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곰 아저씨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2.06.04. 00:00

수정일 2012.06.04. 00:00

조회 3,31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주택가 사이에 아담한 카페들이 들어선 한적한 가로수길을 지나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를 지나가다보면 귀여운 곰 그림이 눈에 띄는 자전거 가게가 있다. 공구를 한 손에 쥔 곰 한 마리와 자전거. 담백하고 세련된 솜씨다.

2011년 6월에 오픈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자전거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가득하다. 시내도 아닌 동네에 있지만 일부러 멀리에서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단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또 자전거를 타는 습관에 맞게 제작되는 자신만을 위한 자전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때문인 듯.

이거 보통 자전거포가 아니구나 싶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마주친 주인장은 그러나 평범한, 벽에 그려진 푸근한 곰을 닮은 인상의 젊은이가 아닌가. 순간 주인장이 아닌 직원인가 싶었지만 서른 살이 채 안된 이 청년이 자전거포 사장님이다.

자전거 수리나 튜닝은 기본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 자전거를 만든다 하니 머릿속에는 연륜과 경륜이 풍부한 외국의 할아버지 마이스터가 떠올랐건만.. 게다가 그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을 뿐 특별한 자전거 마니아도 아니었단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먹고 살 문제를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학자가 아닌 기술자, 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선택에 주변에서는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고집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한국 바이크 아카데미에 들어가 자전거 정비를 배우고, 자전거 정비 및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경남 양산까지 가서 문하생을 자처하며 자전거를 배웠다. 핸드 메이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 견학을 가고, 미국 오리건주 애슐랜드에 7개월간 머물면서 자전거 학교 'UBI(United Bicycle Institute)'에서 체계적인 자전거 정비 및 산소용접, 전기용접, 프레임 제작 등을 배웠다.

이제 그에게 자전거는 공산품이 아닌 수공업품이다. 손으로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거기에 맞춰 바퀴살을 짜고, 알맞은 부품을 고르고, 프레임을 만든다. 자전거 타던 소년이 자전거 바퀴를 짜고, 프레임을 만들고, 안장을 얹는 자전거를 만드는 청년이 된 것이다. 스펙과 취업, 각종 고시에 매달려야 하는 요즘 젊은 청년답지 않은 이력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그의 공방은 오픈 직후부터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저 철 덩어리에 불과한 것들이 자기 손을 거쳐 한 대의 완전한 자전거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뿌듯하기만 하단다. 또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자전거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주인의 손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더없이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두부? 두부곰? 두부공!

이쯤에서 공방 이름인 두부공이 궁금해진다. 두부는 다름 아닌 그의 어릴 적 별명. 별명인 두부에 장인 공(工)자를 붙여 '두부공'이라는 재미있고 정겨운 가게 이름이 지어졌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지만, 2층 작업실에서 요란한 쇠 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기며 일하는 그는 영락없는 장인의 모습이다.

처음부터 고급 수제 자전거 숍으로 장사를 했다면 돈도 좀 벌었을 텐데, 두부공은 체인이 녹슬고 빠져버린 낡은 자전거의 수리도 마다않는 소박한 장인이다.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체인이며 바퀴살을 만지느라 두터운 손이 늘 새카맣다. 장갑도 끼고, 뭔가 장인 냄새가 나는 멋진 앞치마 작업복도 좀 갖추어 입어보라는 주위의 충고에도 수수하게 웃기만 한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자전거포에서 만드는 나만의 자전거'다. 물론 자전거 선수나 마니아들의 것이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자전거를 말하는 것. 손으로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바퀴살을 짜고, 알맞은 부품을 고르고, 프레임을 만든다. 타는 사람의 몸과 성향에 꼭 맞는 수제 자전거다.

그는 두부공이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전거가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수단이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가끔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그 시간이 즐겁다고 한다. 자전거 가게란 것이 계절도 타고 크게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그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님이 없을 때는 가게 문을 닫고 근처에 나가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얼마 전엔 배우고 익힌 기술을 나누고 싶어 민들레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자전거 리폼, 정비 수업을 하고 푸른 숲 학교에서 진로특강도 했다. 그는 꿈꾼다. 두부공의 이름만 듣고도 부산, 광주, 제주 어디서든 찾아올 만큼 '최고의 자전거 제작자'가 되는 것을.

두부공 홈페이지 http://www.dooboog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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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공 #수제자전거공방 #수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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