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먹는 그 비타민으로 주세요?

이재경

발행일 2012.02.24. 00:00

수정일 2012.02.24. 00:00

조회 4,411

비타민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인가?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비타민은 매우 적은 양으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물질 대사와 생리 기능을 조절해 주는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비타민 D를 제외한 그 대부분은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고 외부에서 섭취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신체 내에서 합성되어 우리 몸을 조절하고 있는 호르몬과 다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비타민이지만, 어떤 동물에서는 합성할 수 있어 호르몬으로 분류되는 물질들도 있지요. 대부분의 동물은 비타민 C를 합성하지만, 원숭이, 사람, 기니피그와 몇 가지 포유류는 비타민 C를 먹어야만 한답니다. 요즘 강조되는 무기질 (미네랄) 역시 미량의 원소이지만, 철분, 칼슘, 아연 등으로 예를 들 수 있는 이들은 분명 비타민과는 다릅니다. 요즘 많이 판매되고 있는 종합 비타민 제제에는 이러한 무기질을 함께 혼합한 경우가 많지요.

비타민은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고, 효소와 효소를 보조하는 조효소의 구성 성분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그리고 무기질의 대사에 관여합니다. 이들은 에너지를 처리하는 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비타민이 모자랄 경우 생체의 효소가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양소의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비타민과 효소가 작용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에너지로 쓸 수가 없답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은 지용성과 수용성으로 분류합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이나 지방을 녹이는 유기용매에 녹는 성분으로, 비타민 A, D, E, F, K, U가 여기에 속합니다. 수용성 비타민에 비해 열에 강하고, 장 속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되므로 이들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때는 기름을 써서 요리하는 방법이 추천됩니다. 흔히 ‘많이 섭취하면 몸에 축적되는 비타민’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먹는다고 무조건 몸에 들어오거나 전량 축적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는다고 이해하면 쉬운데, 비타민 B군의 다양한 복합체, 비타민 C, 비오틴, 엽산, 콜린, 이노시톨, 비타민 L, 비타민 P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소변 등으로 ‘씻겨 배설된다’고 흔히 표현됩니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비타민의 부족은 혈중에 비타민이 낮거나, 이런 낮은 비타민 농도로 인하여 신체 대사의 가역적인 변화가 온 것입니다. 사실 ‘영양 과잉 시대’로 생각되는 21세기에도 비타민이 부족한 상황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바로 노인 인구의 증가, 식습관의 서구화, 그리고 각종 질환(알코올 중독, 만성 질환, 수술 후)과 급격한 대사의 변화(임신, 갑상선 질환 등)로 인해 빠른 속도로 건강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그리고 놀랍게도 자외선을 열심히 차단하는 경향도 한 몫을 합니다. 동맥 경화, 암,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에서 전반적으로 비타민의 미세한 불균형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무작정 비타민을 많이 보충한다고 하여 이들 질환이 아예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니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참 감을 잡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 비타민이 부족할 수 있는 상황


원인 예시
섭취 부족 노인, 영양 실조, 알코올중독, 식사 제한
(엄격한 채식주의, 거식/단식/식습관 불량 등)
흡수 장애 위장/소장 절제, 노인, 크론병, 셀리악병 (대장/소장의 흡수장애)
과도한 배출 (손실) 혈액 투석 환자, 만성 설사 환자
대사의 이상 알코올중독 (엽산 대사 증가), 유전적 특이 소인
체내 합성의 부족 비타민 D (햇빛 노출이 없는 의복과 실내 생활, 극지 거주자)

사실 요즘은 과거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처럼 ‘괴혈병(비타민 C 결핍증)’ 이나 제3세계 어린이들처럼 ‘펠라그라(비타민 B3, 니코틴산 결핍)’, ‘각기병(비타민 B1, 티아민 결핍)’ 같은 극단적인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헌데, 요즘 햇빛을 잘 쬐지 않아 비타민 D가 부족한 엄마의 출산 이후 주로 실내에서 지내는 어린 아이들에게 구루병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그리고 드시는 술의 양이 이미 알코올 중독에 해당한다는 사실, 그래서 비만과 영양 불량이 함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아주 많답니다.

