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계시지 말고 나오세요, 일자리 길이 열립니다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4.18. 00:00

수정일 2011.04.18. 00:00

조회 5,908


취업상담은 물론 면접장까지 따라가드려요!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서 오른쪽 정면으로 난 길로 직진하다가 미군부대 쪽으로 우회전하면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1588-1594)가 나온다. 지자체로서는 최초인 2007년에 장애인 특화 취업알선기관으로 설립한 서울시장애인일자리정보센터를 보다 확대하면서 '통합'이란 이름이 붙었다. 취업기관들 간에 단단한 연계망을 구축했고, 상담사들은 취업을 상담할 뿐 아니라 장애인에 맞는 일자리까지 개발한다. 업체와 장애인 구직자를 연결하고 나면 최초의 상담사들이 면접장까지 몸소 동행하고, 취업이 성사된 후에도 직무훈련 등 사후관리까지 맡는다. 2009년 6월 9일에 출범한 이후 센터에 구직등록한 장애인은 모두 9,214명, 구인등록업체는 1,582곳이고, 그 중 실질적으로 취업 알선까지 이어진 6,225명 중 1,734명의 장애인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비록 2년이 채 못 된 센터의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41만명의 서울시 등록장애인 숫자에 비할 때 위의 통계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김영배 센터장의 말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가령 A라는 그룹에서 이러이러한 기술을 가진 장애인들 1000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저희가 교육시켜서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기업들이 없다는 거죠. 장애인들은 중소기업이나 가난하고 영세한 업체들이 고용하려다 보니까 한 번에 1명, 많아야 2명을 채용하게 됩니다."

또 하나. 장애인 취업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높은 이직률이다. "센터도 마찬가지고, 공단도 마찬가지고, 취업기관도 마찬가지고, 장애인이 이직률이 높아요. 취업을 해도 3개월도 못 버티죠. 그리고 와서 다시 또 취직시켜달라고 합니다. 직원들한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젊은 남녀를 중매시키는 것보다 장애인을 취업시키는 게 더 힘들다, 결혼하고도 마음에 안 들면 서로 갈라지지 않냐 하구요." 김 센터장은 사전 교육이나 맞춤식 직업상담에 대해서도 가끔 허탈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취업학교에서 6개월간 전문기술을 교육시키고 취업을 시켰는데 3개월도 안 돼서 나와버립니다. 그 사람들이 유사한 직종에 재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단순 직종으로 취직하죠. 그동안의 교육이 전혀 효과가 없어지는 거죠."


높은 이직률과 제한된 직종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상담사는 뛴다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센터에 근무한 지 1년차로, 그간 일선 장애인 직업훈련작업장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한 정진경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분들은 일이 너무 단순하고 지겨워서 그만 두시고, 어떤 분들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세요. 단순한 일이 대부분 힘들잖아요? 미화직 같은 경우는 일찍 일어나야 하다 보니 그것도 장애인들로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죠. 전문직이면 머리 쓰는 일이고 그만큼 대우도 받지만, 단순직은 그렇지 않죠. 저랑 같은 고민을 안고 오시는 것 같아요."

알고 보니 정 복지사 자신도 지체장애2급 중증장애인이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취직했던 직장에서 장애인들을 인솔하고 문화행사를 진행하다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야 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한 그는 오히려 더 젊었을 때 사회복지 쪽으로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후회했다고 한다. "장애인들이랑 평생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사회복지 공부하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구요."

그는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취업 상담을 할 때 단점도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구직자들과 마주보고 앉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자신을 대입하게 되고, 비슷한 장애를 가진 구직자들이 방문하거나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지적장애인들이 오면 더욱 상담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다소 민감한 복장이나 청결 상태 등에 대해서는 편하게 말하는 편이다. "직감은 아니지만, 보자마자 이 분은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와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와본 분들이죠. 또 대부분은 정장을 입고 오시거나 적어도 깨끗한 복장으로 오시는데, 가끔 안 그런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담배 냄새가 많이 나네요, 그렇게 하고 오시면 면접 때는 안 돼요, 하는 식으로 말씀드려요."

듣다 보니 상담사의 재량은 취업의 성공에 있어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글쎄요. 50% 정도 차지한다고 할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직업상담가들도 상담할 때 구직자들 자신도 모르는 장점과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업체의 경우도 상담사나 사회복지사가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장애인 분들을 연결시켜 드릴 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죠."

