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식사 하셨습니까?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4.06.25. 00:00

수정일 2014.06.25. 00:00

조회 1,120

[서울톡톡] "제가 특별한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나눠 먹고 싶은데, 함께 먹을 사람 없나요?"

시작은 SNS에서였다. 올린 글 그대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집밥'을 나눠 먹고 싶었다.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인도에서 거주하다 17세 때, 한국으로 역 유학 온 지 10년째였다. 가족과 떨어진 독립생활, 제법 잘해왔지만 마음 속 공허한 외로움은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외로움을 극복하려 시도했던 게릴라식 접근이었지만, 피드백은 뜨거웠다. 순식간에 모임이 구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그녀는 발견하였다. '세상에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20대 1인 가구 박인(28) 씨의 이 우연한 발견은 곧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2012년 9월 국내 최초, 최대 '소셜다이닝' 온라인 플랫폼 '집밥'(www.zipbob.net)은 그렇게 설립되었다.

집밥 박인 대표

관심사를 중심으로 식사를 하고 재능을 공유하는 개념인 '소셜다이닝'. 여기에 '집밥'은 누구나 쉽게 소셜다이닝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장소 중개, 예약, 결제 대행뿐만 아니라 참가자 모객, 홍보 등의 온라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효율적인 모임을 만들고 참가자들을 안내하는데 주력하는 게 집밥의 역할이다. 이를테면 장소 추천은 물론, 모임일정 문자 알림과 후기 공지 등 원활한 모임이 이어지도록 돕는다.

설립 후 현재 집밥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모임들은 식사모임에서 나아가 여행, 스킨스쿠버, 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2013년 3월 웹사이트를 오픈 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된 모임 개수만도 약 3,800개며 지금도 전국 16개 도시에서 매주 200여 개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최대 40차까지 진행될 만큼 집밥을 통해 이뤄지는 모임들은 지속성이 두드러진다.

"모임 참가자들만 약 1000여 명 가량인데, 한 달이면 전국단위로 5,000여 명이 되요. 전보다 누적모임이 10배 정도 성장했죠. 가장 보람이 있었던 사례는 입양아와 입양을 고민하는 부모와의 모임이었는데 반응 매우 좋았어요. 또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서 힘들어했던 17살 학생이 사람을 통해 마을을 달래고 싶다고 모임을 만든 사례도 있었고요."

집밥

사실 '모임'은 새로운 사업 소재는 아니다. 대중들은 SNS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 클럽, 카페에서 이뤄진 '모임'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집밥의 '모임'은 무엇이 다를까?

"1인 가구가 현재 전체인구의 24%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통의 필요성과 관계형성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동안의 '모임'은 사실 '목적성' 만남이 강한 편이였죠. 그런 과정에서 대중들은 오히려 사람이 고프고 피로감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밥'에서 추구하는 모임은 오로지 '관계'에만 집중합니다. 기존 모임과 달리 가입절차와, 가입비 등 다소 무거움을 덜어냈고, 무엇보다 편안한 식사자리를 통해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점이 이전 모임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박인 대표에 따르면 명암을 주고받으며 배경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집밥'에서 이뤄지는 모임에선 오로지 '닉네임'만을 호칭하며 '관심사'에 관한 소통이 이뤄진다.

집밥

1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공동체 문화' 대안이란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했지만, 동시에 기업이기에 '수익'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집밥 역시, 사업 초반 의미와 수익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때 결정적인 성장 디딤돌이었던 게, 바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인증이었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반응과 달리 투자를 받기가 어려웠어요. 당시 '소셜'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매장들이 거부반응을 보였고요. 문전박대도 겪어봤죠. 그러던 중 2012년 12월, 시로부터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창업지원금을 받았는데  그때 받은 지원금은 1년 만에, 사업을 10배로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집밥 대표와 직원들

현재 집밥은 솔루션 결제비인 '참가비에 붙는 수수료'(식사비 결제 후 뺀)와 모임에 해당업체 제품이 깔리는 'PPL 광고 후원'을 주 수입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수익으로 직원들 인건비와 사업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박인 집밥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벤처동아리에 몸담으면서 학생 신분으로 쇼핑몰을 시작으로, '놀이문화교육'을 내세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 바 있다. 졸업 후엔 NGO와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는 등 집밥을 운영하기 전,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았다.

"한국에 와서 적응을 못해 한동안 외로움을 많이 겪었어요. 또 저는 집단에 어울리며 즐기는 타입이 아니어서, 더 힘들고 어려웠었죠. 그때 겪었던 어려움을 창업에 집중하는 걸로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그동안 경험들을 밑천삼아 '집밥'을 배고픔 채우는 걸 넘어, '진정한 만남과 소통이 고픈 사람들의 연결고리'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집밥 : www.zipbo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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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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