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는 시간의 흔적을 드러냈을까?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3.12.10. 00:00

수정일 2013.12.10. 00:00

조회 1,678

[서울톡톡] 선유도공원(이야기관)과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이들 공간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모두 과거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선유도공원은 과거 한강물을 정화하기 위해 만든 정수장을 재활용한 공원이고, 꿈마루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골프장 컨트리하우스 건물을 재활용한 건물이다. 두 번째, 모두 한 건축가에 의해 다듬어진 공간이라는 점이다.

기능을 다한 옛 건축물을 과거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건축가, 성균관대 건축학과 조성룡 석좌교수를 명륜동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를 통해 기능을 다한 옛 공간을 고쳐 사용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았다.

건축가 조성룡(사진 조성룡도시건축)

- 옛 건축물을 최대한 살리는 작업을 하셨는데, 그 작업이 어떤 의미인지를 듣고 싶습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재활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쓰던 물건을 며느리가 물려받는 것처럼 말이죠, 공간이란 돈을 버는 개념이 아닌 사람이 사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그래서 고쳐 쓰는 게 당연합니다. 정신적인 의미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최근 개관한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 대해 설명하면 먼저, 맨 꼭대기 층은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게 만들었습니다. 그 곳은 공원의 사계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입니다. 또 전시관 창문 다 뚫어놓은 이유는, 선유도와 북한산, 서울전경을 창문 전체를 통해 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2년 동안 서울 전경이 보이는 그곳을 다 막아버렸습니다. 결국 고스란히 손해는 시민들에게 돌아온 겁니다.

이를테면 머리 식히고자 공원을 찾았는데 다른데서 보던 것과 똑같다 하면, 그것은 정신적인 낭비가 될 것이고, '문화공간은 이런 것'이라는 인식이 박힐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공공건축의 의미는 정말 중요합니다.

(좌) 선유도공원의 원형극장(과거 정수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를 재처리하던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 한 것이다), (우) 12년 만에 재개관된 선유도공원 내 이야기관

- 꿈마루와 이야기관 모두 처음 목표가 리모델링이었나요?

꿈마루는 사실 신축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원래 꿈마루 건물은 골프회원들만 이용하는 컨트리하우스였죠. 당시 고위 공무원, 임원들만 주로 이용했던 공간이었습니다.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뀌면서 컨트리하우스가 '교양관'이란 이름으로 30년 넘게 공원 관리사무소로 쓰였습니다.

그러다 건물이 워낙 오래되어 2010년에 시는 건물을 헐려고 했는데, 당시 디자인 위원회에서 재검토를 요청하였죠. 이때 선유도공원을 함께 작업했던 푸른도시국 관계자가 제게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바로 관계자에게 이 건축물은 절대 헐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이디어를 내겠다, 만약 이게 옳다 생각하면 헐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이란 게 예전 모습을 살리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한 일은 외부는 최대한 살리면서 쓸데없이 잘못 쓴 것을 제거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민 누구나 쓸 수 있고,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공공공간의 본질을 살리는데 주력했습니다.

(좌) 꿈마루 리모델링 전인 2010년 당시 교양관 모습(사진 서울시 푸른도시국), (우) 꿈마루 일부 공간은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노출시키는가 하면 어떤 곳은 어린이대공원 운영 당시 도색된 페인트를 남겨두기도 했다(사진 서울시 푸른도시국)

- 이 시대에 공공건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공공건축은 '시민이 주인'이란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두 건물을 포함해 내가 생각하는 공공건축의 본질은 바로 'Passage'입니다. 누가 쓰는가, 누가 공간을 점유하는가를 우선 시해야 하는데, 그건 바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네 주민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공공적 성격의 건축물은 '공간'이 아닌 '길'이 되어야 합니다.

(좌)꿈마루, 상판이 제거된 공간에 피크닉정원으로 꾸며졌다(사진 서울시 푸른도시국), (우 선유도공원, 제1침전지를 개조한 시간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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