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 진짜 공무원이다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Visit4,778 Date2011.09.01 00:00


‘공무원 같지 않은 분이에요.’
그를 인터뷰하게 된 건 직원의 추천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공무원이 된 직후 이윤재 팀장의 강의를 들었는데, 인상적이었다고. 나는 무엇보다 공무원 같지 않다는 얘기에 마음이 끌렸다. 조직 속에 있다 보면 조직의 분위기에 젖어들기 마련인데,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수학 꼴찌, 공무원이 되다


하필, 굉장히 바쁠 때 인터뷰를 잡았다. 인사철이다 보니 이윤재 팀장은 몇날며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 와중에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했다.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먼저 강의에 대해 물었다.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어요. 9급이나 7급 공무원들이 들어오면 제가 강의를 합니다. 제목은 인사 강의인데, 법령과 관련돼서는 별로 할 말이 없고, 어떻게 하면 공무원 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 선배로써 알려주는 거죠. 제가 9급부터 30년을 했으니까. 제 경험담을 얘기하는 거예요.”


그는 85년 3월 공무원이 됐다. 출발부터 아슬아슬했다. 당시엔 공무원에 응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과락만 아니면 합격하는 분위기였는데, 수학이 문제였다. 구구단 이후 수학공부에서 손을 놨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 때는 184명 중 183등 할 정도로 심각했단다. 그것도 184등은 야구부였다고.


“나중에 신규채용담당자가 돼서, 제 시험지를 확인해본 적이 있어요. 수학을 8개 맞았더라고요. 커트라인이었죠.”


그는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에게 자신을 부족한 공무원이라고 소개한다. 나보다 당신들이 훨씬 더 월등하다고, 그러니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라고. 그래서 그들에게 기존 정책을 답습하지 말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윤재 팀장의 서재와 그의 시집 '정답을 모르겠다'


인생은 시 쓰기와 다르지 않다


“시집도 내셨다고요?”
나는 직원에게 전해들은 또 하나의 질문을 꺼냈다. 공무원과 문학이라, 어딘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는 시인이다. 2003년 문학사랑 신인상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도 두 권이나 냈다.


“시는 고등학교 때부터 쓴 거 같아요. 요즘에는 수첩에 메모했다가 주말에 노트북 앞에 앉아서 쓰지요. 교정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에요. 항상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는 시 쓰기와 인생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도 그렇지만, 정책을 세울 때도 진정성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답이 나온다.


“2005년 초 보육과에서 일했어요. 만 5세 이하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데, 제가 아이랑 동물을 좋아하거든요. 제 적성에 맞았어요. 그때 제 철학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 미래산업이다’ 였어요. 할 일이 많았죠.”


당시 보육교사의 처우개선비를 처음 만들었다.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선 보육교사가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80만원 받는 이들이 보람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안타까운 건 관절염, 위장병 등 직업병에 시달리면서 아이를 봐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


“실질적으로 면담을 해보니까, 그들이 원하는 게 월급보다 사회적으로 자기가 인정받고 있다는 자긍심이었어요. 어린이집 선생님하면 굉장히 하대한다는 거죠. 식모나 파출부처럼 다룬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의 프라이드를 높일 필요가 있었지요.”


그의 시 ‘하늘의 별을 다는 사람들을 위하여’는 이들을 생각하며 만들어진 시다.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안타까움이 시 한 편을 완성시켰다. 실제로 이 시를 보육교사들 앞에서 낭독한 적이 있는데,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어제보다 더 어두운 계절/ 바람부는 날에도/ 하늘에 별을 다는 분들이 계십니다./별빛보다 훨씬 더 영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영글어 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 먼훗날, 큰별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알거예요. / 우리들의 첫 스승님이야 말로 / 스스로 빛을 내는 큰별이셨던 것을…… (‘하늘의 별을 다는 사람들을 위하여’ 중에서)



인사는 스스로 가꾸고 만들어가는 것


그런 그는 지금 인사과에서 일한다. 인사의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인사기획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인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보통 사람들이 인사과에 가면 청탁을 하러 간다고 생각해서 꺼려하죠. 그런데 저는 인사과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어서 자신의 신상에 대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민도 들어주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코치도 해주고 그래야죠.”


그래서 인사과에서는 ‘찾아가는 인사상담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업소 등을 찾아가 직원들의 인사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부터 운영해 왔는데 반응이 괜찮다.


“어떻게 보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승진이나 성과를 내는 데 불리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시민들하고 가장 손끝이 맞닿아 있는 분들이 현장에 계신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이 사기를 잃으면 안돼요. 위에선 지시만 내리면 되지만 현장에서는 그 많은 일들을 다 처리해야 하니까요.”


인사과는 어느 조직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주요부서다. 승진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그러나 그는 잘 된 인사는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그래야 업무를 즐겁게 하지 않겠는가.


“결국 인사는 자기가 하는 겁니다. 남도 아니고 자기가 가꾸고 만들어가는 거죠. 자기 스펙을 쌓아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돼 있어요.”


그는 많은 이들이 인사과를 자유롭게 드나들길 원한다. 그는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결국 조직은 개개인의 꿈이 빛나고 여물 때 더욱 단단해진다. 얘기하다 보니,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제가 가고 싶은 데는 서울숲공원이나 과천서울대공원 같은 데에요. 6월달에 숲해설사 교육을 1주일간 배웠어요.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나무 공부 좀 많이 하고 왔지요. 하하하.”


참 바람같은 사람이다. 어디 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또 어디 하나 안 맞는 곳이 없다. 사실 공무원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공무원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사실은 공무원이 하면 안 되는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애초부터 그런 틀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무원 강의에서 사람들이 느꼈던 것은 이런 그의 열정과 자유로움이 아니었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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