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양식, 삼계탕 말고 없을까?

서울톡톡

발행일 2013.08.14. 00:00

수정일 2013.08.14. 00:00

조회 7,027

[서울톡톡] 뜨겁고 얼큰한 국물에 고사리, 숙주나물, 대파 등의 나물과 소고기 건더기가 푸짐한 육개장은 옛날부터 보양식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특히 풍부한 영양가를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화끈한 맛으로 삼복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꿩 대신 닭… 개고기 대신 소고기

육개장은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을 위한 가짜 보신탕이라고 할 수 있다. 보신탕으로 점잖게 부르는 개고기국의 원래 이름이 바로 개장국이며 육개장은 '소고기(肉)'으로 끓인 '개장국'이란 뜻이다. 소고기를 닭으로 대체하면 닭개장이 된다. 이런 육개장의 어원을 모르고 식당에서는 종종 육개장을 '육계장'으로 혼동하곤 한다.

개장국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육개장의 역사도 오래됐을 터. 19세기 조선시대 조리서 <시의전서>에도 등장하는데 이 책에는 육개장의 조리법에 대해 쇠고기와 창자, 양, 전복, 해삼을 넣고 삶은 국에 미나리와 파와 같은 양념을 넣어 끓인다고 표기돼 있다. 쇠고기와 나물류만으로 끓이는 현대 육개장과는 달리 귀한 쇠고기 외에도 값비싼 전복, 해삼이 들어갔으니 양반들을 위한 복달임 음식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복, 해삼이 들어간 옛날 육개장 외에도 다양한 육개장이 있다. 우선 육개장의 원형인 개장국은 된장 국물에 개고기와 저민 생강, 토란대와 대파, 깻잎, 들깨즙을 넣어 만든다. 육개장만큼 흔한 닭개장은 주로 경북지역에서 즐겨먹는데 배추시래기를 넣어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로 만드는 육개장을 먹는다. 삶아서 가늘게 찢은 돼지고기와 삶은 고사리를 양념에 버무려 돼지고기 육수에 넣고 끓인 뒤 대파를 넣는다. 후에 물에 갠 메밀가루나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고사리국이라고도 불린다.

지방에 따라 육개장에 들어가는 나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고사리나 토란대를 쓰는 것은 거의 비슷하나 그 외 재료는 조금씩 달라진다. 전남 지역에서는 실파, 느타리버섯, 콩나물, 고사리를 넣어 육개장을 끓이기도 한다.

장례식에서 생일상까지… 경조사에도 빠지지 않아

육개장은 삼계탕, 민어탕 등과 함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보양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장례식장에 육개장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일단 삶아놓은 나물과 찢어놓은 고기, 육수 등을 부어 얼마든지 양을 늘릴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과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을 말아 요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육개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아준다거나 붉은 국물에 여러 가지 재료가 섞여있는 어지러운 그 모양새가 속세와 닮았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밤새 술을 마시는 우리나라 장례식 풍습에서 육개장은 속풀이 국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역국 대신 육개장을 생일상에 올리기도 한다. 은진 송씨 송준길 종가에서는 여름 생일상에 육개장을 올린다. 대신 여기에는 고사리 대신 부추가 듬뿍 들어간다. 일반 가정에서도 나이 많은 어른의 생일상에는 미역국 대신 육개장을 올리기도 했다.

재료손질만 하면 끝, 생각보다 간단한 육개장 끓이기

육개장을 판매하는 식당은 많지만 육개장을 직접 끓이는 식당은 보기 힘들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 일일이 구매해 손질하기가 귀찮기 때문에 거의 레토르트 수준의 완성품을 사다가 데워서 파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료 손질과 육수내기만 잘 하면 의외로 쉬운 것이 바로 이 육개장 만들기다. 좋은 재료를 조금씩 사다 끓이면 온가족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이 될 것이다.

우선 양지머리나 사태 등 국거리용 고기를 찬물에 1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빼고 한 번 끓인 후 첫 물은 버리고 다시 새 물을 붓고 끓인다. 고기가 익으면 꺼내서 결대로 찢어두고 삶은 고사리나 토란대, 찢어둔 고기에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등으로 양념해서 버무려 놓고 파는 끓는 물에 데치거나 찬물에 주물러 씻어 진액을 뺀다. 육수에 기름기를 걷어내고 무쳐둔 고기와 나물, 고추기름, 데쳐서 끈끈한 진액을 뺀 파를 넣고 오래 끓인다. 달걀을 넣을 경우 알끈이 없도록 잘 풀어 넣는다.

한 그릇에 갖가지 영양소가 듬뿍

쇠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질, 나물과 채소의 무기질 등이 고루 섞여 있는 육개장은 특히 더운 여름 원기회복에 그만이다. 한 그릇에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각각 18~20g 정도 균일하게 포함돼 있으며 다량의 채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특히 육개장에 많이 들어가는 나물인 고사리는 식이섬유 뿐 아니라 비타민 B, 알리신 등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표 영양식인 육개장에도 한 가지 흠은 있다. 다른 한식 국물요리처럼 나트륨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 2012년 식약청이 조사한 '국민 다섭취 외식 130종의 나트륨 함량'에 따르면 소고기육개장의 나트륨 함량은 130종 중 4위로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섭취 권고량 2,000㎎보다 많은 1인분(700g)에 2,853㎎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조리할 때는 간을 좀 약하게 하고 국물보다 건더기를 풍부하게 조리해 먹으면 맛과 영양을 한번에 잡을 수 있다.

글_정희선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출처_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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