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나는 그녀의 작품

시민기자 박미령

발행일 2013.09.27. 00:00

수정일 2013.09.27. 00:00

조회 1,537

[서울톡톡] 80세를 맞은 원로작가 이경희 작품 전시회가 인사동에 위치한 한국미술관에서 10월 1일까지 열린다. 서예, 사군자, 문인화,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50년을 먹과 함께 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경희 작 왼쪽부터 [연], [대나무숲 계곡], [부부]

물을 맑히는 연꽃이 향기로 먼발치 사람의 걸음을 멈추고 연잎 사이에선 꼬마 개구리가 한창 노는 중이다. 들풀을 태우며 쥐불놀이하는 아이들 사이로 대숲에서 숨바꼭질하던 잠자리가 춤추며 나온다. 꼭 붙어 연못을 거니는 다정한 청둥오리 부부는 남편의 사랑 어린 찬사에 수줍기만 한 아내다. 작가의 재치가 담긴 그림은 이야기를 읽듯 재미있다.

두꺼비 연적과 복어 연적

두꺼비 연적, 복어 연적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른다. 복숭아는 임에게 속을 다 내어주고 연잎은 몸을 오므려 수줍은 보시기가 되었다. 연잎 접시에선 여전히 새끼 개구리가 재롱을 떤다.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녹아든 작품은 사랑도 담았다.

플라톤은 80세에 법률을 완성하고 프랭클린도 80세에 망원경을 발명했고 서성 김생의 글씨가 신묘한 필력을 더한 것이 80세 이후라 하지 않는가!(조수호 철학박사 축사 인용) 그럼 아직 우리도 희망이 있지 않은가?

예술작품과 마주하는 기쁨은 물론이고, 반세기 한 길을 걸은 여인의 삶 하나로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전시회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과 재치도 연륜만큼 따를 길이 없다. 젊은이들이 본다면 작품 이외에도 많은 교훈을 얻어 앞으로의 시간이 헛되지 않을 값진 전시회다. 80세 작가의 무르익은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 이 사회가 향긋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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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한국미술관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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