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맛 좀 보실래요?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06.24. 00:00

수정일 2014.06.24. 00:00

조회 823

[서울톡톡] 지난 6월 19일 오후 1시, 특별한 체험행사가 열린 곳은 양천공원이었다. 공원 중앙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위생모자에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월5동, 신정2동 등 양천구에 속해 있는 20여 개 각 동의 이름표가 붙어있는 커다란 용기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고추장 담그는 모습

"고춧가루를 좀 더 부어 봐요", "너무 된 것 같지 않아요? 엿기름도 더 부어줘요"

포대 속 고춧가루와 메줏가루를 용기에 쏟아 붓고 눈대중으로 양을 가늠하며 진두지휘하는 이들은 양천구에 소속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다. 동네 구석구석,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궂은 일 마다않고 팔을 걷어붙인 열혈 주부들로 구성된 양천구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 속에 담뿍 담긴 누런 메줏가루와 붉은 고춧가루, 엿기름을 누군가 먼저 큰 나무주걱으로 휘젓기 시작하자 둘러섰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달려들어 들어 휘젓기기 시작했다. 행여 이물질이 빠질세라 저마다 깔끔히 위생모자도 착용했다. 각 동마다 용기 하나에 열 명 남짓 한 인원이 매달려 1조를 이루며 고추장 담그기 행사는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장 담그기는 보통의 주부들도 웬만해선 엄두를 못 낼 어려운 일임에도 오랜 세월 동안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펴 온 새마을부녀회원들은 힘든 기색이 없었다.

각 동마다 고추장에 들어갈 재료의 양을 가늠하느라 서로 묻고 농도를 맞추고 간을 보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짓궂게 고추장을 이마에 '콕' 찍는 등 장난기를 발동하기도 했다.

떡볶이를 맛보는 다문화·새터민 여성들

이번 '고추장 담그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양천구 새마을부녀회와 다문화, 새터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전통장(고추장) 담그기' 행사다. 한국 전통장류의 하나인 고추장을 직접 담가보면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취약계층인 그들이 우리사회에 잘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로 마련됐다.

양천구 새마을부녀회장 김동분 씨는 "태어난 나라와 문화는 달라도 고추장 담그기를 통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웃사촌임을 느끼는 시간 이었다"면서 "작년에 고추의 작황이 좋아 값이 저렴해 청정지역 임실 태양초를 썼고 게다가 모두 힘을 합해 담갔기 때문에 아마 맛도 좋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쪽에서는 이제 막 담근 고추장을 듬뿍 풀어 떡볶이를 만들어 내느라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국의 대표적 간식거리 중 하나인 떡볶이를 맛보는 즐거운 시식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 떡볶이 간 좀 봐주세요. 짜요? 싱거워요?" 큰 냄비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떡볶이 국물을 한 국자 떠 맛을 보던 조셀린(36)씨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하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포장된 고추장

"아주 아주 맛있어요. 떡볶이 집 차려도 되겠어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5년이 됐다는 조셀린(36)씨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넘쳐나 보였다. 모두 가족처럼 둘러 앉아 떡볶이를 나누는 내내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응우옌티후에(27)씨와 누엔티뚜찐(27)씨는 고추장을 담그는 동안 한참을 고추장을 찍어 먹다 보니 입안이 얼얼해져 떡볶이 맛이 뭔 맛인지 통 모르겠다며 깔깔깔 웃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와 한국에 정착한지 올해로 3년이 된 응우옌티후에씨는 "고추장 담그는 법을 오늘 확실하게 배웠으니 집에 가면 시어머니께 꼭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 전달되는 고추장

이날, 엄마의 정성스런 손맛으로 만들어진 고추장은 2리터 들이 용기로 160개가 넘었다. 고추장이 맛있게 익어가길 염원하며 포장된 고추장은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이 가정 뿐 아니라 양천구 관내의 한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 소년소녀가정 등에 전달된다. 고추장 배달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및 일반 가정의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양천구 틴틴봉사대가 하교 후에 맡게 된다.

이어 6월 24일에는 50~60년대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려보며 그 시절 음식을 함께 나누어보는 '6․25전쟁음식 시식회'가 열린다. 시식회에서는 그 당시 먹었던 보리주먹밥과 쑥개떡 등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도 없고, 맛도 담백한 음식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그렇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특별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의 : 양천구새마을부녀회 02-2649-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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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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