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무슨 죄?

서울톡톡

발행일 2013.12.27. 00:00

수정일 201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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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톡톡] 연말연시 송년회와 신년회로 피로하기는 간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모임을 피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음주와 폭식으로 빨간불이 켜진 간 건강 사수법을 소개한다.

간을 위협하는 알코올성 간 질환

간경변증은 장기간 지속한 과음의 결과 간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흉터와 같은 섬유화가 진행된 까닭에 간이 굳어진 상태다. 쉽게 피로하고, 구역질 및 식욕부진을 호소하며 이미 간경변증이 진행된 경우는 황달이 나타나고 출혈을 보이거나 복수가 차기도 한다. 간성뇌증 또는 간성혼수로 의식이 저하될 수도 있다. 합병증이 동반된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발병 1년 내의 사망률이 30~5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중증 질환이다.

이러한 알코올성 간 질환의 진행을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 및 치료법은 다름 아닌 '금주'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증의 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스테로이드로 치료할 수 있으나 이는 염증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회복을 기다릴 뿐, 궁극적으로 음주량을 줄이지 않으면 위의 진행 과정을 거쳐 결국 간경변증을 앓게 된다.

알코올은 간 외에도 우리 장기 여러 곳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이 제일 먼저 통과하는 위장의 경우 알코올이 위점막에 자극을 주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염 또는 위궤양이 나타날 수 있고, 소화기능 장애나 심한 경우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의 운동기능에 변화를 초래해 설사하는 사람도 있다. 더불어 알코올은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심한 복통을 일으키고 때로는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췌장염으로 악화시킨다. 심혈관에 영향을 줘 고혈압이나 부정맥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근육통을 일으키고 중추 혹은 말초 신경에 변성을 가져와 치매나 신경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골수를 억제해 호르몬의 불균형 또는 생식장애를 부른다. 특히 산모가 임신 중 과음을 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진다. 이외에도 다양한 장기의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B형 간염 환자와 음주의 관계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B형 간염과 음주의 관계다. B형 간염이 있는 경우 음주를 지속하면 비음주자보다 간암의 발생률이 3~4배 증가하고, 비음주자에 비해 간암의 발생 연령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B형 간염 환자에게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이라는 말은 난센스다. 정답은 금주밖에 없다. 장기간 비활동성 보유 상태가 지속된 환자에게 소량의 음주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수 있으나, 안전한 기준을 제시할 자료가 부족하고 일단 계속 음주할 경우 스스로 자제하기 쉽지 않은 만큼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는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B형 간염에 관한 오해 중 하나가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면 전염된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B형 간염은 술잔을 돌려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 B형 간염이 전염되는 경로는 출생 시 모체로부터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 성관계 또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고 있다.

술, 건강하게 즐기기

술을 많이 마시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묘약은 없다. 본인의 주량을 넘지 않도록 적당히 마시고 절제하는 것이 술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끊임없는 음주로 간경변증이 발생할 확률은 개인차가 매우 크지만, 통상적으로 간경변증을 유발하지 않는 일일 음주량은 남자의 경우 40g 이하, 여자는 20g 이하로 알려졌다. 360ml의 소주 한 병의 알코올 양이 대략 60g이니 참고한다. 알코올 도수가 20도 이하는 그보다 낮다. 본의 아니게 과음했다면 저혈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분을 섭취하고, 탈수가 되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회식 때에는 주위 사람들과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고 술잔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반 정도만 따라 여러 번 나누어 마시되 이때 절대 섞어 마시지 않는다. 특히 술을 마시며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데 이만큼 간에 해로운 것도 없다. 음주 후 간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72시간 정도가 필요하니 간이 쉴 수 있도록 술 마시는 기간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폭식, 자극적인 음식도 간 건강에는 독

연말연시 모임이 잦아지면서 산해진미로 폭식할 기회도 많아진다. 과도한 식탐으로 인해 과식, 폭식을 반복하는 것은 위장은 물론이고 노폐물을 해독해야 하는 간 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그뿐만 아니다. 소주, 맥주와 함께 맵고, 짠 안주를 먹기 마련인데,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을 때 간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니 주의한다.

또 모임에서 국물을 여러 사람이 같이 떠먹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는 피해야 할 식습관 중 하나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면 헬리코박터균과 같은 것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감염 경로가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한 가족이 비슷한 수치의 감염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국물이나 찌개를 같이 떠먹거나,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도움말/김휘영(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병 전문센터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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