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공무원도전기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발행일 2011.11.24. 00:00

수정일 2011.11.24. 00:00

조회 12,052

2011년 서울시 공무원 행정직으로 합격한 김미영 씨와 그녀의 쌍둥이 아들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말 그대로 쌍둥이 엄마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것도 상위5%에 속하는 우수한 성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려면 고시원에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런건 쌍둥이 엄마에게 사치일 뿐이다. 그뿐인가,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 어떻게 공부했을까. 불가능할 것 같은 쌍둥이 엄마 김미영 씨(33)의 공무원도전기를 공개한다.

Q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2006년에 결혼 했고, 2007년도에 쌍둥이 아들을 출산해 지금은 5살입니다.

Q 공무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20대에는 내 꿈이 무엇인지 별 생각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 하고 쌍둥이 아들을 키우면서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이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나’를 잃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과연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대학 시절,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꿈을 떠올리게 됐죠.

Q 아이 키우면서 공무원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힘들었죠.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러나 ‘포기’라는 단어를 없애버리고 덤벼든다면 절대 불가능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시험준비 얼마나 했는지?

지금 정확히 계산해 보니깐 수험기간은 2년 + 5개월이네요.

Q 아이들과 있으면서 공부할 시간이 나던가요?

처음 1년 5개월 동안은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들 자는 시간에 틈틈이 동영상을 들었습니다. 공부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국어와 영어는 복불복 과목으로 삼고 대신 암기과목에 좀 더 투자를 했죠.
하루에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4과목(영어 제외) 동영상을 듣고 3과목(국사,행정법,행정학) 문제집을 한 권씩 푸는 데만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2010년도에 시험을 봤습니다. 물론 불합격이었죠.

Q 그 후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그 다음 1년 동안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10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였지만, 4시간이 저에게 추가로 주어지고 안 주어지고는 엄청난 차이였어요. 이때부터는 스탑워치를 찍어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평균 7시간~8시간 정도 찍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에 있는 시간 3~4시간, 아이들 자는 시간 3~4시간 정도씩 공부를 했습니다. 시험 보기 한두 달 전부터는 실제 시험 시간과 똑같이(10:00~11:40) 모의고사 문제집을 1회씩 풀었습니다.

Q 그럼 공부는 주로 집에서 했겠네요?

그렇죠. 저는 100% 집에서만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 중 저 혼자 있는 시간이 겨우 4시간인데 학원과 도서관을 왔다갔다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학원, 독학 중 어떤 것을 위주로 공부했는지?

저는 100% 동영상 강의만 들었습니다. 반복해서 들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재수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저에게는 학원 강의보다는 동영상 강의가 훨씬 좋더라고요.

Q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했는지?

사실 저는 슬럼프를 느낄 여유도 없었습니다. 보통 수험생들이 과중한 공부 때문에 슬럼프를 느끼곤 하는데 저에게는 공부 외에도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슬럼프가 아니라 항상 잠이 부족해서 그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잘 때 같이 잤다가 새벽시간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곤 했는데, 너무 힘에 부칠 때는 그냥 자버리는 정도가 저의 슬럼프 극복방법이었습니다.

Q 필기시험은 어땠나?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행정학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과목들은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적당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행정학 문제를 본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하지만 ‘나만 어려운 게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면접시험은 어땠나?

앉자마자 자기소개를 시키셨습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쌍둥이엄마라는 말씀을 드려서 그런지 육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몇 %인가, 캥거루족이란?, 희망플러스통장과 꿈나래통장이 무엇인가? 등) 그리고 서울시장이 된다면 무엇을 바꿔보고 싶은지, 가장 잘 된 서울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잘 몰라서 대답을 못한 질문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하시고 최대한 진솔하게 예의바른 태도로 임하신다면 큰 문제가 없으실 것 같습니다.

Q 영어 면접 준비는 어떻게?

사실 국가직 시험을 먼저 합격해서 면접스터디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중으로 스터디를 하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 면접은 혼자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면접의 경우는 주제문이 사전에 주어지기 때문에 각 주제문마다 영어문장을 작성해서 틈틈이 계속 외웠습니다. 주제문 외의 질문도 가끔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빈출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갔는데 추가 질문은 없었습니다.

