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 재배분 없이 건전한 자치재정은 불가능

관리자

발행일 2013.09.30. 00:00

수정일 2013.09.30. 00:00

조회 1,148

이재은(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이춘석 소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하고 있다

[서울톡톡]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감면조치와 보육재정의 국고보조율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발표되었다. 일단 취득세율 항구인하에 대한 보전대책으로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1%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영유아보육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보조율은 현재보다 10%포인트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방소득세를 국세의 부가세(surtax)방식에서 과표를 공유하는 독립세방식으로 전환하는 안도 포함되었다. 우선 이러한 조치가 국회 입법과정에서 순조롭게 추진될지도 의문이지만 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왜 그럴까?

영유아보육 국고보조율 10% 인상이 자치단체 더 분노하게 해

우선 취득세는 광역단체의 핵심 세목이다. 현재는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어 세수가 크게 부진하다. 그러나 항구적 세율인하는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도 세수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대도시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세수감소폭이 더 크다.

그런데 재원보전방식으로 거론되는 지방소비세의 세율인상분 6%포인트는 자치단체 측에서는 수용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지방소비세를 처음 도입할 때 2013년도에 추가로 5%인상하겠다고 약속한 것(기획재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취득세율 인하분에 대한 보전재원으로서 6%포인트 인상은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게다가 수도권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소비세의 배분비율이 비수도권 단체에 비해 낮기 때문에 확실하게 재원보전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재원배분을 둘러싸고 자치단체 사이에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높다.

영유아보육에 대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인상은 자치단체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학술적으로 국민최저수준(national minimum)이라고 불리는 전체 국민에게 균등한 수준을 보장하는 복지정책은 국가의 책임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영유아무상보육을 결정하고 위임사무로 지방에 내려 보내놓고 재원은 일부만 보장하고 있다. 영유아보육에 대한 국고보조율은 현재 서울은 20%, 다른 시·도는 50%로 되어 있다. 이를 20%포인트씩 인상하려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를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니 지방의 반발은 당연하다.

핵심 지방세목인 취득세율은 항구인하하고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무에 대한 국고보조율은 낮게 설정하니 지방복지재정의 위기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이 모든 논란의 근원은 전 정부의 무리한 감세추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지방재정의 재정긴장상태는 지역에 따라 여러 이유가 있다. 무리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재정파탄,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 추진으로 인한 재정긴장상태, 혹은 무리한 청사신축이나 부실한 축제 등 시민의 눈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를 들어 중앙재정당국은 지방재정의 방만성과 무책임성을 거론한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244개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10여 개도 안 되는 소수 단체의 사례로 전체 자치단체의 재정긴장을 왜곡하는 행태는 여전히 분권의 강점을 무시한 집권체제의 아집의 산물이다.

앞의 글에서 자치재정의 제약요인을 세출의 자치와 세입의 자치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의 자치재정의 긴장상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전 정부의 감세정책에 있다는 사실을 일반국민을 잘 모른다. 여기에서 감세조치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려 한다. 왜냐하면 감세조치의 정책적 효과가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대략 60조원 이상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하고 여기에 취득세율 인하까지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사실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감세론자들은 답변하기가 궁색할 것이다.

국세 감세조치로 지방재정이 멍들고 있다

중앙정부의 국세 감세조치가 지방재정을 멍들게 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내국세인 소득세와 법인세의 수입액의 10%만큼이 지방소득세로 징수된다. 그러니 5년간 감세액이 60조원이라고 상정하면 6조원의 지방세수가 감소한 것이다. 지금 국회에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를 위한 법안이 제출된 이유도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이 지방세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내국세수입의 19.24%가 지방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자치단체에게 교부된다. 약 12조억원에 달하는 이전재원이 실종되었다. 게다가 교육자치단체에게 교부되는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의 20%수준이니 역시 12조원 정도가 감소했다. 일반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를 합친 지방재정의 재원감소액이 감세액의 대략 50%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취득세마저 감세를 했으니 감세정책으로 줄어든 지방재정의 세입은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영유아보육을 비롯한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부담은 계속 높아져왔다. 또한 경기회복에 목메어 예산의 조기집행을 독려한 것도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010년 지방소비세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감세에 따른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입측면의 감세조치와 세출측면의 의무적 지출 강제라는 두 요소가 압착기처럼 지방재정을 찍어 누른 결과로 재정여건이 비교적 양호했던 서울·경기 등 수도권단체들마저 건전한 재정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빠져 버렸다.

물론 부동산을 비롯한 전체적인 경기침체가 세입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정여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2008년 당시의 일시적 세계잉여금을 빌미로 자신들의 감세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의 과오는 앞으로 한국재정의 위기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치재정의 건전성과 책임성은 중앙정부의 자의적 통제로부터 자주재정권을 확보해야 가능하고 시민의 참여와 지방의회의 합리적 견제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자율적 민주적 통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주재정권은 세출권한에 걸맞게 세입권한을 부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원을 재배분해서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고, 중앙정부는 경제력이 취약한 자치단체의 재원을 보장하는 재정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지방비부담의무제도의 근본적 개편도 전제조건이다. 이번 국회에서 지방소비세의 세율이 얼마나 인상될 지, 그리고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가 실현될 것인지 시민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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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세금 #지방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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