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6분, 370명의 목숨을 살리다

서울톡톡 조선기

Visit4,235 Date2014.05.29 00:00

5.28 화재가 발생한 전동차 객실(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지난 28일, 지하철 3호선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불이 난 건 오전 10시 51분.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조모(71)씨가 배낭에 불을 붙였고 그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아올랐다. 모두가 놀라 대피하는 그 때, 한 사람이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가 바로 매봉역에서 근무하는 권순중(47) 대리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불을 끄면 살고 못 끄면 다 죽는다는 생각만 했어요.”


당시 권대리는 도곡센터로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누군가 ‘불이야’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배낭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시민들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외쳤다. 그리고 비상벨을 눌러달라는 말과 함께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기 시작했다. 겁이 나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열차 내부를 전부 불연재와 난연재로 바꿨다는 걸 알아서 대처만 잘 하면 불이 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단다.


서울메트로 권순중 대리, 긴박했던 도곡역 현장의 흔적(사진 뉴시스)


그 와중에도 방화범은 불을 끄려는 그를 방해하고, 다시 불 붙이기를 반복했다. 손에 들고 있던 소화기 분말이 떨어지자 권대리는 ‘소화기’라고 외쳤고 시민들은 옆 칸의 소화기를 가져와 그에게 전해줬다. 그렇게 불을 끄는데 5대의 소화기가 사용됐다.


“그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데, 특히 50대 후반의 마스크를 낀 아주머니에게 진짜 감사드려요. 그 분이 계속 남아계셨거든요. 이런 시민의식이 좀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


그가 불을 끄는 동안 차장은 안내방송으로 시민들에게 발화지점에서 멀어져서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사고를 접한 관제소는 도곡역으로 진입하려는 전동차를 바로 세웠다. 10량의 전동차 중 앞부분 4량만 승강장에 정지했지만 승객들은 안내방송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대피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 방화범이 신나랑 부탄가스를 가져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부탄가스란 말을 듣고 다리에 힘이 빠졌어요. 제가 어릴적 부탄가스가 터진 걸 본 적 있어서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게 화력이 엄청 세서 생각만 해도, 어휴~ ”


그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나왔다. 사고 후 119대원들도 부탄가스가 터졌다면 ‘대구 지하철 참사’에 버금가는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그에게 지하철 화재시 대처방법에 대해 물었다.


연기로 가득한 당시 도곡역 선로(사진 뉴시스)


“먼저 119신고를 해야죠. 그리고 비상벨을 눌러 사고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전동차에는 각 칸마다 2개의 소화기가 양쪽에 있습니다. 소화기 사용법은 너무 쉬워요. 안전핀을 빼고 쏘기만 하면 되니까요. 미리 숙지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주목받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제가 영웅 같은 게 아니라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다만 저는 직원이라 좀 더 책임감이 있었던 거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감사할 뿐입니다.”


불이 꺼지기까지 6분이 걸렸다. 당시 지하철에는 370여 명의 시민이 있었다. 선로로 대피하던 승객 1명이 발목을 조금 다쳤을 뿐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렇게 가슴 철렁하던 또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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