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버린 폐품도 마음을 담으면 소중한 선물이야

서울사랑 이선민

Visit1,732 Date2013.10.10 00:00

2013년도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 황화익 씨. 30년간 빈 병과 휴지, 빈 캔 등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여든이 다 된 지금도 마을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식사 시중을 드는 황 씨는 나누는 일에서는 아직도 청춘이다.


황화익 씨


“그냥 이젠 취미 생활이야. 남 도와주면서 보람도 크니까 아주 좋은 취미 생활이지.”


폐품을 수집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취미라는 황화익 씨. 황 씨는 78세라는 나이에도 새벽이면 집을 나선다. 골목골목을 돌면서 누군가 버린 캔이나 신문지, 빈 병 등을 모아 집 안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일주일에 한 번 이것들을 팔아 이웃을 돕는 일에 써 왔다.


황 씨가 이 같은 선행을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다.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한 후 불우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폐품 수집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시집와서 어렵게 살았기에 어려운 사람들 마음을 잘 알지. 옛날에는 다 어려웠어. 살림살이를 덜어서 누군가를 돕는 건 어렵지만, 남들이 안 쓰는 걸 모아서 파니까 돈도 되고 보람도 크더라고. 당시만 해도 빈 병 4개를 모아야 10원을 받을 수 있었지.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그래도 돈이 좀 돼.”


황 씨가 그간 폐품을 팔아 번 돈을 빼곡히 쓴 장부를 보여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 수집한 폐품을 팔아 처음 번 돈이 7천 700원이었다. 한마디로 ‘티끌 모아 태산’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처음엔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둔다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불평을 많이 했지만, 황 씨의 뜻을 이해한 후에는 가장 큰 조력자가 됐다. 빈 병을 정리하거나 파는 일은 남편이 담당했는데, 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뜬 후에는 자식들이 그녀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세상을 어디 혼자 사나?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지. 그리고 봉사는 남들 좋으라고 하는 일이 아니야. 봉사를 하고 나면 내가 더 기분 좋고 건강해진다니까. 한마디로 나 좋으라고 한 일인데 상까지 주니 고맙지.”


황 씨 집안 한쪽에 만들어놓은 창고에는 언제나 폐품이 가득하다(좌)
디스크와 관절염때문에 몸이 편치 않지만 폐품 수집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황 씨(우)


이웃돕기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일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 동네에서 빈 병과 캔, 폐지 등을 줍는 황 씨를 보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다고 한다. 사지 멀쩡한 사람이 폐품을 모으겠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도 황 씨의 손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입은 상처투성이다.


“창피하기도 했어. 부녀회에서 같이 하자고 했는데 한 명 두 명 빠지더니 나중에는 나만 남더라고. 처음 어렵게 모은 돈을 불우 이웃에게 전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서 난 그만두지 못했어.”


황 씨는 종로구에서만 52년째 산 토박이다. 그래서 동네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자녀가 없는 어르신들이 명절을 쓸쓸하게 보내지 않도록 선물을 주고, 사고를 당한 이웃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 병원비를 내주며 천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또 1천 200회, 2천400시간 동안 봉사 활동을 해왔고 10년 넘게 종로구 마로니에 경로당에서 점심 봉사를 하고 있다. 황 씨는 자신이 경로당에서 젊은 축에 속하니까 자신보다 더 나이 든 어르신을 보살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요즘은 관절염 때문에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지만 그만둘 수가 없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 내복이나 옷을 선물했을 때 기분 좋게 웃는 사람들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데 어떻게 그만둬?”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를 앓으면서도 새벽이면 다시 폐품을 모으러 나가는 황 씨. 나눔과 봉사에서만큼은 영원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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