비타민 부족에 의해 생기는 병들

21세기 서울 사람,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현대인은 스트레스, 대기 오염, 각종 공해 물질과 도시 생활로 인하여 이전에 비해 더욱 유해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100년 전 우리의 조상들과 비교한다면, 우리 몸의 기본적인 구성과 유전자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식생활과 생활 패턴이 급격히 변하였고 신체 발달 상황으로 보면 유사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하겠지요. 이러한 사회 환경, 영양 요인과 관련하여 한국인의 질병 행태와 사망 원인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공해, 식품첨가물, 중금속, 환경호르몬 및 유해 산소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산소 라디칼 같은 것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100여 년 전보다 더 많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헌데 요즘의 과일과 채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전에 비하여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적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산성비, 유기 비료의 사용 등으로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중요한 성분은 씻겨 내려갔다는 이야기인데요. 또 하루 종일 앉아 일하며 흡연,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 생활도 비타민과 미네랄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요인입니다. 만일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면, 매일 저녁 땀 흘려 칼로리를 소모하는 당신의 온몸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겁니다.

진료실에서도 어떤 비타민이나 영양보충제를 얼마나 먹는 것이 좋을지 문의하는 분이 많은데요. 참고로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 1인 1일 영양 섭취기준

위의 표는 한국 영양학회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의 영양섭취기준량을 제시한 것입니다. 시판되는 비타민의 대부분에서 이들 성분을 얼마나 포함하는지 표시해 주고 있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조금 더 세분화된 내용으로 나와 있는데요,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필요량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헌데, 요즘 들어 이러한 비타민과 무기질에 대해 ‘영양권장량’뿐 아니라 ‘최적섭취량’이라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영양권장량 만으로 최선의 건강을 추구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질병을 피하는 수준이 영양권장량이라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상황에 맞춘 가장 효과적인 섭취량은 좀 다를 수 있다’는 시각인데요. 식품과 보충제로 먹는 비타민이 모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범위에서 권장섭취량보다 많은 양을 투여하여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다면, 일단 위의 기준이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종합 비타민에는 철분이 영양 권장량 수준으로 있는 것, 그리고 철분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는 비타민도 있습니다. 철분은 우리 몸에 중요한 영양소이고, 성장이 빠른 어린이와 임산부, 위염이나 위궤양처럼 출혈이 많은 환자, 생리 양이 많은 가임 여성에서는 요구량이 늘어나므로 철분이 있는 비타민을 선택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그러나 철분이 결핍되었다는 진단이 없는 경우, 몸의 산화 스트레스가 많은 환자와 고령에서 빈혈이 없는 경우 과도한 철분을 추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 TV에서 "‘저 사람이 먹는 그 비타민으로 주세요’ 라고 말씀하면 곤란합니다," 라는 광고 카피를 보면서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지병이 있는지, 생활 패턴과 신체 활동, 식사와 기호식품 습관을 고려해서 ‘몸에 맞추듯이’ 종합 비타민제, 영양제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은데요. 먼저 남들이 좋다는 건강식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건강 검진과 함께 나에게 어떠한 약점이 있는지, 개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영양학과 건강 증진에 관심과 경험이 많은 의료진을 만나 보시길 추천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제 보충이 음식 섭취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각종 기본 영양소가 확보된 균형 잡힌 식사를 기본으로, 스트레스 관리와 신체 활동을 도모하면서 자신의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에 맞는 영양제를 복약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하는 생활에 아무리 비싼 영양제나 비타민을 보충한다 한들, 위험 요인이 상쇄되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셔서, 건강을 위해 투자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나의 건강을 지키는 최선책이 무엇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글/이재경(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 소화기내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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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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