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야! 우리 가족이 지켜줄게!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동현

발행일 2011.05.30. 00:00

수정일 2011.05.30. 00:00

조회 5,096

EM 흙공을 던지는 회원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먼 곳을 두리번거리거나 거창한 주제를 찾을 필요는 없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이름도 소박한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이하 도림천 주민모임)'. 자신들의 집 주변에 흐르는 '건천(乾川)'인 도림천을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 나게 하기 위해 작게는 쓰레기 줍기부터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과학적인 수질개선을 위한 방법 모색으로 옮겨갔고 이제는 아예 대 주민 캠페인에까지 나선 이들이다. 도림천에 청둥오리들이 노닐고 왜가리가 산책하는 근사한 풍경이 생겨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로지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사랑하고, 거기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몸 바쳐' 일구어낸 작은 승리. 지난 주말 이들의 월례 환경 캠페인 행사에 박동현 시민리포터가 다녀왔다.

환경 캠페인도 재미있게, 졸업생과 재학생 다 모이는 홈커밍데이 분위기

<이런 분들 미워요>
'합성세제 마구마구 쓰시는 분들‘
‘라면 국물 변기통에 버리는 분들’
‘시원한 다리 밑에서 먹고 놀고 나서 강변에 쓰레기 버리고 가시는 분들’

이런 문구가 어른 키 높이의 판자에 적혀 있고 둥글게 오려낸 곳 주변에는 못이 박혀 있다. 둥근 곳에 얼굴을 내밀면 아이들은 물풍선을 던진다. 풍선이 못에 닿으면 터지게 되므로 이건 물벼락을 맞는 놀이다. 그래도 어른들은 기꺼이 얼굴을 내밀고 물벼락을 맞는다. 이것도 자원봉사의 일종이며 헌신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작은 이벤트니까.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5월의 마지막 주말. 관악구 소재 도림천 수변무대(보도교) 주변에서 ‘반갑다! 청둥오리야! 우리 가족이 지켜줄게!’라는 슬로건으로 환경 살리기 캠페인이 펼쳐졌다. 이를 주관한 이들은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인근 서울여상, 숭의여고, 성보고등학교, 서울삼성중, 서울봉원중 재학생들과 인근 지역 가족들이 함께 캠페인에 참여했고, 도림천 상류에 위치한 서울대생 10여 명도 자원해 후배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본 행사에 앞서 4개 팀으로 나뉘어진 자원봉사자들은 도림천의 구간별 지정 장소로 이동하면서 수변정화, 수질 모니터링, EM(Effective Organisms, 유용미생물군)흙공 투척하기, 미꾸라지 방사, 미나리 깡 식재, 쓰레기 수거 등에 참여했다. 특히 학생들은 도림천 사랑과 관련한 문구가 적힌 띠와 피켓을 각자 만들어 주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근래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도림천에는 제법 많은 물이 흘러내렸다. 눈으로 봐도 바닥 모래와 흙들은 훤히 들여다보였고, 하천 양옆으로 쌓아둔 자연석이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파릇한 새싹들과 조화를 이루며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변무대 주변 하천은 나리과의 식물들이 노란꽃을 활짝 피운 채 줄지어 서서 찾아온 시민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듯했고 잘 가꾸어진 화원 못지 않았다. 흔치않은 흰색털의 왜가리가 하천에서 한가하게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또 먹이를 찾아 하천을 오르내리고 발빠르게 헤엄치며 기다란 부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청둥오리들도 만날 수 있었다. 둔치길로 연신 오가는 자전거들과 나들이 시민들의 발걸음 소리에도 전혀 놀라지도 않고 외려 구경꾼들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그 옛날 도림천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도림천에는 분명히 구석구석 누군가의 보살핌과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도림천 곳곳에 쏟아부은 회원들의 10년 사랑

