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나는 곳에 그들이 출동한다

서울톡톡 조선기

Visit3,661 Date2013.05.14 00:00


[서울톡톡]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들이 있다. ‘마감임박’, ‘1+1’, ‘땡처리’. 이런 단어들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인터넷을 클릭하거나 TV에 집중하게 된다. 이건 취향이라기 보단 본능에 가깝다. 그만큼 내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세계 최초’라는 말이다. 어떤 말이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 없다. ‘서울시 최초’도 대단한데 ‘세계 최초’라니 이보다 기특한 단어가 또 있을까?


얼마 전에 알게 된 이것도 그렇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이동식 무인 악취 포집 시스템 개발‧ 세계 최초 발명 특허’.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세계 최초’라 하니 박수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악취와 함께하는 분들이라니 뭔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게 정말 최초인가요?


악취 전문가들을 만나러 가는 길. 거리엔 꽃향기가 가득했다. 사무실에 ‘악취’가 진동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도착해보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직접 악취를 맡기도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서 악취가 나면 되겠어요. 항상 환기시키고 있지요.”


대기화학팀 전재식 팀장이 환기시스템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기화학팀은 서울 곳곳의 환경오염도를 조사하고, 사업장 및 생활환경 악취 오염도를 조사‧연구하는 곳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악취 포집 시스템을 개발하느라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면서 살았다. 그 결과 올해 3월 ‘이동식 무인 악취 포집 시스템’으로 발명특허를 출원‧등록했다.


쉽게 말해 이 시스템으로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악취물질을 잡아낼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 3~4명이 투입되어 23개 항목의 악취 시료를 샘플링 했다면, 이제는 차량에 장착한 악취 포집 시스템에 시간과 양 등을 세팅해 놓으면 악취 발생 지역의 시료를 자동으로 포집할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어딘가 있을 법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이게 정말 세계 최초인가요?’


“이게 간단해보여도 그렇지가 않아요. 악취마다 각각 특징이 있어서 악취를 잡을 수 있는 포집액체가 다 달라요.  어떤 건 2분만 포집해도 되는 게 있는가 하면, 어떤 건 그보다 오랫동안 포집해야 하지요. 또 복합악취의 경우엔 기체상태로 포집하는데, 적당량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아요. 그뿐인가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는 상하거나 망가질 우려도 있어서 그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처음이기 때문에 그들은 힘들었다. 기존 자료가 있으면 참고해서 만들었을 텐테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또 기존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연구 개발까지 하다보니 직원들 모두 밤낮없이 일한 날이 많았단다. 그래서 팀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나는 그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알고 있다


악취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보니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텄다. 같이 회식이라도 하면 이 냄새는 뭐고, 저 냄새는 뭐고 알아맞히느라 정신없다. 또 반대로 냄새에 민감하다보니 냄새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특히 복합악취의 경우 포집 후 직접 맡아봐야 해서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너무 고농도 악취를 맡았을 경우 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암모니아 같은 경우는 참을 수 있지만, 스컹크라고 있죠? 그 동물이 내뿜는 게 황 계통의 냄새에요. 그런 걸 포집해서 맡으면 기절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걸 깨끗한 공기랑 희석해서 맡게 돼 있어요. 근데 잘못 희석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요.”


그 뿐인가. 항상 안 좋은 약품에 노출돼 있다 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게 이들의 운명이다. 또 언제나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악취를 맡기 전엔 후각 기능이 정상인지 간단한 테스트를 받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코가 예민한 사람들이 입맛도 예민한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면 그 고기가 냉장고에 얼마나 있었던 고기인지 알겠더라구요.”


전재식 팀장의 경우 집에서 식사할 때도 후각과 미각 센서가 작동한다. 그래서 냉장고에 오래 두었던 돼지고기로 김치찌개를 끓이면 단박에 알아맞힌다고. 아무리 그래도 김치찌개의 돼지고기 상태까지 파악하다니, 이건 장금이도 어려운 일 아닐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대기화학팀을 맡기에 이보다 적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럼 쓰나, 악취가 날 때 와야지’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어짜피 하고 있는 일 굳이 시스템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악취를 포집하러 현장에 나가면 주민들이 그래요. 악취가 날 때 와야지. 안날 때 온다고. 사실 악취라는 게 낮보다는 밤이나 새벽에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시스템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주로 대기압이 낮아지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22시~08시) 등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시간에 현장에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주민들이 체감하는 악취 정도와 수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동식 무인 악취 포집 시스템’은 그래서 만들어지게 됐다. 여기서 포집된 악취는 분석을 거쳐 원인을 규명하고 악취 민원 해소에 이용된다. 



이번에 개발한 무인 악취 포집 시스템을 활용하면 인력을 직접 투입할 때보다 하루 최대 약 6배까지 많은 악취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트리메틸아민(부패한 생선 냄새) 메틸메르캅탄(대변 냄새) 암모니아(화장실 냄새) 스타이렌(비닐 태우는 냄새) 등 22종과 복합악취 1종 등 23종의 악취 원인 물질을 자동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는 관련 차량은 한 대 뿐이지만 향후 곳곳에서 무인 악취 포집 차량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스템은 여름철에 진가를 밝휘할 겁니다. 아무래도 여름에 악취가 많이 나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도 신경 쓸 생각입니다.”


사전상으로 악취는 ‘나쁜 냄새’를 지칭한다. 그러나 ‘나쁜 냄새’라는 말처럼 주관적인 것도 없다. 나에게는 나쁜 냄새일지라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나쁜 냄새가 아닐 수 있다. 악취 관련 부서의 어려움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이 있기에 서울이 조금 더 쾌적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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