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고민도 협동조합으로 풀어볼까?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3.04.15. 00:00

수정일 2013.04.15. 00:00

조회 4,796

[서울톡톡] "애 키우기 힘든데 공동육아 협동조합 해요!"
서울시 협동조합 포스터에 나온 기린 엄마의 말이다. 기린도 한다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요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경우, 10년 이상 된 곳이 많다. 그만큼 새로운 어린이집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왜,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동작구에 위치한 해와달어린이집을 찾아보았다.

함께 어울려 놀며 자라는 건강한 아이들

산자락 한편에 위치한 해와달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뒷마당과 이어진 산자락을 오가며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놀이에 빠져 있다. 흙과 물과 공기와 햇살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 모습. 이들 뒤로는 마치 기린 엄마처럼 따사로운 눈길로 지켜보는 선생님도 보인다.

"아이가 어린시절 만큼은 최소한 놀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영어 · 한글 · 숫자 공부에 치이는 게 싫었어요. 이런 거 가르치지 않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았는데 없더라고요. 혹여 있다고 해도 엄마들이 해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이라도 넣을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요즘 보면 '어떻게 엘리트로 키울 것인가'가 아니면, '자유롭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들로 확연하게 나뉘는 듯싶어요. 여긴 아이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놀며 친구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곳입니다."

해와달어린이집에서 만난 학부모 고영주, 박신영 씨는 자녀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곳 협동조합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어린이집에서는 이들을 이름 대신 '홍시', '롤라' 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모두 이름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고 한다. 부르기도 편하고 보다 친근한 별명을 사용하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럼없이 생활하게 되는 듯 싶다.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문득 조기교육 열풍이 거센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을 맘 편히 놀리는 게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뭐, 집에서 따로 아이에게 학습을 시켜야겠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생활하면 실제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도 하루종일 뛰어노느라 지쳐 집에 가면 쉬어야 하고. 여긴 부모활동도 많거든요. 집에서 따로 학습을 시킨다거나 할 여력이 없지요."

"한글이나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빠르면 4세부터 늦어도 7세말에는 다들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학교 들어간 아이들도 다들 잘 적응한다고 해요. 한 학기만 지나면, 일찌감치 학습으로 이것저것 하고 온 아이나 별반 차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어린이집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부모 활동이나 조합의 행사도 많다. 이곳 해와달어린이집의 경우, 1년에 두 번씩 총회, 연석회의, 엠티, 대청소 등이 있고, 조합원 교육도 1년에 6회 정도 있다고 한다. 겨울 동지제, 김장,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단오행사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그밖에 모임이나 비정기적인 행사들도 다양하다. 비누, 걸레, 모기퇴치제 등도 부모들이 함께 모여 직접 만든다고 한다. 발도르프 인형 만들기, 음악, 공동체 부모교육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도 진행되고 있다. 우쿨렐레 연주 모임 등은 아이들 앞에서 공연도 하다 반응이 좋아 이젠 행사 때마다 단골 공연 팀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아빠들도 축구모임 등을 꾸려 함께 모인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듯 싶다. 굳이 어린이집 행사가 없어도 함께 어울리다보니 이젠 한 식구 같다.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생활하다 보니, 이젠 어느 집 찬장에 살림살이가 어디 있는지 훤히들 알고 있다. 함께 어울려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모습,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교육은 없을 듯 싶다.

"공동육아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아빠들의 육아관도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끌려오던 아빠들도 이젠 되려 더 적극적으로 어울리죠. 아무 이해 관계 없이 만나는 이런 관계가 너무 좋다며, 어린이집을 졸업하면 아빠들이 되려 더 허전해한다고 하더라고요. 독거노인이 된 기분이라고 얘기한데요."

협동조합 어린이집도 다른 협동조합처럼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만들어진다. 어린이집 공간에서부터 시설 설비까지 모두 출자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조합원 수가 한정적인 어린이집 특성상 아무래도 출자금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해와달어린이집의 경우, 출자금이 팔백만 원 정도 된다. 여기에 입학금과 매달 보육료도 조합원의 몫이다. 출자금은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졸업 시 백만 원 정도는 기부를 한다고 한다.

"청소도 부모가 직접 해요. 한 달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데, 남편과 둘이 3층 건물을 청소하다보면, 공간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기고 내 집 같이 생각이 되요. 이젠 이곳 어린이집 살림이 다 내 살림 같죠."

처음엔 일반 어린이집과의 큰 차이를 못 느끼며 다니던 이들도 1년쯤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애착도 생기고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된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서서히 조합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자연스런 과정인 듯 싶다.

면접과 교육을 통해 생각나누기

"요즘 어린이집들 사고도 많고 좋지 않은 소식이 많으니, 좀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부모 시야에서 벗어나는 게 불안해서 이곳 어린이집은 일일이 간섭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부모와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더불어 자라는 곳이다. 여느 협동조합처럼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조합을 운영하긴 하지만, 어린이집의 교육 운영은 전적으로 교사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교사회에 일임한다. 조합원이 주인인 어린이집이라 해서, 조합원이 어린이집 운영에 개인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곳 해와달어린이집에서는 매달 한 번씩 이사회가 열린다. 6명의 학부모 대표 이사와 함께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 대표로 참석하여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관해 논의를 하고 결정한다. 이때 어린이집 교육 내용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도 함께 조율된다. 교사회와 부모 조합원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이 제법 잘 이루어지는 듯싶다.

이와 같은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철학과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들의 가치관이 잘 맞아야 삐걱거리지 않고 원활하게 꾸려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에서는 조합원 모집 시 설명회나 어린이집 참관 후 면접을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입 후에도 신입조합원 교육 등 항시적인 부모교육이 진행된다.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미안하죠. 저흰 환경이 너무 좋다보니, 대기자가 좀 많은 편이예요. 어떻게 하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까 늘 고민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경쟁률이 있다 보니... 그렇다고 면접을 안 할 수도 없어요.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 역할이 워낙 크거든요. 부모가 해야 할 일도 많고... "

면접에서는 일반 어린이집과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가치와 철학을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래도 공동육아에 대한 가치관이나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주로 하게 된다고 한다. '서로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푸는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조율을 어떻게 하는지' 등은 면접 당시에는 뜬금없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린이집 생활을 하다보며 필요성을 실감하는 내용이다.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항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기는 쉽게 툭 던질 수 있는 말도 한 번 더 생각해서 얘기하게 되요. 다들 서로를 배려해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죠."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래도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와 이런 관계를 탄탄하게 이어가길 원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 듯 싶다.

"좋은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나의 이익이나 안위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맘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요? 좀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모임에 자주 나와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조합원끼리 분위기도 좋아야 어린이집 분위기도 좋고 잘 굴러가게 되거든요."

제법 알려진 마을공동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필요에 의해 시작한 부모들이 또 다른 필요에 의해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고 그렇게 마을공동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공동체의 원동력은 어린이집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맛본 크고 작은 기쁨이 아니었을까?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지금껏 만나본 협동조합 중 가장 돈독하게 유지되는 협동조합이었다. 적잖이 부대끼고 소통하며 공동체의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비교적 이상적인 협동조합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어떠한 이론보다 이처럼 작은 협동의 경험들이 더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부모가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자연친화적이며 공동체적이며 체험 중심의 교육 활동이 진행된다. 또한 친환경 먹거리 등으로 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가까운 지역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홈페이지 (http://www.gongdong.or.k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리이집 설립 및 운영 지원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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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해와달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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