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 참사의 비극도, 못다 이룬 꿈도...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07.08. 00:00

수정일 2014.07.08. 00:00

조회 2,435

박예슬 전시회

[서울톡톡] '단원고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 미사여구 하나 없는 전시 제목임에도 듣는 순간 바로 가슴에 와 박힌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단원고 2학년, 한창 꿈 많은 나이. 3반 17번 예슬이가 디자이너를 꿈꾸었듯, 그날 그 아이들 모두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푸르른 꿈이 시린 바다에 묻힌 지 80일째. 세월호 희생자 고 박예슬 양의 전시회 소식이 들려왔다.

못다 이룬 꿈, 함께 세상 속으로

지난 7월 4일, 박예슬 전시회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찾은 곳은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 햇살조차 몹시나 뜨거운 날임에도, 갤러리 안팎은 이미 많은 시민으로 붐볐다. 전시 첫날, 평일 낮 시간이라 다소 한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갤러리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슬이가 그린 스케치가 실제 구두와 의상으로 제작됐다.

갤러리에는 예슬이가 유치원 때 그렸던 그림부터 참사 이틀 전에 그린 정물화까지 여러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한쪽 벽엔 예슬이가 그린 다양한 종류의 구두 디자인들이 눈에 띈다. 구두를 무척 좋아했다는 예슬이의 못다 이룬 꿈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인지상정, 그 맘이 통해서일까? 예슬이의 구두 스케치는 전문가에 의해 실제 구두로 제작되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구두뿐 아니라, 예슬이가 원하는 집 구조 평면도도 3D 인테리어 도면으로, 예슬이가 그린 옷들도 실제 옷으로 만들어져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세월호 아이들의 꿈은 이제 어른들에 손을 빌려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슬이가 원하는 집 구조가 3D 인테리어 도면으로 그려져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고 박예슬 양 사연을 접한 갤러리에서 부모에게 연락을 취해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많은 이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무기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잊혀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예슬이의 꿈`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뉴스타파 김진혁 PD가 만든 미니다큐 '예슬이의 꿈'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을 보며 못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이들도 보인다. 또래 아이들에서부터 젊은 연인, 중년 여성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촉촉한 눈망울로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다.

"마음 아팠죠. 부모의 마음도 찢어질 것 같고. 아이가 마음 쓰는 게 너무 예쁘고, 재능도 있고. 그래서 더 아깝고... 그런 애들이 많잖아요. 음악에 재능 있는 애들도 있고... 안타깝죠. 다 우리 애들 또래들인데..."

전시장을 찾은 중년여성 몇 분과 얘기를 나눠보았다. 또래 자녀를 둔 부모 입장이라 그런지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금세 목이 멘다.

"애가 셋 있는데, 막내가 고1이에요. 그래선지 그때 수학여행 보내려 준비하던 그 엄마들 마음이 너무너무 와 닿고. 수학여행 보낼 때 이쁜 옷, 예쁜 신발, 새 가방에 들려서 수학여행 보내잖아요. 이 일이 있고 난 다음에 며칠을 울고 다녔어요. 그래서 여기 엄마들과 같이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티셔츠를 만들게 되었어요. 단체티 같은 거 우리 학부모들 많이 만들잖아요. 운동회 때도 하고, 소풍 갈 때도 하고... 그런 식으로 세월호에 대한 티셔츠를 만든 거예요. 뭐 다른 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레인보우맘 회원들이 만든 티셔츠, 디자인은 예술가의 재능기부로 사용했다, 전시회 포스터를 붙이는 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을 '레인보우맘'이라 소개한 이들은 같은 또래 자녀를 키우며, 퀼트 같은 취미생활도 함께하고,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이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얘기를 나누다 최근 작은 정성을 모아 티셔츠를 제작하며, 모임 이름도 '레인보우맘'이라고 지었다.

"오늘 전시 첫날이고 해서, 티셔츠를 가지고 나왔는데, 사실 용기가 안 났어요. 저희가 이런 걸 처음 해보고. 그리고 유가족분들 마음이 아프실 텐데 저희가 이런 것을 만들어와서 드린다고 한들 무슨 위로가 될까 싶고.. 그래도 용기를 내서 온 것은, 많은 학부모들이 비슷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기운 내시라고..."

우리 주변에선 이처럼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쉽게 잊혀지면, 또 다시 제2의, 제3의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리라. 세월호 유가족, 나아가 함께 아파하는 시민들의 바람처럼 국정조사가 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길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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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단원고 #서촌갤러리 #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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