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한국어 선생님이 말하는 한류 이전과 이후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8.08. 00:00
당신이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나는 도쿄도 교육청 소속의 한국어 교사다. 도쿄도에서 올해 당신은 어느어느 학교에 가세요, 라고 정하면 시간제로 파견된다. 또한 재단법인 아시아학생문화협회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아시아를 알자'라는 강좌에서 한국어 코스 주임도 맡고 있다. 이곳에는 연령에 상관없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린다. 한국 식으로 말하면 학원이다.
이번에 서울에 오게 된 경위는?
2주간 한국어 캠프에 참가하는 일본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방문했다. 일본에서 한국어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모인 한국어교사연맹이란 곳이 있는데 이 연맹과 한국어를 전공한 일본 대학생들이 위원회를 만들고 외교부 산하의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형식으로 '말해보자 한국어 - 도쿄 중고생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거기서 마이니치 에듀케이션과 알게 됐는데 뜻이 맞아 우리 측이랑 하나의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자 해서 이번 캠프가 탄생했다. 마이니치 에듀케이션은 마이니치 신문사 산하의 자회사에서 교육과 국제교류 부문이 독립한 회사로 국제교류와 해외유학, 평생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 대학과 연계한 중고생 프로그램은 이번이 최초다. 더구나 모교인 경희대와 함께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일본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그런데 역시 가장 높은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것은 한류다. 처음에는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K-POP이 대세다. 고등학교 한국어 수업에 오는 학생들의 이유는 무조건 K-POP이다. 드라마도 새로운 배우들이 막 들어오니까 세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연령층은 다양하다. 제일 어린 친구가 중학교 2학년이고, 나이 지긋하신 60대도 있다. 소녀시대, 카라, 장근석 등이 대표적이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한국 가수나 배우는 다 따로따로다. 그래도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30대 독신 여자들이 가장 많다.
한국어교사로서 한류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한류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직장으로 갈 때 도쿄돔 앞을 지나간다. 언젠가 배용준씨의 팬미팅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아주머니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돈으로 보였다. 농담이다(웃음). 솔직히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럽다'. 나는 한류가 있기 전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다. 당시에는 한국어 따위를 배우냐, 한국 따위에 가냐고 했다. 뭐, 전부 '따위'가 붙었다. 지금은 내가 한국어를 한다, 한국어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하면 주위 분들이 박수를 친다. 불과 10년 만의 일이다. 그래서 이런 환경에서 보다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이 아주 부럽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어 캠프만 해도 대부분 고등학생들이지만 중학교 2학년이 몇 명 있다. 엄마들이 어린 딸을 혼자 2주간 외국에 보내는 게 쉬운 일인가. 그 정도로 환경이 바뀐 것이다. 어머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어머니는 요즘 나한테 미안해 하신다. 그 때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얘가 원래 특이한 애니까 특이한 말을 배우는구나 했었다고 하시면서. 지금은 어머니도 한국 드라마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고 계신다.
그렇게 각광받지 못하던 한국어를 왜 공부하게 됐나?
고등학교 1학년 때인데 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여러 나라 언어 중 외국어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어 대신 한국어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홍콩영화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중국어반과 광동어반에도 갔었는데 이상하게 안 맞았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그때 당시 아직은 안 '팔렸던' 정우성이 홍콩영화에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웃음) 어쨌든 나는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내가 태어난 지역이 재일교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까 내게 제일 가까운 나라는 한국이었다. 친구들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한국어에 끌린 것 같다.
본격적으로 전공까지 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
고3 여름이다. 그때 3개월간 경희대학교에 한국어 연수를 하러 왔다. 혼자 왔고, 어른들 사이에서 수업을 받았다. 경희대 측은 내가 학교에서 처음 받아들인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이 마지막 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초급2반에서 앞으로 제대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언어의 길은 어렵다는 뜻이었겠지만, 난 화가 났다. 두고 보자! 내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게 될지! 이렇게 맘 먹고 일단 일본의 외국어대학교에 한국어 전공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대학교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다시 경희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한국어교육학으로 문학석사 학위를 땄다. 4년 4개월을 그렇게 서울과 수원 캠퍼스를 오가며 생활했다. 내게 두 곳은 제2의 고향이다.
서울에 살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혹은 서울살이의 나쁜 점은?
나쁜 점이라면 '빨리빨리' 정신이다(웃음). '빨리빨리'가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데...졸업 후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 나도 인터넷이 서울보다 느리니까 답답했던 시기가 있었다(웃음). 서울의 매력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다정함이 있다. 예를 들어서 버스를 타다가 무거운 짐을 가진 분이 있어서 도와서 같이 끌어 올렸는데 그 아주머니가 나한테 갑자기 오이를 먹으라고 내어주시는 거다. 닦지도 깎지도 않은 오이를(웃음)! 그런 다정함, 감싸주는 마음을 아주 좋아한다. 물론 서울의 어디가 좋냐고 물으면 여러 군데 있다. 홍대도 좋아하고 삼청동도 좋아하는데, 뭐, 나는 이제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지 않는가(웃음).
나만의 한국어 교수법이 있다면? 그리고 최근에 고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도 공동 편찬했다고 들었는데...
일본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가 몇 가지 없다. 이번에는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었다. 한국어 글자와 발음에도 중점을 두었다. 교실에 들어서면 일단 내 목소리가 크다(웃음). 그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수업시간에 '저는~ 기무라 하루나입니다~ 저는~ 일본 사람입니다~' 하면서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한다. 학생들의 반응? 물론 아주 좋다!
일본의 한국어 교사로서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일본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가깝게 느끼는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고, 그 중에서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어라면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키워내는 것이다. 자신감이 있는 인간과 없는 인간은 아주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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