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주워 남 돕는 79세 할머니

시민기자 김순자

발행일 2014.02.07. 00:00

수정일 2019.07.24. 16:52

조회 4,202

용복순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50세대의 도시락을 집집마다 배달하고 계신다


[서울톡톡]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 한 할머니가 도리어 남을 돕는 일을 활발히 하고 있다. 주인공은 강서구 방화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계신 79세 용복순 할머니. 아들, 딸 등 4남매를 두고 있지만 자식들은 어렵게 살아 할머니를 부양할 형편이 안 되고, 할아버지는 병환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불평불만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의 전기세를 내주는 등 남을 돕는 일까지 하고 계신다.


주변 사람들은 용할머니를 말없이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칭찬한다. 반면, 용할머니 본인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냥 있는 것 나누는 것이지 특별히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며 도리어 나눌수록 마음도 편해지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기쁨이 들어 내가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용할머니의 봉사는 40대부터 시작됐다. 고아원에서 빨래로 아이들을 위해 일했고, 사당동에 살 때는 강남성모병원에서 수술 때 사용하는 거즈 접는 봉사로 일손을 보탰다. 지금도 가끔 잠이 안 올 때 그 시절 함께 봉사하던 친구들을 생각하면 어느새 잠이 든다고 행복해하셨다. 시간이 흘러 50대 후반,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 뽑히면서 임대아파트에도 살게 되고, 생활비도 40만원이나 받게 됐다. 남들에겐 하루 술값도, 명품백 하나도 살 수 없는 적은 돈일지 모르겠지만, 용할머니에게는 쉽게 벌 수 없는 큰돈이었다. 이제 좀 편히 살아도 될 것 같은 때였지만, 할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이렇게 큰돈도 받으니 나도 무엇이든지 누군가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생활이 어렵고 몸을 가누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도시락배달 봉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후 하루도 빠짐없이 20년 동안 도시락배달을 해왔다.


할머니는 오늘 배달할 도시락을 마무리하고 배달에 나선다


용할머니의 봉사철학은 하나다. 돈은 없어도 몸이 건강하니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복인지 모른다라며 할 수 있을 때 즐겁게 봉사한다고 덧붙이신다.


할머니의 발걸음은 오늘도 바쁘다. 아파서 혼자 쓸쓸히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방문은 늘 기다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50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도시락을 나누는 일, 이제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칠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날까지 도시락배달을 계속할 거라는 할머니의 다짐에서 어떤 청년의 포부보다 든든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젊은 봉사자들도 "다른 봉사자가 결석하는 날에 할머니가 한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기쁘게 봉사하신다."며 할머니에 대한 칭찬을 전했다.


도시락 배달 후 말동무도 해주고, 거동이 불편한 분을 방문해 돌보신다


용복순 할머니의 봉사는 도시락 배달이 끝이 아니다. 도시락 배달 후에는 주위에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거동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누가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 혼자 드시지 않고 나누신다. 이처럼 나누는 기쁨을 아셔서 그런지 표정도 항상 밝으시고 배려심도 남다르다. 이런 삶은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용할머니는 그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방화성당에서 선정한 숨은공로자상과 2011년 서울 강서구민의 날 자원봉사자 표창까지 받았다.


복잡하고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 용복순 할머니의 삶의 모습은 내가 아닌 남을 조금이라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큰 목소리로 말해주는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용할머니. 할머니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나눔의 기쁨이 전해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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