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로 산다는 것

서울톡톡 조선기

발행일 2012.11.12. 00:00

수정일 2012.11.12. 00:00

조회 12,064

[서울톡톡] 10월 26일 서울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연지 2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도서관 회원증을 만든 사람은 5천 6백여 명. 방문한 사람은 11만여 명에 달한다.(11.4기준)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원이다. 하루하루 이들을 감당하느라 애를 쓰고 있는 서울도서관 사서를 만났다. 현재 도서관에는 20여명의 사서가 근무하고 있다. 서울톡톡에서 만난 사람은 13년차 김지혜 사서와 1년차 이현수 사서다.

사서가 뭐가 바쁘냐고 하지만...

한 눈에 봐도 이들은 피곤해 보였다. 사서가 되면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김지혜 사서(이하 김) : 사서가 책을 대출해주는 일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자료 선정이라든가, 행정업무라든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워낙 많은 분들이 오시고 안내해드리다 보면 일이 많이 쌓이죠. (이현수 사서를 가르키며) 이 친구도 회원증 발급 부스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러니까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이현수 사서(이하 이) : 데스크에 있으면 컴퓨터 할 시간이 없어요. 메일 확인하기도 어려워요. 원래 월요일이 휴무일인데, 제가 할 일이 많아서 출근했거든요. 그 때 메일 보니까 전날 온 메일이 30개가 넘더라구요.

개관 초기이기도 하고, 워낙 관심을 한 눈에 받고 있는 도서관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회원카드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책을 빌리려는 사람도 있고, 그냥 둘러보러 온 사람도 있다. 그리고 화장실만 사용하려고 들어오는 이들도 꽤 많다.

이 : 도서관 건물이 도서관처럼 안생기고 박물관처럼 생겨서 그런지, 광장에 계시는 분들도 도서관이란 인식이 없으신 것 같아요. 화장실에 가야겠다 하고 들어오시고 시끄럽게 떠드시는 분들도 많고요. 너무 시끄러우면 제가 '여기 도서관이니까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 얘기하거든요. 그럼 그제서야 '여기 도서관이구나' 아시더라구요.

서울도서관은 서울광장에 붙어있다. 기존 도서관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데 비해 이곳은 북적거리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 의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서울도서관은 열린공간을 추구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책을 가까이 하고, 그로 인한 정보과 지식을 서로 나누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건 자료실 분류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김 : 원래 도서관이 이용자 계층을 분리해놨어요. 어린이, 일반, 전문자료실 등등. 하지만 서울도서관은 어린이실이랑 일반 자료실을 분리하지 않고 합쳐놨어요. 처음에는 구조적으로 잘못 만든 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죠. 하지만 도서관을 정보공유공간이라고 봤을 때 여러 계층의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린이실와 일반자료실가 같이 섞여 있어도 되는 거죠. 우리가 아직 옛날 사고에 갇혀서 그렇게 보는 걸 수도 있어요.

A와 B가 섞이면, AB가 아닌 C나올 수 있다. 독서의 최종 목표는 마음의 힘을 키우고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자료실이 하나의 공간에 자리잡는 건 꽤 괜찮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용자들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건 사람이다.

이 : 나이 지긋한 분들이 사서들에게 반말하는 건 기본이구요. 떠드는 아이에게 조금 조용히 하자고 얘기하면 부모들이 뭐라고 하는 경우고 있고요. 자기 속상한 얘기를 하소연 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해요.

사서가 된 지 1년

김: 책이 좋아서 들어온 친구들이 많죠. 사서 중에서 책을 좋아하는 분들 보면 굉장히 박학다식하세요. 감수성도 풍부하고... 근데 저는 제외입니다. (웃음)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서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바쁘다보니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다. 더군다나 대표도서관으로 옮겨오고 나서 책 읽는 건 사치가 됐다. 사서가 된지 1년이 된 이현수 씨는 요즘 생각이 많다.

이: 저는 원래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한 학생을 만났는데, 괜찮은 책이 들어오면 그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왕따였더라구요.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었는데, 어느 날 저한테 떡을 하나 주는 거예요. 선생님이 친구같아서 주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게 감동이었어요.

그때의 경험은 그의 진로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권해준 책 한 권이 누군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한 매력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다만 사서가 되고 보니, 당시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 물론 일에 대한 보람은 느끼는 데, 그 때보다 책임도 많아지고 전체를 봐야하는 일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이 사람에게 친절하게 해주면 되겠구나 였는데, 요즘은 일회성보다는 전체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아무래도 대표 도서관이니까.

그래서인지 후배들에게 이 일을 권해주고 싶냐는 말에 조금 망설인다. 특히 사서가 편할 것 같다고 하는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사서직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들의 역할이 다른 직업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책은 중요하면서, 책과 정보를 다루고 있는 이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무슨 논리일까.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선 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도서관을 개관하고 나서 열의 여덟, 아홉분은 도서실을 찾으셨어요. 자습실이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문화편의시설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도서관이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사회에 와서 별도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잖아요. 사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서관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엔 끝이 없다. 자격증을 따고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공부도 중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 김지혜 사서 추천도서  

1. 공유의 비극을 넘어 / 엘리너 오스트롬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작. 공유자원 관리체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책 

2.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 에드 디 앤절로
   공공도서관이 민주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기관으로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  

3. 서울 육백년사 / 서울시사편찬위원회
   1977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의 역사를 집대성한 것으로, 서울사람이라면 관심있게 봐야할 책 

■ 이현수 사서 추천도서  

1. 일생의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최도성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문학적 지식이 담겨있는 여행책.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의 프라하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게 한다.  

2. 책 읽는 사람들 / 알베르토 망구엘 
  
전자책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독서의 즐거움과 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 

3. 마음이 아플까봐(어린이) / 올리버 제퍼스 
  
호기심이 가득한 소녀가 할아버지를 잃고 난 후의 상황을 그린 성장 동화.
   어른들이 읽어봐도 여운이 깊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구나

김 : 일 하다보면 세상에 불안한 사람이나 화가 많은 사람이 많구나 싶어요.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경계에 선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도서관에 있으면서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든가보다, 마음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죠.

책이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힘을 강하게 할 수는 있다. 그게 바로 사회가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도서관의 역할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김 : 시장님이 제시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도서관 비전이 '책읽는 서울'이고 책으로 서울의 힘을 키운다 거든요. 그게 바로 정신의 힘이나 마음의 힘을 키운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표라는 말은 참 많은 부담을 준다. 실수해서도 안되고,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은 서울대표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에게 얘기할 때도 신경쓰게 되고,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려고 하고, 가능한 필요한 도움을 더 주려고 한다. 그러다 문든 드는 생각. 서울대표도서관이면 다른 도서관과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김 : 사실 대민서비스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이 부분을 빨리 정리하고,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도서관이 서비스의 케이스가 될 만한 것들을 만들어내서 공공도서관에 배포도 하고 공유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회원증 발급하고 시민들 만나고 이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주된 일은 아니거든요. 그러기 위해 인력도 좀 보강하고 시에서도 많이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이제 시작이다. 서울도서관이 정말 서울을 대표하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백년 후에도 많은 이들이 즐겨찾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 서울도서관 이용 안내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 이용시간 : 평일 - 09:00~21:00(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등은 18:00까지)
                    주말 - 09:00~18:00
 ○ 정기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도서대출 : 서울도서관 회원증 소지자로 3권 14일 가능
 ○ 홈페이지 : http://lib.seoul.go.kr
 ○ 대표전화 : 02) 2133-0300~0301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서울도서관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