Q 공무원이 돼서 근무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사실 학창시절부터 영어를 유난히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졸업 이후 계속해서 영어와 관련된 일을 했었고요. 결혼 전 용산의 미군부대 안에서 통역업무를 3년 정도 했었는데, 적성에 맞아서 매우 즐겁게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인 지원부서에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Q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세상 어디에도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신생아 때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이렇게 잠을 못자다가 내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제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과 행복감마저 느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그것을 위해 자신을 올인했는지 안 했는지 뿐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부를 시작할까 말까(혹은 계속할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꿈은 자신을 지독하지만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줄 꿈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아내들은 대부분 결혼과 함께 자신의 꿈을 접습니다. 여자의 꿈은 남자의 꿈보다 훨씬 더 단단해야만 비와 바람에 꺾이지 않습니다. 살림과 육아 때문에 덮어둔 꿈이 있다면 아줌마라는 이유만으로 그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미영 씨가 활용했던 스프링 수첩들

 

자투리 시간, 이렇게 활용해라
- 자신만의 공부방법

아줌마 수험생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투리 시간 활용과 멀티플레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줌마 수험생은 설거지 하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 음식 만드는 시간, 아이들 목욕시키는 시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아이들 밥 먹이는 시간,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시간 등등을 모두 공부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줌마 수험생들은 한 번에 한 가지씩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설거지, 청소, 요리 등을 하면서 영어 단어장이나 서브노트 등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아이들 책 읽어 줄 때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공식적인 공부시간은 비록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는 4시간과 아이들이 자는 새벽 시간이었지만 실질적인 공부시간은 제가 깨어있는 모든 순간이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투리 시간 활용 방법]

ㆍ아이들 목욕 시키는 시간
목욕탕에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영어 단어장을 훑어본 후 모르는 단어를 하나 머리 속에 외워서 목욕탕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아이들 목욕 시키는 약 15분 동안 그 단어를 머리 속으로 계속 외웁니다.

ㆍ아이들 밥 먹이는 시간
저희 아이들이 아직도 혼자서 밥을 잘 먹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밥을 떠 먹여주어야 하는데 특히나 밥 먹기 싫을 때는 어찌나 밥을 오래 물고 있는지..그럴 때면 정말 화가 났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밥 먹이는 데 30분 이상이 소요가 되니깐 아이들한테 빨리 삼키라고 화를 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 시간도 공부시간으로 활용을 했습니다. 아이들 입에 밥을 넣어준 후 삼킬 때까지 저는 한자 책을 보았습니다.

ㆍ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에 저는 벤치에 앉아서 암기할 것을 정리해 놓은 스프링수첩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밤 시간에 놀이터에 나가게 되는 경우에는 캄캄해서 수첩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허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럴 때면 운동도 할 겸 놀이터를 빙글 빙글 돕니다. 그러다가 놀이터 중간 중간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 아래에서 잠시 멈추어 선 다음에 수첩을 빨리 훑어 본 후 잘 안 외워지는 부분을 하나 선택해서 머리 속에서 계속 외우며 다시 놀이터를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이것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동안 계속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럼 전 그 동안에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한 꼴이 됩니다. (운동에 따로 시간을 낼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이 저의 유일한 운동시간이었습니다.)

ㆍ서브노트 정리하기 (국사, 행정학, 행정법)
문제집을 풀면서 조금씩 서브노트를 정리했습니다. 서브노트가 시간 낭비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날을 잡아놓고 서브노트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다가 한 번 직접 손으로 쓰면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서브노트에 적었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쓰면서 정리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김미영 씨가 활용했던 스프링 수첩들

ㆍ스프링 수첩 활용하기 (모든 과목)
공부하면서 잘 외워지지 않는 것, 정확히 암기해야하는 사항을 작은 스프링수첩에 메모해 두었다가 틈틈이 보았습니다. 한 번도 책상에 앉아서 연습장에 써가며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한자 제외) 영어 단어는 물론이고 수첩에 적은 모든 사항들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모이니 양이 방대해지더라고요.

스프링 수첩을 활용하는 경우 장점은 한 번 틀린 문제는 두 번 다시 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자는 생각으로 문제집을 많이 구입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틀린 문제는 계속 틀리더라고요. 결국 저는 어차피 맞을 문제만 계속해서 푼 꼴이 되더라구요. 틀린 문제를 정리해서 스프링수첩에 적어 놓은 다음에 자투리 시간에 반복해서 보다보니 저절로 암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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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행정9급 #쌍둥이 엄마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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