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이가희

발행일 2013.05.09. 00:00

수정일 2013.05.09. 00:00

조회 2,626

10년간 환자가 5배 증가하면서 위암을 제치고 암 발병률 1위로 올라선 갑상선암. 남성보다 여성에게 3~4배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엔 남성의 발병률도 20%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갑상선암은 '소리 없는 도둑'이라 불릴 만큼 아무런 증상 없이 다가오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급증하는 두 얼굴, 갑상선암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서울톡톡] 2011년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남녀 암 환자를 통틀어서 갑상선암이 16.6%로 위암, 대장암, 간암을 앞지르며 발병 1위로 올라섰다.

갑상선은 목 앞면 가운데 볼록 튀어나온 부위(갑상연골)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의 기관으로, 대사 조절, 체온 유지 등의 기능을 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저장했다가 혈액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인구의 50%가 가지고 있는 갑상선 결절

갑상선암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혹시 '나도 갑상선암이 아닐까' 불안해하며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검사 결과 10명 중 4~5명은 '갑상선에 혹이 있다'라는 말을 듣지만, 90%는 암이 아닌 양성 결절로 판명난다. 그 이유는 뭘까?

갑상선에 생긴 모든 혹을 의학용어로 갑상선 결절(Thyroid Nodule)이라 부른다. 갑상선 결절은 매우 흔해 만져지거나 보이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전체 인구의 5%, 미세 결절까지 확인한다면 인구의 50%까지 갑상선 결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갑상선암이라고 밝혀지는 악성 결절은 이 중 5~10% 내외다. 그러므로 갑상선 결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되면 목소리의 변화와 목의 압박감, 호흡곤란, 연하곤란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진단되는 갑상선암 환자들은 검진으로 시행한 초음파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다. 그러므로 갑상선암의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검사와 미세침흡인세포검사 또는 조직생검검사를 통해 암세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갑상선암은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느리고 악성도가 낮아 치료 결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갑상선암에 걸린 한국인의 90%가 앓는 유두암은 치료 예후도 매우 좋다. 나머지 5~10%를 차지하는 여포암도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하지만 1% 안팎의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분화암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종이며, 수질암 또한 생존율이 40% 정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암

갑상선암은 초기 증상이 없는 것처럼 발병 원인 또한 알려진 것이 없다. 현재까지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증명된 것은 방사선 노출이 유일하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지역이나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지역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유·소아기에 목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갑상선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갑상선암 환자는 방사선 피폭의 경험이 없으므로 방사선만을 가지고 발병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방사선 피폭 외에 갑상선암의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은 결절이 20세 이전 혹은 60세 이후에 발견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갑상선암의 위험도가 4~6배 높다. 또한 하시모토 갑상선염,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의 양성 결절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갑상선암의 발생이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비만이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높일 뿐 아니라 갑상선암 환자가 비만한 경우 예후가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렇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저하증이 모두 갑상선암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질환이 동반된 경우 갑상선에 결절이 있으면 갑상선암의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므로 결절이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할 것을 권장한다.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상선암뿐 아니라 양성 결절(혹), 갑상선기능이상질환 등이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이유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가 사춘기 이후부터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폐경기가 지나 노인층으로 갈수록 남녀 간 차이가 서서히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말미암아 여성 호르몬, 즉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것과 갑상선암의 상관관계를 유추하기도 하지만 아직 확실히 규명되진 않았다.

수술 후, 꾸준한 관리가 필요

갑상선암의 치료는 수술, 방사성 요오드치료, 갑상선 호르몬치료가 기본이다. 다른 암과의 차이점은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면 진행 정도에 상관없이 갑상선절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발견되어 암종의 크기가 작아 갑상선 바깥으로 침범이 없고 주변 림프선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한쪽 갑상선절제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갑상선전절제술을 받는 것이 원칙이며, 눈에 안보일 정도로 미세하게 남아 있는 정상 갑상선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치료를 받고 평생 갑상선암 재발 억제를 위해 갑상선 호르몬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뭘 먹고, 뭘 먹지 말아야 하며,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갑상선암의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육식이 암에 나쁘다'거나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이 최고다'라는 식의 이론은 곤란하다. 한마디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후에 특별히 좋고 나쁜 음식을 따지기보다 골고루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건강한 식습관과 더불어 운동 또한 적당한 강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암 환자라고 위축되지 말고 수술 전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글/이가희(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갑상선센터·내분비내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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