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발병빈도 높다

오윤규

발행일 2011.02.11. 00:00

수정일 2011.02.11. 00:00

조회 4,532

30세 여성 직장인인 K씨는 체육대회에서 강한 태양 아래에서 운동을 한 후 얼굴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관절통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다. 체육대회 후 피로를 많이 느꼈지만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탓에 피로감과 관절통이 생겼고 피부발진은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화상을 입은 것으로 생각하고 약을 먹고 며칠 쉬면 좋아지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K씨를 진찰한 의사는 이것저것 많은 검사를 하더니 K씨의 병은 ‘루푸스’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루푸스의 염증이 신장에까지 침범하여 이미 신장기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K씨는 당장 입원하여 신장 조직검사를 비롯한 더 정밀한 검사를 받고 강력한 면역억제제도 투여 받았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루푸스란 어떤 병인가?

루푸스는 정확히 말하면 ‘전신성 홍반성 낭창’ 또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라고 하는 질환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신을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이고 많은 환자들에서 얼굴에 붉은색 발진(홍반)이 나타나는데 그 모양이 늑대(루푸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루푸스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피부의 홍반, 관절의 통증, 갑작스러운 고열, 극심한 피로감이 있다. 하지만 이 질환은 피부, 관절 외에도 심장, 폐, 신장 등의 중요한 장기와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막 (흉막, 심낭 등)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신경계를 침범하여 경련발작이나 정신질환을 유발하기도 하며, 빈혈,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혈액질환과 면역계 이상을 유발하기도 하는 등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루프스는 여성의 병이라고 할 만큼 여성이 남성에 비해 10배 이상 발병빈도가 높고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평생 가지만 병의 활성도가 높은 시기와 잠복기로 구분이 되며 잠복기에는 아무 증상이나 증후가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K씨처럼 자외선에 노출되거나, 감기 등 감염, 약물, 출산 등에 의해 악화되기도 한다.

루푸스의 치료는 심각한 장기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항말라리아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소량의 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신장염, 신근염, 루푸스 폐렴, 뇌혈관염과 같이 중요한 장기를 침범했을 경우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다른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K씨처럼 루푸스가 신장을 침범하면 어떤 증상이 있는가? 루푸스 환자의 약 50%에서 신장 침범이 있어 ‘루푸스 신염’을 일으키는데 많은 환자들에서 뚜렷한 증상과 증후가 없다. 다만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단백질의 양이 많을 경우 소변을 볼 때 거품이 많이 나고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루푸스 신염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소변검사, 혈액검사, 신장 초음파검사, 신장 조직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혈뇨 (소변으로 적혈구가 나오는 것), 농뇨 (소변으로 백혈구가 나오는 것)가 있으면 루푸스 신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준다. 혈액 검사를 통해 신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고 단백뇨로 인해 체내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전해질 검사를 통해 염분과 수분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혈청 보체와 항핵항체와 같은 면역학적인 검사는 루푸스 신염의 진행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초음파 검사는 신장의 크기와 모양을 알 수 있다. 신장조직 검사는 루푸스 신염을 확진하고 루푸스 신염의 유형을 분류하고 치료약물을 정하고 예후를 예측하는데 꼭 필요한 검사이다.

환자들은 입원하여 초음파를 보면서 신장조직을 떼어내게 된다. 신장조직 검사에서 신장손상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함께 다른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게 된다. 그 외에도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혈압약, 몸이 부었을 경우 이뇨제 등을 투여하게 되며 약물요법과 함께 저염식, 저단백식이 등 식이요법도 같이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치료로 많은 환자에서 루푸스 신염이 좋아지지만 열심히 치료를 하더라도 일부 환자들은 신장기능이 점차 나빠져서 만성 신질환으로 진행하게 된다. 신장기능이 떨어져 만성 신질환 5기가 되면 신대체요법을 받게 된다. 신대체요법은 자신의 신장 기능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신장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치료를 받는다는 뜻이며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이 있다. 신대체 요법을 받기 전에는 미리 교육을 받고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를 한 후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상에서와 같인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는 전신을 침범하고 평생 조절해서 살아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루푸스 신염의 경우 신장 기능을 잃게 만들어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루푸스를 애초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자외선에의 노출, 감염, 임신, 약물 등이 루푸스라는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루푸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런 점에 유의하고 담당의사와 잘 상의해서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앞에서 보았던 K씨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면역억제제를 투여받고 신장기능이 많이 회복되었다. 또한 얼굴의 홍반과 관절염과 같은 자각 증상도 좋아졌고 피검사에서 발견되었던 혈소판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도 모두 좋아진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글/오윤규(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내과 서울의대 교수)

#질병 #건강 #루푸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