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기른 무공해 콩나물로 건강 국밥 만들어요!``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3.08.08. 00:00

수정일 2013.08.08. 00:00

조회 2,878


[서울톡톡] 서울시는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등을 위해 시가 보유한 홍보매체를 활용하여 광고를 지원하는 <희망광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희망광고 대상 기업 및 단체가 최종 선정되었으며, <서울톡톡>이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취재수첩을 들었다. 희망광고기업 네 번째 이야기, 김영옥 시민기자와 함께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을 만나보자.


오전 11시 30분. 아직 점심시간 전이지만 미리 점심 식사를 예약하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4월 29일 문을 연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 (대표 송영흠)은 오늘도 예외 없이 바쁜 점심시간을 예고하고 있었다. 66석 규모의 40여 평 가게 안은 벌써 자리가 대부분 예약됐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경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기다리는 수고를 하고 나서야 식사가 가능했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무더운 한여름 날씨에도 콩나물 국밥은 인기 최고. 팔팔 끓는 뚝배기 안의 콩나물을 살짝 익힌 날계란에 국밥 국물 2스푼과 김가루 듬뿍 넣은 소스에 찍어 먹은 후,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난 사람들 모두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전주 남부시장 인근 원조 맛집의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한다. 게다가 국밥에 들어간 콩나물이 보통 콩나물인가. 은평구 경로당 어르신들이 정성껏 길러낸 "할머니 손맛, 친환경 콩나물"이라지 않는가. 가격도 국밥 한 그릇에 5천원으로 참 착하다. 은평구청 바로 앞에 위치한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의 점심시간 풍경이다. 국밥 맛도 좋지만 기특한 사연이 있다는 이 집이 자못 궁금했다.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은 지난해 12월, 은평구 응암2동의 매바위 마을공동체가 경로당에서 재배한 무공해 콩나물로 국밥을 만드는 사업을 2013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제안해 지원금을 배정 받으면서 시작됐다.

경로당에서 무공해 콩나물을 재배하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2012년 초,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은평구 내 경로당을 방문하던 중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콩나물을 재배해 수익이 난다면 그것으로 경로당 운영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일정시간 물을 계속해서 공급해줘야 하는 특성상 밤에도 물을 줘야 하지만 보통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나오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저녁 6시경으로 밤 시간에는 물을 공급하는 일이 어려웠다. 국산 콩의 단가도 비싸고, 수도 요금도 별도로 들어가야 하는지라 재배 자체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경로당에서의 콩나물 재배는 흐지부지 되는 듯 했다.

당시 응암2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던 송영흠 대표는 은평구청 일자리정책과 사회적기업 정동섭팀장으로부터 응암2동 매바위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콩나물 재배를 추진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한번 해보자" 란 생각에 의기투합. 송영흠 대표와 정동섭 팀장은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콩나물 재배를 위한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정용보다는 커야했고 대단위 공장용보다는 작아야 했기 때문에 경로당이라는 공간에 안성맞춤인 기계가 필요했다.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해 주기 위해서 타이머도 개발해 부착했다.

지난 6월 시범 재배 후에 은평구 130여 개 경로당에 참여 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내 참여 신청을 받았다. 신사1동, 갈현2동, 역마을경로당 어르신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배 신청 경로당엔 매달 10~15만원의 운영비가 지원되고, 재배와 포장, 납품을 담당하는 어르신들에겐 일자리가 생겼다.

콩나물 국밥집이 생기며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도 덩달아 생겨

하지만 안정적인 판로가 문제였다. 국산 콩으로 어르신들이 정성스레 키운 무공해 콩나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해 콩나물 국밥집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초기 비용으로 고민하던 차에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은평구를 통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신청해 2억 3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없었더라면 출자금 모금 등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했을 터였다. 이로 인해 국밥집을 여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국밥집 개업으로 지역 주민 7명이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1991년부터 마을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마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업을 하게 됐네요. 국밥집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전국에서 콩나물 국밥 맛있기로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먹어보고 맛을 분석 했죠. 어떤 날은 하루 여덟 그릇을 먹은 적도 있어요. 그 중 전주 남부시장 인근에서 소문난 콩나물 국밥집을 벤치마킹 했어요. 정성껏 길러낸 친환경 무공해 <은평꼬부랑콩나물>이라면 그 맛을 따라 잡을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송영흠 대표는 20년 넘게 은평구에 살면서 마을 일이라면 늘 앞장 서 온 사람이었다. 응암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물론 매바위마을공동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송대표는 국밥집을 내면서 국밥집의 고급화를 위해 맛은 물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국밥집 입구엔 키 높이 장식장을 만들어 자매결연도시의 특산품을 진열해 놓아, 착한 가게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국밥집 운영 수익의 3분의 2는 사회적 공헌 목적을 위해 쓰여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은 향후 운영주체의 공공성 확보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위해 생산자, 공급자, 직원 등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밥집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활동에 사용한다는 것이 이곳의 경영마인드다. 매달 경로당 운영비를 지원하고, 어르신들과 지역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겐 음식 값의 20%를 할인한 국밥 4,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은 개업 3개월 동안 계속 적자다. 착한 가격(콩나물국밥 5,000원, 콩나물비빔밥 6,000원)을 고수하고, 기본양념은 물론 식재료 모두를 국산으로만 고집하는 이유도 한몫 했다. 또한 콩나물을 굵고 길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맛있는가에 중점을 두어 맛있을 때 뽑기 때문에 수확량도 적은 편이다. 10월 정도는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이 좀 날 것 같다는 송대표는 지난 7월 6일, 녹번동에 거주하는 어르신 50명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며 잔치를 열었다.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이 생활을 같이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이웃과 함께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찾고 그 필요와 가치를 채워가고 있는 곳이라는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도 결국 예산이 얼마나 지원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수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일자리도 더 만들어질 수 있고,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송대표의 바람처럼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은 마을을 함께 돌보고, 함께 만들며, 서로 나누는 생활공동체의 따뜻한 불씨가 되고 있었다.

문의 : 은평꼬부랑 콩나물국밥집 02-352-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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