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admin

발행일 2010.06.04. 00:00

수정일 2010.06.04. 00:00

조회 2,842

전 세계적으로 한 해 동안 130만 명이 결핵으로 목숨 잃어

결핵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 오랜 적이다. 신석기 시대의 사람 뼈에서도 척추 결핵의 흔적이 확인된 바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생물학자 Robert Koch가 결핵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래 1921년 BCG(bacille Calmette Guérin) 예방접종이 개발되었고, 1944년 최초의 항결핵제인 streptomycin이 등장하면서 이 오랜 전쟁은 인류의 승리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결핵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WHO에서는 매년 3월 24일 ‘결핵의 날’에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를 내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07년 전 세계적으로 새로 발생한 결핵 환자는 927만 명(인구 10만 명 당 139명)이며, 도말 양성 폐결핵 환자만 410만 명(인구 10만 명 당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 유병률은 1,370만 명(인구 10만 명 당 206명)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한 해 동안 결핵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130만 명(인구 10만 명 당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성공적으로 결핵 규모를 줄여왔다. 1962년부터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국가결핵관리(NTP, national TB programme)를 개시한 이래 1965년에 5.1%에 이르던 활동성 폐결핵 환자의 유병률은 1995년에는 1.0%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같은 기간 연간 결핵 감염 위험률은 5.3%에서 0.5%로 감소하였다. 또 1965년에 22만 6,000명으로 추정되던 균양성 결핵 환자수는 1995년에는 9만 1,000명 수준으로 역시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1995년 이래 전국 규모의 결핵 실태 조사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2000년 이후로는 결핵 신고 감시 체계(TBnet)가 구축되어 신고된 결핵 환자(case notification rate)를 집계하는 것으로 결핵 규모를 판단해 왔는데, 결핵 신환자는 감소 추세라기보다는 정체 또는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2010년 3월 24일 결핵의 날에 발표된 2009년 결핵 신환자수는 신고된 환자만 3만 5,845명으로 2008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참고)

구 분

2005

2006

2007

2008

2009

35,269 [73.0]

35,361 [73.2]

34,710 [71.6]

34,157 [70.3]

35,845 [73.5]

성별 남

21,081 [86.6]

20,918 [86.2]

20,277 [83.3]

19,877 [81.4]

20,547 [83.9]

14,188 [59.2]

14,443 [60.1]

14,433 [59.9]

14,280 [59.0]

15,298 [63.0]

연령 0-9세

202 [3.5]

147 [2.7]

124 [2.3]

95 [1.9]

97 [2.0]

10-19

2,258 [34.5]

2,537 [38.3]

2,611 [39.3]

2,256 [34.0]

2,421 [36.6]

20-29

6,827 [88.7]

6,589 [88.3]

6,087 [83.0]

5,712 [79.5]

5,722 [81.6]

30-39

5,731 [66.7]

5,596 [66.1]

5,411 [64.6]

5,074 [61.3]

5,189 [63.4]

40-49

5,381 [65.6]

5,268 [63.6]

5,272 [63.3]

5,149 [61.6]

5,382 [64.3]

50-59

4,105 [79.1]

4,351 [80.1]

4,430 [77.5]

4,590 [76.3]

4,907 [77.3]

60-69

4,632 [128.3]

4,521 [123.7]

4,405 [118.0]

4,375 [114.2]

4,604 [117.4]

70세 이상

6,133 [228.3]

6,352 [222.5]

6,370 [210.5]

6,906 [215.9]

7,523 [223.0]

표 1. 성별 연령별 결핵 신고 신환자 추이 (10만 명 당 신고 신환자수) (출처: 질병관리본부 2010)

민관 협력사업 통해 결핵 치료 성공률 높여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결핵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다. 역시 핵심은 WHO에서도 강조하는 것과 같이 환자의 조기 발견과 성공적인 치료라는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치료라는 목표와 관련해서 최근 들어 결핵 관리 모형에 발전된 형태가 제시되고 있는데 바로 민관 협력사업(결핵 도우미/PPM 사업)이다. 2000년대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과거 보건소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결핵 관리는 상당부분이 민간 병ㆍ의원으로 이양되어 왔다. 하지만, 민간 병ㆍ의원의 현실 상 장기간 투약이 필요한 결핵 환자에 대한 추구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단점이 제기되어 왔다. 민관 결핵 협력 사업은 이를 보완하여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투자하여 결핵 환자의 추구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시작 단계로 향후 잘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환자의 조기 발견은 최근 뚜렷한 발전 모형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염성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잘 관리하는 것에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나 사회적인 의식 등의 문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ㆍ고등학교나 군대 내 소집단 발병 시는 접촉자 관리를 잘 함으로써 추가로 발생하는 환자를 줄이고 있는 성과도 일정부분 보인다.

장래 우리나라 결핵의 위협 요소에 대해 대처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여기에는 결핵의 유병률이 우리의 수 배 이상인 북한과 통일, 결핵 발생 위험이 높은 HIV/AIDS 환자의 증가, 그리고 치료가 어려운 내성 결핵의 대두 같은 것이 포함된다. 영양 부족, 주거 환경의 문제 등으로 결핵 발생의 우려가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다제 내성 결핵 등 난치성 결핵 환자들이 최소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국가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결핵은 오랜 시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우리를 노리는 현재진행형의 질병임을 설명하였다. 매년 3월 24일 결핵의 날에 반짝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보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오랜 인류의 적 결핵을 퇴치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창훈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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