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배변도 정해진 시간에만 합니다”
발행일 2011.12.20. 00:00
“귀엽다고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면 안 됩니다. 안내견은 사료만 먹기 때문에 고기맛을 모릅니다." 영등포구청에서 운영하는 2011년 제14회 영등포아카데미 강연이 지난 11월 영등포아트홀 2층에서 있었다. 주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의미와 역할’이었다. 강사는 안내견 학교의 유석종 씨다. 그는 안내견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 또는 안내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거나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강연이 끝난 후 그와 마주 앉았다.
선천성 시각장애인인 그는 안내견 채송이(4살 암캐,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와 함께 다닌다. 그는 안 보인다는 것이 남들과 다른 것인지, 불편한 것인지 몰랐다. 고등학교까지 맹인학교를 다니다 대학에 들어가 눈이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어려움과 불편함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친구들과 원활하게 대인관계를 할 수 없어 외로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2년 6월 우연히 안내견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안내견을 분양 받았다. 그 당시 경남 창원에서는 안내견이 알려져 있지 않아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였고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 일반시민들이 안내견을 만났을 때 주의 할 점은 무엇입니까?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가족이자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주인의 허락 없이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거나 부르는 행동은 큰 실례가 됩니다. 안내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안내견도 분명 주인이 있는 대상인 만큼 당연히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에티켓이기 때문입니다."
- 안내견이 되기 위해 어떤 훈련을 받습니까?
“안내견은 모두 불임수술을 하고 번식 견은 별도로 키웁니다. 생후 7주까지는 안내학교에서 지내지만 생후 1년까지 퍼피워커(puppy walker, 안내견 사육 무보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습니다. 한 마리의 안내견이 탄생하기 위해 2년간의 훈련과정을 거치죠. 처음 1년은 퍼피워커에 의해 사회화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버스, 지하철, 마트 등에 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기도 하고 대변 가리는 훈련을 합니다. 다른 개들은 일반적으로 자율 대변 하지만 안내견은 4~5시간마다 일정하게 배변하는 기회를 줘서 적응시키고 참을성을 키웁니다. 이런 모든 훈련은 새끼 때부터 해야 합니다. 새끼 때부터 차를 타지 않은 개는 멀미를 하기도 합니다. 자주 샴푸를 쓰면 털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한 살까지는 목욕도 2주에 한 번씩 합니다. 1년이 지나면 다시 안내견학교에 보내지는데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장애인 안내견 훈련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안내견 학교 역사가 20년 정도 되었지만 양성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현재 전문 커리큘럼이 없는 실정입니다.”
-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합니까?
“시각장애인 화면 읽기 전용 스크린 리더 소프트웨어를 이용합니다. 애플에서 나오는 아이폰은 시각장애인모드가 처음부터 탑재되어 있습니다. 현금인출기의 경우 시각장애인용 터치스크린을 따로 만들지만 처음부터 내장시키면 좋겠습니다.”
- 누구나 안내견 분양을 받을 수 있습니까?
“안내견을 책임지고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실내에서 항상 함께 생활하며 개를 아껴줄 수 있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 안내견 공급이 충분합니까?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안내견이 없어 분양을 못하지는 않죠. 시각장애인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일자리 부족 등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60여 명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 안내견 말고 도우미견의 종류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인명 구조견, 탐지견 등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동물인 개들은 실제로 사람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자체가 어떤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 행동을 즐기고 흥미롭게 여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 안내견이 나이가 들어 헤어질 때 이별의 아픔이 크겠습니다.
“항상 매순간을 함께 했던 가족과 같기 때문에 헤어질 당시는 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은퇴한 후에도 은퇴견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여생을 편하고 안락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위안이 됩니다. 어디에 있든 안내견들은 항상 누군가의 빛이 되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 역시도 행복을 느끼니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세상의 천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연말을 맞이하여 홍대 클럽에서 첫 단독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시각장애인도 남들처럼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내견 사용자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밴드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할 예정이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크리스마스 공연장에서 울려퍼지는 천상의 소리... 벌써부터 그 감동이 밀려와 가슴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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