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었는데...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4.02.26. 00:00

수정일 2014.02.26. 00:00

조회 1,483

[서울톡톡] A기업은 터치스크린용 액세서리 제품생산을 위해 제조공장에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제품 제작을 의뢰를 했다. 그러나 얼마 후 제조공장은 A기업의 제품을 자체적으로 출시했다. 이미 전시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홍보가 되고, 시장 반응도 좋아 제조공장 대표는 일약 스타가 됐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12년 '디자인전문회사가 겪은 피해실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48개의 디자인전문회사 중 67%가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였으며, 지난 1년 동안 평균 2.3회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디자인 전문회사의 피해 대처 방법'에 대한 설문결과,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과반수 이상(55%)이 '회사가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저절로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게 아니다. 만일 지식재산권으로 정식등록을 하지 않으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디자인을 뺏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저작권은 디자인을 제작한 디자이너, 전문회사 스스로 지켜야 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 '디자인'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가치로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디자인 창작자와 전문회사들은 디자인 침해와 불공정거래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편이다. 이는 대다수 창작자들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또한 디자인 침해를 사전에 막는 방법과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듯 디자인 침해 심각성을 직시하여 공공기관과 디자인단체가 지난 1월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을 정식 발간한 것이다.

(좌)2014 디자인 보호 컨퍼런스에서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민들, (우)(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0 활용법을 설명하는 이강민 변리사

이번 가이드북 제작을 위해 (사)한국디자인기업협회,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가 및 기관들이 자료 제공과 집필에 참여하였으며,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동 발간을, 특허청이 감수를 맡았다.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 인포그래픽을 적용하여 일반인도 보기 쉽게 구성하였고, 부록 중 계약서는 실제 사용할 수 있게 편집되었다.

가이드북은 크게 △디자인의 '중요성', △디자인 개발 시 '주의사항', △디자인 용역계약 시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디자인 개발 시 발생하는 '지적재산권'의 종류와 등록방법에 관한 정보들이 소개되었다.

실제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게 인포그래픽(infographic : 정보와 데이터, 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용된 편집구성이다. 이 구성은 전문용어와 복잡한 디자인등록 프로세스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부록에 포함된 '표준계약서' 기본 양식(107p) 역시, 바로 출력해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일목요연한 정리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 도입된 '디자인공지증명제도'(특허등록 전에, 간단한 등록만으로 창작자 권리를 증명 받는 제도로, 경쟁 업체의 모방과 분쟁에 대응할 수 있다 - 102p)에 관한 설명과 신청방법이 가이드북에 자세히 설명되었다.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은 서울디자인재단을 비롯해 한국디자인진흥원, 특허청 등의 홈페이지에서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 다운받기

1. 서울디자인재단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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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북만 봐도 내 디자인을 지킬 수 있습니다"

서울디자인재단 유길준 디자인경영 단장

서울디자인재단 유길준 디자인경영단장

"지난번에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을 만났는데, 디자인에 종사하는 그분 처제가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토로했대요. 형부가 상표디자인 심사국장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거죠. 디자인은 몰입을 하는 작업이다 보니, 디자인 권리를 보호받는 방법도 모르고 구두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용에 대해 돈을 못 받거나 도용을 당하는 등 이런 사례가 정말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서울디자인재단 유길준 디자인경영단장은 "이 문제는 이제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는 공론이 형성된 시점"임을 강조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이라고 전했다.

특히 '가이드북'은 공공기관이 직접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무료로 보급한 첫 사례다. 재단을 직접 찾아 만난 유길준 단장을 통해 가이드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국가가 디자인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Q1. 디자인 공정거래 가이드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디자인 종사자들의 경우, 행정이나 계약서 쓰는 부분에서는 지식이 전무한 편이다. 이번에 나온 이 가이드북 한 권만 있으면 계약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지식재산권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보호받아야 되는지 등 이 모든 부분에 대한 일종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Q2. 가이드북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우선을 둔 것이 일반인들도 쉽게 읽힐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문 카피라이터에게 의뢰해서 독자의 시선에서 쉽게 읽히도록 작업했다. 또 원고의 정확성을 위해 변리사부터 회계사, 협회관계자 등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편집위원으로 구성하였다. 여기에 전문 편집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반영하였다. 무엇보다 인포그래픽를 활용하여 그림만 봐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편집에 많은 공을 들였다.

Q3. 가이드북의 특징을 크게 몇 가지로 제시하신다면?
첫째 종합적인 지침서가 되도록 했다는 것. 가이드북에 나온 내용만 읽어도 어떻게 디자인을 지킬 수 있는지 다 나와 있다. 두 번째는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다는 것. 무엇보다 특정인이 아닌 전문가와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편집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내용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는데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Q4. 디자인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옛날에는 디자인보다 오로지 가격과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이 상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적용하게 되었다. 디자인을 만든다는 건 모든 열정과 에너지가 담겨 탄생하는 것인데, 이것이 도용되고 모방되면 결국 산업이 침체 되고, 나아가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넓게는 국가산업 발전의 저하를 초래한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전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디자인권리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Q5. 디자인권리는 무엇부터, 어떤 방식으로 챙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은 형상, 색채, 모양들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디자인권리에 해당된다.

디자인을 개발하면 특허청을 통해 특허등록을 하면 되는데, 디자인이 노출된 뒤 늦어도, 6개월 안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을 하면 15년 동안은 디자인에 대한 '독점 배타적 권리'가 인정된다.

여기서 문제는 디자인 권리를 보호해 주는 '출원'의 경우, 심사 후 결정되기까지 약 9개월에서 1년 가량이 소요된다. 이런 애로사항 때문에 특허청에서 최근 새로 만든 대안이 '디자인공지증명제도'다. 신청하면 3일 이내로 인정되고 비용과 시간도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정식 특허를 하지 않아 배타적 권리가 보호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디자인 침해를 막고 보호받을 수 있다. 즉, 사전단계로 '디자인공지증명제도'를, 최종으로 '특허등록'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창작자 스스로 디자인을 지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기업, 지방자치, 공공단체가 함께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여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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