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 타고 전통시장 찾은 외국인, "진짜 한국을 봤다"

조선붐업닷컴

발행일 2013.04.02. 00:00

수정일 2013.04.02. 00:00

조회 1,569

지난 2월부터 서울 도심 15곳의 전통시장 둘러보는 코스 마련
천장개방형 2층 버스, 외국어 서비스 지원 등 편안하게 이용 가능

"전통시장만 둘러봤을 뿐인데, 한국 속의 또 다른 한국을 본 것 같아요."

서울시티투어 전통시장코스를 둘러본 안젤리카(25세. 카자흐스탄)씨의 말이다. 지난 2009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한 그녀는 서울 유명 관광명소를 꿰고 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최근 남자친구가 생긴 그녀는 데이트 코스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을 이용해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던 중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티투어 전통시장코스가 그것. 서울에 살면서 특별히 시장을 찾을 일 없었던 그녀는 남자친구 오원찬(23세. 카자흐스탄)씨와 함께 색다른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탄 안젤리카(25세)씨와 고원찬(23세)씨가 안내원의 도움을 받으며 서울 도심을 둘러보고 있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동대문에서 시작됐다. 관광안내소에서 만난 그들은 시티투어 버스표를 구입 한 뒤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여유가 있던 두 사람은 동대문 평화시장에 들러 쇼핑을 하기로 했다.

평화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의류전문 도매상가로 쇼핑의 메카라 불리는 동대문시장의 원조다. 이곳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부른 것이 오늘날의 이름이 된 것이다.

시장을 둘러보던 안젤리카가 "진짜 예쁜 옷이 너무 많아요. 뭘 사야 할지 고민되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안젤리카의 목소리를 들은 한 상인이 "헬로우", "즈드랏스부이쪠", "부온 죠르노" 등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뽐내며 인사를 건넸다.

평화시장을 찾은 안젤리카(25세)씨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고르고 있다.

안젤리카는 상인에게 "외국어 정말 잘하시네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상인은 "우리 가게에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찾아와요. 일반 의류는 물론 모자, 스카프 등의 잡화류를 많이 사가요. 좋은 물건을 주려면 외국어를 잘해야지."라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평화시장을 둘러보고 나온 그들은 다시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잠시 뒤 2층이 환하게 뚫린 버스가 도착했다. 이를 본 두 사람은 "와~ 천장이 뚫린 버스는 처음 타 봐요."라며 버스에 올랐다.

서둘러 2층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손가락을 가르치며 주변을 살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외국어로 된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를 들은 안젤리카는 "여행을 다니면서 불편했던 점이 의사소통이었어요. 어디에 물어볼 곳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버스에서 친절히 안내해 주니 정말 좋네요."라고 말했다.

평화시장을 떠난 버스는 서울 도심을 지나 광장시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설된 상설시장이다. 본래 이곳은 농수산물과 땔감 등의 원시적인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농수산물은 물론 한복, 의류, 잡화 등 종합적인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은 '먹자골목'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선 안젤리카는 코를 킁킁거리며 "와~ 맛있는 냄새."라고 말했다. 냄새가 나는 쪽으로 향하니 눈앞으로 다양한 음식이 줄지어 있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귀여운 크기의 김밥부터 철판 위에서 바삭하게 익어가는 빈대떡 등 보고만 있어도 절로 군침이 났다.

이른 아침부터 만난 두 사람은 배가 고팠는지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시켰다. 김밥에 각종 분식에 빈대떡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젓가락을 집어든 안젤리카는 김밥을 먹으며 "카자흐스탄 시장에서는 음식을 안 먹어요.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모르고 맛이 없어서 사람들이 안 사 먹거든요."라고 말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을 찾은 두 사람이 이곳의 대표 음식인 김밥과 빈대떡 등을 맛보고 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시장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먹어보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진짜 맛있어요."라며 젓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먹자골목을 나와 한복 거리와 구제시장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광장시장을 나온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동묘시장. 도깨비시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과거 중고물품들을 바닥에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버스에 내린 두 사람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좌판이 깔려있었다.

이를 본 안젤리카는 "와~ 길거리에 이렇게 많은 물건을 팔아요?"라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골목을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중고 가전제품과 최신식 물건까지 길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티투어 '전통시장코스'는 서울의 전통시장 15곳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시장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카자흐스탄에도 동묘시장과 비슷한 곳이 있어요. 하지만 이곳은 정말 많은 물건이 있네요. 볼거리도 다양해서 카자흐스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 많다. 특히 간판은 굵은 붓글씨로 적혀져 있어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이를 본 안젤리카는 "이곳은 정말 한국이 아닌 것 같네요. 한국 속의 또 다른 한국이라고 할까요? 정말 신기한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발걸음을 옮길 때 시장 한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울려댔다. 바로 동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천원 장터'가 열린 것이다. 이곳에는 길가에 돗자리를 펴 놓고 상인들이 구제 의류들을 천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동묘시장 '천원 장터'에서는 천 원으로 다양한 중고물품을 살 수 있다.

수북하게 쌓인 옷 사이로 들어간 안젤리카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며 "평소 쇼핑하면 동대문이나 명동을 생각했어요. 여기에는 정말 특이하고 멋있는 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네요. 오늘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랑 자주 찾아와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천원 장터까지 둘러본 두 사람은 다시 버스를 타고 처음 만났던 동대문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서울 도심은 석양빛에 물들어 아름다운 풍광을 뽐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안젤리카는 "한국에 온 지 4년이 넘었지만, 서울에 이렇게 다양한 시장이 있는지 몰랐어요."라며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니 평소보다 편안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시티투어 버스 데이트를 추천해 줄 거예요."라고 여행 소감을 밝혔다.

서울 시티투어는 승차권 한 장으로 회수와 상관없이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서울 시티투어는 연중무휴로 매일 운행되며 승차권 한 장으로 회수와 관계없이 1일간 자유롭게 승·하차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35분 간격으로 순회 운행하고, 동절기는 18:00까지 하절기는 19:30분까지 운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티투어 1544-4239나 서울시 전화 민원상담 서비스 다산콜센터 01-120, 한국관광 안내전화 02-1330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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