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못 견디는 나약한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김별아(소설가)

발행일 2014.01.10. 00:00

수정일 2014.01.10. 00:00

조회 1,827

일출과 자전거(사진 와우서울)

본성을 고치는 것보다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쉽다. 사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것도 그것이 본성을 닮은 탓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중에서

[서울톡톡] 해가 바뀌고 달이 지난다는 건 시간을 '흐르는 것'으로 여기는 인간의 관념일 뿐일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은 새해의 시작을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기회로 삼곤 한다. 이제까지 가졌던 마음가짐을 버리고 완전히 달라지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큰맘 먹고 목표를 정하고 분주하게 계획을 세우고 주먹을 불끈 쥔다. 자, 올해부터 달라지는 거야!

미국의 한 체인형 헬스클럽이 2천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년 계획'을 살펴보면, 이같이 새삼스런 포부와 희망은 구태여 '세계화'의 구호 따위를 외칠 필요 없는 인지상정인 듯하다. 독서, 저축, 여행, 기부, 운동 등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일들을 시작하거나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고, 술, 담배, 인터넷, TV 시청, 쇼핑 등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어이 했던 일들을 끊거나 줄이기로 결심한다. 건전한 생활인들의 소망 혹은 목표는 국경과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눈물겹게 소박하다. 습관을 고치고 일상을 바꾸어 '새로운 나'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달력의 첫 번째 장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대부분의 계획은 무너지고 결심은 흐지부지 된다. 어차피 여태껏 몰라서 못했던 일들이 아니다. 다만 게으름에, 눈앞의 욕망에 무릎을 꿇고 굴복하는 것이다. 슬슬 익숙한 사자성어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니까!

본디부터 가진 성질, 본성의 막강한 힘은 어떤 계획과 소망과 결심도 간단히 꺾어버린다. 게의 새끼는 나면서부터 무어라도 집으려 하고, 참새는 방앗간에 치여 죽어도 짹 하고 죽는다고 했다. 악하거나 선하거나, 느리거나 빠르거나, 게으르거나 바지런하거나, 단순하거나 복잡하거나, 아둔하거나 약삭빠르거나....... 타고난 밑바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가리고 숨기고 극복했다고 스스로를 속여도 궁하거나 급한 처지에 놓이면 자기도 모르게 드러나는 것이 본성이다. '나'를 바꾸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나마 바꾸어 고칠 수 있는 것이 습관이다. 습관은 어떤 행동을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가운데 몸에 익고 삶에 밴다. 예를 들면 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야행성 작가'였지만, 도저히 조화롭기 어려운 육아와 창작을 병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온종일 앉아서 일하기 위해 기어이 걷기 운동을 습관화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기까지는 익숙하여 편안했던 것들과 결별하기 위해 피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예리한 지적대로 습관이라는 관성은 타고난 밑그림인 본성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대문으로 쫓아내면 창문으로 기어들어오는 것이 본성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할 수 없다. 사흘을 못 견디는 나약한 마음을 사흘에 한 번씩 다잡는 궁여지책이라도 써 볼 일이다. 심기일전으로 작심삼일을 또 다시 도모한다. 거듭거듭 어리석어도 기신기신 이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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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작심삼일 #신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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