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싸우는 우리 부부, 이번엔 안 싸울 수 없을까?

김숙기

Visit3,490 Date2011.09.08 00:00

<IMG style="CURSOR: hand" title="변호사 부부의 부부싸움과 이혼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MBC드라마 의 한 장면” border=0 alt=”변호사 부부의 부부싸움과 이혼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MBC드라마 의 한 장면” src=”http://inews.seoul.go.kr/hsn/inc/imgLoad.jsp?dirName=upload/article/&fileName=0012116.jpg”>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설렘도 있지만 여러 걱정이 앞선다. 명절로 인해 크고 작은 부부싸움을 하고 우울증, 공황장애, 소화불량, 신체장애 등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을 호소해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명절을 전후해 이혼신청 접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 전, 명절을 앞두고 아내의 명절 증후군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남편이 있었다. 40대 중반의 가장 A씨에게 명절은 결혼 전까지 설렘 그 자체였다. 설이나 추석이란 말만 들어도 괜스레 마음이 들떠 어린아이처럼 날짜까지 세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미리부터 챙기곤했다. 결혼한 지 12년, 스물 네 번의 명절을 보내면서 그런 그가 180도 달라졌다. 그는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분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당신 집안 사람들은 다 왜 그래?”


서너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내와 싸웠다고 했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던 서너 번도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아서 불안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그는 싸움 끝에 고속도로에서 부인을 차에서 내리게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이렇다.


“당신 집안 사람들은 다 왜 그래? 내가 당신 집안 종이야?” 이런 아내의 말에 눈치를 보며 조금이라도 오해를 풀어주려고 “우리 부모님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잖아”라고 얘기하려하면 아내는 말을 끊어버린다. 그러고는 “그래? 당신이나 당신 집안 식구들이나 다 똑같아”라며 화를 낸다는 것이다. 또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라며 말을 꺼내는 아내에게 기회는 이때다 싶어 “수고했다”고 위로해주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몇 마디 하다보면, “아니, 아는 사람이 그 모양이야”라며 2차 반격이 날아와 말 꺼내기도 두렵다는 것이다.


“그럴거면 이혼하자. 우리 부모에게 그 따위로…”


또 다른 남편 B씨는 아내가 올 추석은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다. 본가에 아이들만 데리고 혼자 간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더러 만약 그렇게 되면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다는 것. B씨는 며칠 전 술에 만취해 급기야 아내에게 폭탄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럴거면 이혼하자! 난 마누라는 바꿔도 우리 부모에게 그 따위로 하는 건 용서 못해~”


그렇다면 아내들이 왜 명절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자, 생각해보자! 많은 아내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명절’이나 ‘시댁’의 문제보다는 바로 남편의 생각과 태도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들에게 “명절 때 가장 얄미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하면 남편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발표 자료도 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의 어려움은 평소에는 나 몰라라 하다가 꼭 그럴 때만 시댁에 충성을 요구하는 남편의 태도와 의식이 섭섭한 것이다. ‘우리 부모(가족)에게 잘해야 사랑해주겠다’는 조건부의 느낌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는 이 사람에게 뭔가 싶어 서운해지고, 시댁 갔다 올 때마다 분노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문제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은 부부 둘만의 갈등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아내가 며느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만의 원인은 남편인데 그 불만을 비비꼬아 토로하는 아내, 설마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남편. 이렇게 문제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니 해결방법도 어렵고, 명절날이면 방영되는 똑같은 특선 영화처럼 똑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것이다.


부부들이여,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부부들에게 몇가지 제안을 하자면 첫째, 명절 전에 해야 할 사항으로 명절 전 부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 굳이 긴 시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식사 또는 차 한 잔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어도 좋다. 이때 해야 할 일은 이번 명절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다. 남편은 충분히 아내의 고충과 걱정을 들어주고 아내는 남편이 현실 안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부부 서로가 ‘나를 존중해 주는 구나, 우리가 소중하구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나에게 당연한 것이 배우자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자. 명절을 전후해서 불거지는 부부싸움 원인 중 하나는 상대방이 본인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년 넘게 같이 살아온 부모님을 자신이 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하라는 말은 시작부터가 모순이다. 배우자는 우리 부모님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갈등 해결의 시작이다. 며느리, 사위로서 ‘도리’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라.


셋째, 부부의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확대 재생산하지 말자. “너희 집은 왜 그 모양이냐?”, “당신 어머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하는 당사자는 오죽 답답하면 이런 얘기를 꺼내겠냐만 집안이 왜 그 모양인지, 부모님이 왜 그런지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돌아올 답은 뻔하다. “너희 집은 얼마나 대단해서. 오~ 그래서 그 모양이냐?”


점점 감정싸움만 될 뿐이다. 상대방 가족을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아픈 상처는 건드리지 말고 예민한 부분은 보호해주자. 서운한 게 있으면 부모님이나 집안을 들먹이지 말고 자기표현으로 “나, 이게 서운해” 라고 말하라.


넷째, 추석은 조상에 대한 감사의 예를 다하며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날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체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명절은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명절 스트레스가 사라지도록 가족 모두가 공평하게 노동에 참여하고, 가족 간 품앗이로 음식을 나눠 장만하자. 말로만 알았다고 하지 말고 가족구성원 그 누구라도 ‘멍절’이 아닌 행복한 ‘명절’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천하자. 추석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추석문화를 만들어 보자.


글/ 김숙기(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www.nowm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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