도림천을 말할 때 10년이 넘도록 도림천에 사랑을 쏟아부은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도림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훤히 꿰고 하천과 함께 하고 있는 주민참여형 환경단체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도림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매월 주민모임 주관 하에 어린 학생과 가족 단위의 자원봉사자들이 도림천을 누비며 가꾸어나가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은 수질측정기기며 무거운 EM흙공을 각자 나누어 들고 멀게는 1Km를 넘게 하천을 따라 걸었다. 그러나 한 사람도 힘들어하거나 짜증내지 않았다. “스스로 자원해 하는 일인데요. 힘들지 않은 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왕 하는 것 기쁜 마음으로 해야지요. 내가 조금 힘들면 누군가는 조금 편해질 수 있잖아요.” 어느 여학생이 들려준 이야기가 다른 학생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주민대표 김은령씨는 같은 팀 학생들을 이끌고 하천을 거슬러 오른다. 빠른 걸음만큼이나 입도 쉴 새가 없다. “저기 물이 고여 있는 곳은 모기 유충의 서식지예요. 모기 유충의 이름이 뭐예요?” “장구벌레요!” 금방 답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김 대표가 손가락을 가리킨 곳에는 작은 미물들이 쉼없이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면 모기가 될 녀석들이다. “흙공을 하나 넣으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여있는 물에 흙공을 '첨벙' 던진다. 행사에 사용된 황토빛 EM흙공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로 미리 만들어 숙성시킨 것들이다.

손자 두 명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가한 EM 환경전문강사 여순옥(57)씨는 “하천 수질정화용으로 EM흙공을 많이 사용합니다. 황토에 유용미생물군인 EM을 섞어 반죽해 야구공 정도로 만들어 1~2주 숙성시키면 발효되죠”라고 말한다. 흙공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하천수질이 정화되고 악취제거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하천변에 자원봉사자들이 죽 늘어서서 선창자의 구령에 따라 흙공 수백 개를 투척했는데, 상류지역이라 하류 정화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꾸라지 방사도 했다. 처음엔 비닐 봉지에 담아온 미꾸라지들이 햇살에 몸살을 했는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하천에 방류를 하고 나니 제 세상을 만난 듯 요리조리 헤엄쳐 다녔다. 아이들은 미꾸라지가 신기한지 하천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속 미꾸라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기도 했다. 미꾸라지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조류의 먹잇감도 될 것이고, 장구벌레를 잡아먹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일 것이다.

흙공과 미꾸라지의 기적, 정기적인 수질측정, 도림천의 역사를 만든다

하천 수질검사는 팀별로 수질측정기를 서너 대씩 지참하고 인솔자의 설명에 따라 이루어졌다. 하천 벽에 전지차트를 부착하고 수질측정에 관한 이론 강의를 들은 후 하천 물을 비커에 담아 수질을 측정한다. 온도, 색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등을 측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도림천 주민모임은 매월 환경 캠페인을 펼치며 하천의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관찰 기록표를 작성해 누적해왔다. 지금의 도림천이 있기까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역력히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환경 캠페인에 처음 참가한 김진석(고2) 학생은 “수질검사를 처음 해보았는데 참 신기합니다. 눈으로 봐서는 물이 깨끗한지 안좋은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직접 측정 해보니 궁금증이 풀렸어요. 아직 도림천은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데 앞으로 수질이 좋아질 수 있도록 정화활동을 더 벌여나가야 하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계속 참가할 겁니다. 곧 더워지면 이곳에서 아이들이 수영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수질검사 소감을 이야기했다. 김은령 대표에 따르면 수질측정은 일시적·단편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1년, 2년 차곡차곡 쌓이면서 데이터화 된다. "그것이 살아있는 데이터죠. 힘들었던 만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또 진짜 내 것이 되는 것이지요”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화활동을 위해 분산됐던 네 팀이 수변무대로 다 모인 후에는 '환경 OX퀴즈'가 이어졌다. “모기의 유충 이름이 장구벌레가 맞으면 O, 아니면 X.”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BOD가 맞으면 O, 틀리면 X.” 앞서 정화활동을 하면서 인솔한 강사가 봉사자들에게 모두 설명한 내용이므로 귀담아 잘 들었더라면 모두 맞출 수 있는 것들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태체험도 하고, 과학상식도 익히니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었다. 이외에 부대행사로 도림천 사진전, 자전거 무상점검, 비장애인 장애체험, 종이배 경주, 페이스 페인팅, 주민 노래자랑 등이 이루어져 700여 시민들은 모두 신나고 유익한 주말 오후를 만끽했다. 행사에 참가한 주민들을 위해 화분에 직접 상추를 심고 분양받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상자화분 텃밭 분양도 이루어졌다. 화분은 금방 동이 났다.

