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까? 말까? … 프러포즈 하려는 당신에게

서울톡톡 조선기

발행일 2012.12.24. 00:00

수정일 2012.12.24. 00:00

조회 5,328

[서울톡톡] 당신에게 연인이 있다.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쑥스럽다. 그럼 그냥 넘길까? 그러기엔 아쉽다. 또 많은 결혼 선배들은 말한다. "프러포즈 안했더니 결혼하고 내내 잔소리야."

내겐 너무 예쁜 한강

여기 많은 이들의 프러포즈를 지켜봐 온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한강공원 분수프러포즈를 진행해 온 한강사업본부의 백민 주무관이다. 분수프러포즈는 여의도한강공원 수상분수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5~6,9~10월에 진행되는데, 2010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총 400여 커플이 사랑을 이루었다.

자료만 봐서는 이벤트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1992년 입사 후 서울 곳곳의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이다. 현재는 한강공원의 분수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분수 프러포즈를 진행하고 있다니 이유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2년 전쯤 한강사업본부에 왔는데, 가까이 있어보니까 한강이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더라구요. 도심에 이런 강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또 야간 분수가 굉장히 예쁘거든요. 한낮의 한강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라면 밤의 한강은 뭐랄까, 차분하면서 굉장히 로맨틱하죠. 그것하고 어울릴 만한 걸 찾다가 '프러포즈'를 생각해냈죠."

분수프러포즈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처음부터 염두해 둔 건 아니지만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니, 이게 단지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프러포즈는 평생 한 번 있는 일이지만, 그 추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한강 분수프러포즈가 매력적인 건 한강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 누구에게나 그렇듯 추억은 힘이 세다.

"결혼 후에도 1주년, 2주년 때 다시 찾아올 수도 있는 거고. 또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아이한테 '아빠가 엄마한테 프러포즈한 장소야'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단 한 번의 실패

그렇게 추억을 쌓은 이들이 정확히 414커플이다. 신청자는 대부분 20~30대 남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신청이 늘고 있다. 또 연령대는 30대(68%), 20대(28%), 40대(3%) 10대(1%) 순이었다.

재미있는 건 결혼이 임박한 프러포즈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결혼하기 전, 프러포즈에 부담을 느낀 남성들이 분수프러포즈에 SOS를 치고 있는 셈이다. 그 외에도 단순교제, 생일축하 등의 이유로 신청을 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청각이 불편하신 커플의 프러포즈가 있었는데, 신청자의 수화 프러포즈는 지켜보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청각 장애인들은 배경음악과 수화를 맞추기 위해 목재바닥에 전해지는 진동에 따라 수화 템포를 조절한다고 해 감동을 더했다.

또한, 결혼 하객이 없어 신부가 상심할 것을 걱정한 한 남성은 장미꽃 100송이를 관객들에게 미리 나눠주고 이벤트 중 한 사람씩 신부에게 장미꽃과 축하의 덕담을 건네주기를 부탁한 이벤트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커플이 프러포즈에 성공한 건 아니다. 단 한 번, 프러포즈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의아한 데 남자분이 프러포즈를 시작했는데, 여자분이 가버렸어요. 아찔했죠. 제가 의아한 건 이분들이 다음 주에 결혼이었거든요. 알고 보니, 이건 남자분이 여자분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더라구요. 나중에 남자분이 여자분한테 전화하는 걸 들었는데, '나 이런 거 싫어한다고 그랬잖아~~'이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누군가는 말한다. 프러포즈라는 거, 반지 사서 무릎 꿇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당신의 연인이 한낱 반지 때문에 마음이 움직일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프러포즈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먼저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주목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연인을 두고 있다면, 굳이 청심환 먹어가며 무대 위에서 청혼가를 부를 이유가 없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공개 프러포즈를 좋아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러포즈 받는 게 어찌보면 쑥스러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여의도 수상분수 이벤트 보다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이벤트를 원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한강 분수프러포즈는 반포한강공원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진행한다. 이 두 곳은 이벤트의 특성과 콘셉이 다르므로, 신청할 때 염두해 두는 것이 좋다. 먼저 여의도한강공원 수상분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프로포즈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곳이다. 무대 스크린을 활용하여 '영상편지'가 방영되고, 커플사진 슬라이드 쇼와 함께 청혼가를 부르면서 프로포즈를 할 수 있다. 프러포즈가 끝난 후엔 축하 분수쇼가 펼쳐진다.

그러나 남들 앞에서 프러포즈하는 게 부끄럽다면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이벤트가 좋을 듯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는 신청자가 직접 녹음한 사연을 방송하고, 직접 선택한 음악으로 분수쇼가 진행된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두 사람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성공률을 높이는 프러포즈 키워드
백민 주무관에게 프러포즈 팁을 알려달라고 하니,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이란다.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결국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끝에 프러포즈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을 모아봤다. 

1. 물과 밤 : 아무래도 시간대는 밤, 장소는 물가가 좋겠다. 깊은 밤, 물가에서의 고백이 상대방의 
                OK를 끌어내기에 유리하다. 그래서 한강 분수프러포즈가 인기 있는지도. 


 2. 노래 : 청혼가로 뭘 불러야 할까? 가장 좋은 건 상대방이 좋아하거나 둘 만의 추억이 있는 노래다.
             그러나 마땅히 부를 게 없다면 다른 이들이 부른 노래를 참고해도 좋다. 백 주무관이 수도 없이
             들은 노래는 이승기의 '결혼해줄래'와 이적의 '다행이다'. 


3. 장모님(?) : 만약 당신의 연인이 여성이라면, 예비 장모님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 분수프러포즈
                   이벤트에서도 영상편지에 장모님 될 분이 나오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단다.


 4. 진심 :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다. 이벤트를 화려하게 하고, 편지에 각종 멋진 
             말들을 늘어놓는다고 프러포즈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이 
             성심성의껏 노래를 부를 때,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 상대방은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당신이나 잘 해~"

얘기하다 보니, 백 주무관은 어떤 프러포즈를 했는지 궁금했다.

"저요? 저 안했는데요."

결혼 5년차. 남들 프러포즈를 돕느라 밤이나 낮이나, 평일이나 주말이나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그는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집에서 나올 때, 와이프에게 한 소리 듣는다. 댁도 안했으면서 누굴 도와주느냐고.

그런 그에게 결혼 10주년 때 분수이벤트를 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실제로 분수이벤트는 연인 외에도 부모님의 생일 축하나, 임신·출산, 결혼 10주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신청하기도 한다.

"주무관님 프러포즈 하면 부르세요! 구경갈게요."
"(쑥스러워하며) 오지마세요. 전 반포에서 할 거에요."

만약 당신 마음속에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고백해보는 건 어떨까. 실패할 수도 있지만, 아픔이 있어서 더 달콤한 게 사랑 아닌가. Love Is All Around. 용기를 내자. 사랑이 가득한 크리스마스니까.

■ 한강 분수프러포즈
 ○ 이벤트 장소
    -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 신청자의 목소리로 녹음한 내용을 방송, 선곡한 음악으로 분수쇼 (5분)
    - 여의도 수상분수 : 영상편지, 커플사진 슬라이드, 청혼가 등 공개적인 이벤트 (20여분)
 ○ 운영기간 : 5~6,9~10월
 ○ 신청 접수 :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에서 신청
 ○ 문의 : 02)3780-0678 
  ※ 올해 이벤트는 마감된 상태, 한강 분수프러포즈는 내년 5~6월, 9~10월중에 다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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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프러포즈 #이색공무원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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