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끝에 납치 여아 구한 ‘이름 없는 천사’를 만났다

시민리포터 장경근

Visit6,396 Date2012.07.13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조용히 넘기려 했는데 이렇게 알려져 쑥스럽습니다.” 지난 6월말 은평구 역촌동 도로상에서 유모차를 타고 가던 3세 여아를 납치해 도망가던 중국인 판모(34) 씨를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장태훈(50), 김현옥(43) 씨.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납치 사건을 접한 이들은 용감한 시민에 의해 한 가정의 행복이 깨지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당시 무슨 사정에서인지 아이를 구한 용감한 시민의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두 시민의 선행이 사회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은평경찰서로부터 ‘용감한 시민상’과 함께 받은 포상금 100만 원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은평구청에 기탁하면서다.


장 씨 등은 성금을 내면서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봉사하겠다”는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자신들의 선행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이름도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여러 매스컴에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사라진 그들을 ‘은평구 이름 없는 천사’로 소개했고, 두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도 선행이 화제가 된 만큼 증폭되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용감한 두 시민을 만났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거듭되는 설득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을 하면서도 겸손하게 상대에게 서로의 공로를 돌렸다. 범행을 목격해도 혹시 다치거나 귀찮은 일에 끼어들게 될까봐 모른체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태.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에 맞서 여아를 구해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누군가 위험에 처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행동을 취했을 거예요. 더구나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라면 그냥 지나칠 리가 없겠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주위의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일이 뒤틀리자 범인이 아이를 던지려고 했어요


사건 당일 그들은 장 씨가 운영하고 있는 역촌동 음식점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10m 정도 떨어진 주택가 골목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저 부부싸움이려니 하고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어린아이를 안고 허겁지겁 골목길을 달려 나와 차도로 뛰어드는 남자를 목격했다. 그리고 유모차를 밀며 넋 나간 듯 외마디 비명만 토해내는 아이 엄마를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직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김 씨가 먼저 샌들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20m 정도 뒤쫓아 차들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로 뛰어들었고, 동시에 장 씨도 몸을 날려 두 손으로 아이를 치켜든 범인의 몸을 낚아챘다.


“일이 뒤틀리자 범인이 아이를 번쩍 치켜들고 차들이 오는 쪽으로 던지려고 했어요. 그 땐 정말이지 아찔했어요. 아이를 던지면 안 되잖아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순간 범인의 팔을 잡아 꺾었고 억지로 아이를 빼앗았지요. 제가 한 행동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어요.”


긴박했던 상황을 이야기하던 장 씨는 “아마도 공범이 길 건너편에 있었던 것 같다”며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보기 드물게 용기 있고 아름다운 이웃사랑을 실천한 두 시민은 은평구 역촌동에서 비슷한 업종의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공통점 외에도 생김새부터 마음씀씀이까지 쏙 빼닮았다. “고향이 비슷한데다 한 동네에서 음식점을 하다 보니 자주 만났고, 그러다보니 정도 들고,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됐어요. 그러면서 형, 아우로 지내며 가정의 애경사를 챙겨주는 관계가 됐지요.” 첫인상부터 친형제로 혼돈될 만큼 언행도 비슷했다. 그러니 포상금을 다시 돌려주자는 생각도 서로 같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포상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자고 말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우리 둘의 말이 딱 일치 된 거예요.” 위급한 상황에서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 소중한 아이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지켜 주었을 뿐 아니라 포상금 전액을 이웃돕기에 기탁한 장태훈, 김현옥 씨. 그들은 역시 입을 모아 거의 동시에 포부를 밝혔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겸손한 마음으로 힘이 약한 이웃을 도와가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지역치안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볼 것입니다.”


한편, 중국인 판모 씨는 지난 6월 26일 오후 4시 20분께 은평구 역촌동 도로상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던 어린아이를 납치해 도망가다 이 두 명의 정의로운 시민과 격투 끝에 붙잡혀 경찰로 넘겨졌고 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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