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자 출신 사업가의 성공담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상무

발행일 2011.12.27. 00:00

수정일 2015.12.18. 15:23

조회 4,329

“복잡할수록 쉽게 생각하는 ‘쉽ㆍ생ㆍ남’ 임수열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닉네임을 쉽ㆍ생ㆍ남으로 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강남창업센터에서 노숙자생활을 하다가 재기한 임수열(43) 씽크이지 대표의 좌절과 극복에 관한 경험 사례 강의가 있었다. 그는 성공하겠다는 열의가 높은 청년벤처사업가에게 무료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첫 해에 100개, 다음 해에 200개, 그리고 5~8년 내에 1,000개의 기업을 무료 컨선팅하겠다는 의미로 천사(1000社)프로젝트라 이름지었다. 강의가 끝난 후 임수열 대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천사프로젝트의 내용은?
“우리나라는 연대보증 때문에 실패 후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대로 빚쟁이가 되고 신용불량자 됩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많은 실패를 해봤어요. 준비가 부족한 청년들이 사업한다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드는 게 안타까워 조금씩 도와주다가 10월 초에 스티브잡스가 사망하는 것을 보고 나도 앞일을 모르는 인간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꼭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2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은 어떻게 합니까?
“제 컨설팅 방식은 좀 특이합니다. 마케팅에 중점을 둡니다. 회사 성격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자신의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세상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을 발굴해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홍보와 컨설팅을 해줍니다. 화장품의 경우 ‘나는 가수다’와 같이 그림 대중평가단을 구성하여 ‘나는 화가다’라는 미술 공모전을 하여 문화적인 상품이라는 이미지로 브랜드를 알립니다. 화가들은 자기 이름을 알려서 좋고 화장품회사는 비용 들이지 않고 홍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도와 줄 수 있는 자원이 문제인데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합니까?
“그동안 번 돈과 기업체에서 강의를 해서 얻어지는 수입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규모가 더 커지면 후원 받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사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씽크이지 홈페이지(http://thinkeasy.co.kr)에 가면 천사프로젝트 안내 공지가 있습니다. 이메일로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 목표 등을 적어 신청하면 됩니다. 아이템과는 상관없이 열의, 집념 등 정말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가를 알아보고 그들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운영방식은 돈 대신 ‘영혼의 계약서’를 받습니다. 성공한다면 또 다른 벤처사업가의 자립을 돕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템은 상관없다는 얘기는 아이템이 나빠 실패하여도 열의가 있고 사업하는 요령만 알면 재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고민하며 세계를 떠돌던 때강의 중인 임수열 대표

-어떻게 하다가 노숙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까?
“1995년, 화장품 회사에서 3~4년 직장생활을 하다 나와서 피부 관리실의 대중화를 꿈꾸며 에스테틱 프랜차이즈를 기획했습니다. 당시에 화장품 판매 루트는 방문판매와 화장품 할인코너였는데 저는 피부 관리실을 대중화하여 화장품을 파는 방식을 생각한 거죠.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화장품회사가 있어 경기도 안양시 안양 1번가에 안테나숍을 계약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에 친한 선배가 와서 1주일만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사업자금 6~7천만 원을 빌려줬다가 부도가 났습니다. 저는 그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그때 함께 했던 화장품 회사가 운영을 맡아 지금은 수십 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그만두고 그 선배를 찾으려고 집을 나와 여관방, 만화방을 전전하다 서울역에서 노숙자생활까지 해 본적이 있습니다.”

-노숙자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은?
“아주 추울 때 서울역에서 보름정도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다른 노숙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해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들과 같이 불을 쬐고 얘기하는 내 모습에 놀랐습니다. 나도 몇 년 뒤엔 저들처럼 될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빵 한 개, 우유 한 모금을 먹기 위해 인간이 갖고 있는 자존심을 버리는...”

-아직 결혼을 안 했다고 하던데요?
“독신주의자는 아닙니다.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할 겁니다. 한번은 방송국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습니다. 미혼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딸을 가진 어머님들에게서 제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상당히 많이 왔다더군요. 그 즐거운 기억을 간직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언제였습니까?
“실패를 통해서 노숙자 경험을 한 후 500만 원 가지고 듀비스라는 결혼정보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잘 돼서 코스닥 등록까지 추진하기도 했고 추가로 마케팅 회사 씽크플레이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다 돈을 노린 강도에게 납치 돼 생사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러고 나니 돈,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군요. 우울증으로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7년간 배낭 하나 메고 세계 곳곳을 다녔습니다.”

-여행비 조달은 어떻게 했습니까?
“회사 운영할 때 남았던 돈이 좀 있긴 했지만 그냥 떠돌이 생활이었기 때문에 큰 돈이 들진 않았습니다.”

-세계여행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까?
“지난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진정한 성공이 뭔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넉넉해서 남을 도와주는 게 아니고 도와주는 자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홍보 마케팅 하는데 도움이 됩니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유명한 인지도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면 효과가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먼저 자기를 알려야 합니다. 아무리 친구가 많다 해도 형식적이고 아무 영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를 인정해주고 믿어주게 하려면 스스로 위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뭔가 특별한 꺼리가 있다면 트위터가 조금 효과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모든 정보를 너무 공개하므로 이용자는 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고전을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일본 교토 상인들의 성공을 위한 계명 중에 "돈이 없으면 지혜를 구하고 지혜(창의)도 없으면 땀을 더 흘려라. 그러면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과는 다른 창의적 발상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땀을 더 흘리면 남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봅니다.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그 사업을 하는 게 즐겁다고 생각되는지, 사전 조사를 통해서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보고 그런 일이 일어나도 나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까?
“첫째 창의적 발상, 둘째 강한 집념과 의지, 셋째 두려움 없는 시도, 넷째 자신만의 성공 기준 확립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은 말고 프로가 되야 하는데 프로는 말보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존경하는 인물은?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존경합니다. 유럽에서 스티브 잡스만큼 유명한 괴짜 사업가입니다. 레코드 가게를 시작으로 지금 수백 개 계열사를 거닐고 있습니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열기구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민간인들을 달나라 여행시킨다고 우주관광업체 등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분이어서 존경합니다.”

그는 진정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는 사람같았다. 성공하고자 열심히 땀 흘리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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