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운동, 그리고 역사공부까지

시민기자 박동현

발행일 2014.01.09. 00:00

수정일 2014.01.09. 00:00

조회 1,614

도산기념관 내부에 걸린 선생의 사진들

[서울톡톡] 서울에는 수많은 공원이 있다. 이들 공원 이름은 대부분 지역이나 주변 산 지명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일부 공원은 위인의 호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했다. 그 중 하나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도산공원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안창호 선생의 호에서 비롯됐다.

이곳 공원 이름이 도산공원으로 불리게 된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면서부터다. 1973년, 원래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선생의 유해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옮겨온 부인 이혜련 여사의 유해를 옮겨와 합장하며 공원을 개장했다. 합장 묘소는 지난해 문화재 지정 등록문화재 제517호로 지정됐다. 도산의 정신과 역사를 품은 도심 속 공원인 셈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산책로변 곳곳에 펄럭이는 태극기였다. 선생의 나라사랑을 표현 것 같다. 공원 정문 왼쪽에는 도산기념관, 오른쪽에는 도산공원이라 새겼다. 공원 입구 바로 오른편에 선생의 기념관이 함께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직진해 들어가니 선생과 부인의 합장 묘소가 나왔다. 마침 한 분이 참배 중이었는데, 시인이요 소설가이신 유희봉 교수로 도산 선생의 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발걸음을 멈춘 곳, 유 교수는 선생의 생전 가장 유명한 말씀이라며 큰 바위비를 가리켰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아니하는가'라고 쓰였다. 선생의 말씀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바로 옆 선생의 우뚝 선 동상에서 이 말씀을 우렁찬 육성으로 들려주는 듯 했다.

(좌)도산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 유희봉 교수가 묘소에서 헌화 후 참배하고 있다, (우)각종 체력단련 기구가 잘 갖춰져 있다

소나무를 비롯한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 다양한 숲 사이로 산책길이 잘 조성돼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주민들이 나와 조깅을 하며 건강을 다졌다. 산책길 입구 너른 터에는 각종 헬스기구를 설치해 연령과 체력에 알맞은 운동을 선택해 할 수 있도록 작은 체육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산책길 주변 알맞은 거리에 황토색 쉼터도 마련돼 있고 긴 벤치들이 쉼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잠시 동행했던 유교수는 도산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민들이 도산공원 내에 있는 안창호 선생의 기념관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기자도 공원을 방문하고서야 선생의 기념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산 탄생 120주년을 맞아 1998년 문을 연 기념관은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기념관을 들어서니 마치 선생이 살아계시는 듯 반가이 맞이하는 듯한 포근함을 느꼈다. 한편으로 입구 선생의 흉상에서 '정신 똑바로 차려라'는 강한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좌)도산 선생의 유묵 애기 애타, (우)가족사진

기념관 내에는 도산 선생의 국내외 다양한 독립활동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1878년(고종 15년) 평안도 대동강 하류 섬마을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서부터 1938년 60세로 숨을 거두기까지 줄곧 나라 걱정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 상하이, 미주지역 독립활동에 이르기까지의 활동을 사진, 기록, 유물로 전시했다. 현관입구에 내걸린 말씀으로 꾸민 우리나라 전도가 꽤 인상적이었다.

독립운동 구상도, 수형자 기록카드, 일기, 각종 서한과 전보, 평소 사용하던 높다란 책장과 수첩, 빛바랜 노트, 토시와 각반도 전시돼 있다. 1962년 정부에서 선생에게 수여한 대한민국장과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수여된 건국훈장 애족장(2008년)도 있다. 선생이 평소 강조한 애기(愛己), 애타(愛他) 유묵, 또 선생이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 대한민국 외부(外部)에서 발행한 집조(지금의 여권), 단란한 가족사진도 볼 수 있다.

(좌)미주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 (우)미국 출국시 대한제국 외에서 발행한 집조(여권)

선생은 독립운동뿐아니라 미주 오렌지 농장에서 노동도 했다. 이곳에서는 한인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일을 하면서도 항상 나라사랑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 때가 1912년경이었으니, 한일합방 직후 나라의 주권이 일제치하로 넘어갔던 풍전등화의 시기였다.

기념관 내에는 작은 도서관도 있고 영상실도 있다. 공원을 돌다 추위를 녹일 수 있는 곳이자, 도산 선생의 생전 독립정신을 기리고 선생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역사의 도장이기도 하다. 도산기념관은 현장체험학습 지정기관으로 선정돼 어린 학생들의 역사 체험장으로도 사용된다. 또한 서울시 평생학습 협력기관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다양한 자료를 비치해 가져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선생의 전기 등 일부 책들은 싼값에 판매도 한다.

일생을 나라의 독립과 민족 교육을 위해 사신 도산 안창호 선생, 겨울방학 동안 자녀와 함께 도산기념관을 찾아 선생의 나라사랑과 민족사랑 정신을 기릴 수 있는 산교육의 장으로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 도산안창호기념관
 ○ 관람시간 : 평일 오전10시~오후4시 / 토요일,공휴일 오전10시~오후2시
                    (매주 일요일, 설날, 추석은 정기 휴관) / 입장료 없음
 ○ 현장체험학습 대상 및 신청문의 : 초,중,고 (02-541-1800)
 ○ 찾아오시는 길
  -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9407(R) 301(B) 2411(G) 440(B) 4212(G) 디자이너클럽 하차
  -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3번 출구에서 3011(G) 도산공원 하차
  -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4번 출구 뒤쪽에서 301(B), 342(B) 디자이너클럽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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