 약 36만이 넘는 어르신 관객이 다녀갔다.

처음 청춘극장이 개관한 장소는 서대문아트홀(구 화양극장)이었다. 그러다 서대문아트홀이 철거되면서 청춘극장은 잠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운영됐다. 이후 영화관은 청춘극장을 운영하기에 무대와 공간이 협소해 지금의 충정로 문화일보홀로 지난 3월 4일 자리하게 됐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문화일보홀에 위치한 청춘극장의 모습.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문화일보홀에 위치한 청춘극장의 모습.

현재 청춘극장은 평일에는 '로마의 휴일', '맨발의 청춘' 등 과거 추억을 살릴 수 있는 클래식 영화를 2~3회(10시, 13시, 15시 30분) 상영한다. 또한 매주 토요일(또는 공휴일) 15시에는 문화공연을 진행하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문화정책과 윤민화 주무관은 "청춘극장은 우리 어르신들의 꿈을 찾아드리고 전성기 때 추억과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며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르신들에게 힘과 꿈, 희망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청춘극장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영화와 영화 사이에 쉬는 시간에 진행되는 문화강좌 및 건강상담 프로그램은 월요일엔 '노년기 정신 건강 강좌', 화요일엔 '어르신 스타일 코디'와 '내 집 주변 텃밭 가꾸기'가 진행된다.

또한 수요일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상담', 목요일엔 '건강체조와 함께하는 웃음치료'와 '시니어 에티켓 강좌', 금요일엔 '추억의 가요교실'이 운영된다.

친구의 소개로 청춘극장을 알게 됐다는 신귀자(72, 서울시 관악구)씨는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는데 와보니 도우미들이 잘 안내해주고 영화 공연도 저렴해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라며 "한마디로 '어르신들 낙원이네'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청춘극장의 청춘카페와 뮤직박스, 극장 내부, 옛날 영화 포스터 전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청춘극장의 청춘카페와 뮤직박스, 극장 내부, 옛날 영화 포스터 전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청춘극장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뮤직박스, 청춘북카페 등 추억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어르신 도우미들이다. 영화와 공연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 제공돼 청춘극장에서 일하는 어르신 도우미들은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청춘극장에서 어르신 도우미로 일하는 이연우(77)씨는 "늙었다고 우울해서 집에 죽치고 앉아 있는 거보다 추억을 생각하면서 젊었던 시절 실력도 발휘하니까 좋아요."라며 "여러 사람을 대하다 보면 웃을 일도 생기도 마음이 대범해져요."라고 말했다.

청춘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 도우미들.

청춘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 도우미들.

한편, 지난 11일 청춘극장에서는 어버이달을 기념해 국악특집 공연이 열렸다. 공연은 부채춤과 전통무용, 사물놀이 등 선아무용단의 아름답고 신명나는 무대로 펼쳐졌다.

공연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이런 공연이 2천원이라니!", "지금까지 청춘극장에서 봤던 것 중에 최고였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즐거워했다.

지난 11일 청춘극장에서 열린 어버이달 기념 국악특집 공연의 모습.

지난 11일 청춘극장에서 열린 어버이달 기념 국악특집 공연의 모습.

※ 청춘극장 관련정보
- 운영시간 : 9시 ~ 18시(매주 일요일 휴관)
 * 매주 토요일 공휴일 15시 문화공연
- 입장요금 : 2천원(55세 이상 어르신 및 어르신 동반자)
- 프로그램 : 월요일(노년기 정신 건강 강좌, 12시), 화요일(어르신 스타일코디, 내 집 주변 텃밭 가꾸기, 12시), 수요일(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상담, 12시 30분), 목요일(건강 체조와 함께하는 웃음치료, 시니어 에티켓 강좌, 12시), 금요일(추억의 가요 교실, 12시)
- 문의 : 홈페이지(http://cafe.naver.com/seoulsilvercinema), 전화(070-4222-8869)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문화일보 홀
- 찾아가는 길 :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 출구에서 직진 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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