수화통역 지원을 통한 취업상담(좌), 부대행사: 시각장애인 안마 시연(우)


장애인의 세대교체, 사회의 인식이 바뀌는 일만 남았다

요즘 장애인들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센터에 구직 상담을 해오는 20대, 30대 젊은 장애인들은 포토샵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고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분들은 당연히 전문직을 찾아서 많이 간다. "조금 나이 든 장애인들은 아직까지도 자기네들은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에서 머물고 계시죠. 국가에서 돈을 주니까요. 하지만 박람회나 저희 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자기 스스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는 거잖아요. 사회생활을 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을 표출하시는 거죠. 그런 수요는 있는데, 여기에 발맞추어 업종도 다양해지고 업체도 다원화된다면 좋겠어요."

정 복지사는 그간 상담을 통해서 장애인 개개인의 의지나 교육뿐 아니라 업체 쪽에서도 달라져야 장애인 취업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업체는 장애인들에게 마음이 열려 있는 반면, 어떤 곳은 꼭 청각장애인 분들만 원한다거나 장애인 급수를 지정하시기도 하죠. 지체장애인이 디자이너 일을 잘 할 수도 있는 거고, 급수만으로는 그 사람을 평가하기는 어려운데도요. 장애는 유형별로 정도별로 개인차가 정말 크고 다양합니다. 그런데 장애라고 하면 뭉뚱그려서 보는 시각이 좀 안타까워요." 정 복지사는 무엇보다도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버리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을 뽑으시겠다고 연락하시지만, 그걸 떠나서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를 채용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셨으면 좋겠어요. 고용장려금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장애인 개개인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업체에서도 깨어 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는 장애인취업박람회(http://jobable.seoul.go.kr)에 처음 갔던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들이 깨어나고 있구나 싶어 마냥 가슴이 뛰고 설렜다.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장애인 분들이 집에만 계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어떤 형태로든 취업과 관련된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회활동을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나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저처럼 한 단계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구요." 올해도 그런 기대로 정 복지사는 20일 대치동 SETEC 박람회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올해도 장애인 취업박람회에 일꾼 뽑으러 갑니다!

'모던조이'의 임백규 대표와 김수경·정미현 씨

작년에 장애인 취업박람회에서 장애인 두 명을 고용한 가방제조전문업체 '모던조이'의 임백규 대표를 만나러 갔다. 상봉역 인근 한 건물의 지하층 문을 열자 미싱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열 댓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작업하고 있었다. 새로 찍어낸 가방들이 여기저기 수북히 쌓여갔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장애인을 왜 고용하냐, 그러다가 곧 망한다며 걱정했습니다." 그는 2009년 10월부터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 14명 중 12명이 장애인. 박람회 직후에도 일하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문자가 쇄도했다. "우리 회사가 주5일 근무에 8시간 노동시간을 꼭 지켜요. 월급도 최하 110만원이죠. 하지만 지금 작업장이 좁아서 가방 주문도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람을 더 뽑을 여력이 없어요."

작년 말부터 이곳 식구가 된 김수경씨와 정미현씨는 작업장이 지하라서 공기가 안 좋은 게 유일한 단점이지만 그 외에는 모두 만족스럽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청각장애2급이며, 지인들의 권유로 취업박람회에 갔다가 취업의 행운을 안았고, 엄마의 취직을 응원해주는 고2 아들을 뒀다. 당시 김씨는 전업주부였고, 정씨는 전 직장이 도산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상태였다. 안정된 직업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미싱 소음 때문에 서로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인터뷰를 해야 했는데 임대표의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저 자신도 청각장애인입니다. 농아인협회에 가보면 젊은 장애인 실업자들이 너무 많아요. 죽기 전에 큰 일 한 번 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가방만 30년 만든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방 기술자가 지금 45세 이하가 없어요. 향후 5~10년 안에 기술자가 사라지게 될 때를 대비해 장애인들을 전문 기술자로 키울 겁니다. 한 사람 키우려면 한 7년이 걸리는데 그 덕에 꽤 적자를 봤죠. 올해 조금 풀리는 것 같네요."

게다가 곧 작업장도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 최근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표준사업장 설립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된 것. 서울의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임대표. 그는 조만간 7명을 더 고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20일 장애인 취업박람회에도 가서 미싱사를 고용할 생각이다.

수화통역: 신선미(서울시농아인협회 중랑구지부 부설 수화통역센터)

 

중증장애인 공무원 특별채용 아세요?

2009년부터 실시해온 지자체 최초 중증장애인 특별채용이 올해도 실시된다. 올해 채용인원은 총 10명.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http://gosi.seoul.go.kr)을 통해 응시원서를 접수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인재개발원 홈페이지(http://hrd.seoul.go.kr)나 채용시험팀(02-3488-2322)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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