도림천의 왜가리와 청둥오리

중학생들도 봉사하는데, 쓰레기나 담배꽁초 버리는 주민들 보면 미안해

주민들은 이들의 활동을 어떻게 바라볼까? 도림천 인근에 산다는 남현주(28)씨는 “주민모임 자원봉사자들이 하천 주변을 관리해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동생 같은 중고등학생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자원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간혹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를 하천에 버리고 또 담배꽁초를 버려 가까이 있으면서 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민들 모두 도림천을 보다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지금은 봉사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학생들과 도림천 가꾸기에 동참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만 보였다. 학생들을 따라 노란나비, 흰나비들이 어깨 높이로 뒤따르며 오늘의 수고를 격려하는 듯했다. 행사 후 마지막까지 뒷정리를 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김 대표의 얼굴에는 피곤함은 가시고 또 하나를 해냈다는 보람과 성취감이 보였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도림천에는 상류에서 내려온 송사리가 간간이 헤엄쳐 다닙니다. 쇠백로와 청둥오리 가족들도 볼 수 있어요. 2010년 도림천 복원공사 이후 도롱뇽이 잘 발견되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도심의 하천은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공간을 점유당하고 유린당하면서도 끊임없이 흐르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쉼 없는 외침을 간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천의 둔치는 하천 동·식물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존에 있어서 절대적인 공간입니다. 하천의 물이 흐르지 않아 건천이라 해도 그 안에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숨죽이며 하천에 물이 흐르기를 참고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존재를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사 중 줄곧 바빴던 주민모임 김태현 사무국장은 “가족 단위로 부모와 자녀들이 봉사활동에 많이 참석합니다. 주민모임 자원봉사활동이나 도림천 환경 캠페인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저희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홈페이지(http://www.dorimchun.org/)를 방문해 신청하시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같은 도림천 환경 살리기 캠페인 행사는 10월까지 매월 실시합니다”라고 했다.

 

☞지원금 받으며 자원봉사 하세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의 김은령 주민대표는 5월 마지막주 환경 캠페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후원과 지원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바로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실시하는 '2011 우수 프로그램 공모지원사업' 단체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 센터에서는 해마다 서울시 소재의 풀뿌리 자원봉사단체나 대학생 동아리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문화·재능, 복지, 환경 등의 분야별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를 선정하여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53개 단체가 선정됐다. 지난 자원봉사 기획기사의 주인공인 '동화나라 옹달샘 봉사단'도 그 중 하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http://volunteer.seoul.go.kr)를 참조하거나 협력사업부 정경애 팀장(02-776-8476)에게 문의하면 된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회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김은령 대표
나에게 자원봉사는 내가 우리가 되는 것이다. 김태현 사무국장
나에게 자원봉사는 나눔이다. EM 환경 전문 강사 여순옥
나에게 자원봉사는 행복이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 오다은
나에게 자원봉사는 따뜻함이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 주세인
나에게 자원봉사는 즐거움이다. 철산중학교 1학년 오재상
나에게 자원봉사는 사랑 나눔이다. 서울대학교 4학년 김솔이
나에게 자원봉사는 나의 만족이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수업이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삶의 기쁨이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새로운 발견이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하천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자원봉사는 땀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보약이다. 이상 학생 회원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