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 도시가 붉을 때

여행작가 이시목

발행일 2014.01.15. 00:00

수정일 2014.12.26. 10:26

조회 3,653

아차산은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명당인 작은 정자가 있으며, 가파르지 않아 초보 등산객에게 좋다

[서울톡톡]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아름다움에 둔하다. 늘 멀리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 먼 곳 타령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먼 곳으로 당장 달려갈 수 없는 도시인들. 이럴 땐 아예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는 것이 상책이다. 도시, 그중에서도 서울은 넓고 깊다. 그래서 갈 곳도 머물 곳도 많다. 올 겨울엔 가까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풍경, 그 '붉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아차산

돌이켜 보니 서울이란 도시에서 해를 맞은 적이 드물다. 기껏해야 집 거실 창을 통해 가끔씩 만나는 게 전부. 말하자면 일상일 뿐 여행이긴 어려운 시간이다. 매번 해가 바뀔 때마다 많은 이가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일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겠다. 하지만 올해는 해맞이를 위해 굳이 먼 길을 내달리진 말자. 찾아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도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의외로 많다.

서울 남산을 비롯해 개화산, 용왕산, 궁산, 아차산 등 부지기수다. 이 중 아차산이 단연 돋보인다. 광진구와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287m)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그만큼 동쪽을 향해 시선이 열려 있는 산이다. 혹자는 "산이어서 힘들지 않느냐"며 되묻기도 할 터.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아차산은 영화사와 아차산생태공원 등을 기점으로 했을 때, 20~30분이면 해맞이광장까지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 또한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아차산 최고의 선물은 단연 해맞이광장에 올라 보는 풍광이다. 특히 붉은 한강과 붉은 산자락 사이에서 도시의 불빛이 하나 둘씩 꺼지는 장면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일상을 시작하는 순간과 조우하는 느낌이랄까. 아차산에서 만나는 일출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추천 트레킹 코스는 아차산역에서 출발해 영화사~고구려정~해맞이광장~아차산성~아차산생태공원~광나루역. 일출을 보고 광나루역에 도착하는 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공원은 일렁이는 하얀 억새와 붉은 노을의 하모니 외에도 예술작품과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하늘도 강도 억새도 도시도 붉더라, 하늘공원

세밑이면 늘 먼 곳의 낙조가 궁금했다. 아니, 해 지는 풍경 안에서 한 해를 정리하고 또 계획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해로 남해로 분주하게 다녔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돌아오면 녹초가 돼 있기 일쑤였다. 정리와 설계라는 낙조여행의 의미도 그 빛을 잃은 게 당연지사.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을 선택한 건 순전히 이 때문이었다. 서울이란 도시 안에 있으니 먼 길을 갈 필요가 없었고, 그 풍경 또한 먼 곳에 뒤지지 않으니 안성맞춤이다.

상상해보시라. 하늘과 맞닿은 듯 땅과 하늘이 서로 입술을 맞대고 있는 하늘공원의 일몰 풍광을. 그 땅을 무성하게 채운 억새는 저녁마다 햇살을 품은 화톳불이 됐고, 도시를 혈관처럼 흐르는 한강은 그보다 더 붉은 얼굴인 채로 도시를 흘렀다. 여기에 한강가로는 맞춤한 듯 어화를 닮은 불빛들이 날마다 수만 가지 색으로 솟으니 말 그대로 그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 '삽시간의 황홀'이었다. 이것이 도심, 그것도 하늘공원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몰 풍경이다. 어디 '먼 곳'과는 견주기 힘든 마력의 풍경. 그러니 올겨울엔 '먼 곳' 대신 '가까운 곳'에 있는 하늘공원부터 찾아보자. 찾아 일상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 그 황홀감에 젖어볼 일이다.

낙조 감상 포인트는 하늘공원의 제1전망대인 '하늘을 담는 그릇'과 난지캠핑장이 바로 보이는 서남쪽 전망대. 억새와 도시의 불빛과 한강이 어울려 빚어내는 일몰 풍광은 전국에서 오직 한 곳, 하늘공원만의 것이니 부디 그 감동을 누리시길.

선유도공원은 호젓한 산책로로 양화대교 전망쉼터는 한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붉은 노을이 걸리는 카페, 양화대교 전망쉼터

추워 겨울이고, 추워야 일몰 풍경이 더 화려한 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운 풍경도 추위에는 장사가 없는 게 또 우리의 현실. 이럴 때 찾을 만한 일몰 명소가 바로 한강 전망쉼터다. 한강에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쉼터가 여섯 곳 있다. 이 중 첫손에 꼽히는 일몰 명소가 이름조차 '동작 노을카페(구 노을카페)'인 동작대교 전망쉼터다.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펼치는 화려한 분수쇼가 잘 보이는 데다 한강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넘이가 아름다워 데이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 외에도 광진교 전망쉼터인 '광진교 8번가(구 리버뷰 8번가)'와 잠실대교 전망쉼터인 '잠실 마루쉼터(구 리버뷰 봄)', 한남대교 전망쉼터인 '한남 새말카페(구 레인보우)', 한강대교 전망쉼터인 '노들 직녀카페(구 노들카페)' 등이 한강 조망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양화대교 전망쉼터인 '카페 스토리아 선유(구 선유아리따움)' 또한 한강과 한강 일대의 낙조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선유도라는 걸출한 공간 하나를 품고 있어 좀 더 특별하다. 가족과 함께 환경재생공원인 선유도를 느리게 산책한 뒤 카페 스토리아 선유에서 언 몸을 녹이면 금상첨화일 터.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뒤로 붉은 해가 지고, 붉은 강이 흐른다. 어릴 적 누군가에게 곱게 접어 선물했던 종이학 안에서 따뜻한 또 다른 추억 하나를 더하는 느낌이다.

■ Travel Tip
지도아차산 예전에는 용마산과 망우산까지 모두 아차산으로 불렀다. 세 산은 능선으로 연결되고 고구려 보루도 나란히 지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아차산~용마산~망우산 종주는 지도상으로는 10km, 실제는 12km 정도로 3~4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경사가 완만한 데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서울시와 구리시 일대 풍광이 아름다워 반나절 짧은 산행으로 추천할 만하다. 시정거리가 15km 이상 되는 날이면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또 일출과 함께 일몰의 낭만도 누릴 수 있으며, 새해 첫날 해맞이광장에서는 광진구청이 '해맞이 축제'를 연다. 찾아가는 길은 산행 기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영화사를 기점으로 삼을 때는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2번 출구에서 1km 정도를 걸으면 영화사 못 미쳐 아차산 등산로가 있다. 아차산생태공원을 기점으로 삼을 때는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15분 정도 아차산 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하늘공원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빠져나온다. 1번 출구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850m. 겨울이라 걷기 부담스럽다면 마포8번 마을버스를 타거나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271, 571, 7011, 771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지그재그 모양의 진입계단을 거쳐 하늘공원 탐방객안내소까지 걷는 데 20~30분 소요되며 공원 입구에서 전기자동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개방시간은 12월에는 오후 7시 30분까지, 1월에는 8시, 2월에는 8시 30분까지다.

양화대교 전망쉼터 지하철 2호선 당산역 3번 출구나 9호선 13번 출구로 나와 양화한강공원 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당산역에서 카페 스토리아 선유까지는 1km, 걷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카페 스토리아 선유와 선유도공원 입구(정문)까지는 300m. 버스로는 지하철 2호선 합정역이나 홍대입구역에서 602번이나 6716번을 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한강 양화지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가 있는 양화대교까지 걸어가면 된다. 주차장에서 카페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출처/보라매병원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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