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과수 원장이 알려주는 한강의 뒷얘기

시민기자 유정희

발행일 2013.09.02. 00:00

수정일 2013.09.02. 00:00

조회 1,803

[서울톡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최초 여성 원장인 정희선 멘토를 만났다. 프로그램은 뚝섬한강공원에서 진행됐으며 공원 산책, 작은 음악회, 멘토와의 대화 순으로 이어졌다. 평일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대학생은 물론 중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노을 지는 한강은 아름다워

정희선 멘토와 걷는 한강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침 노을이 지는 시간과 겹쳐져 장관을 이뤘다. 그녀는 한강을 지날 때 한 쪽이 아닌 양 쪽을 둘러보라 조언을 하며, 이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한 쪽만 보기에는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희선 멘토는 국과수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국과수는 익사체나, 화재 현장 혹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사체의 부검, 큰 사건 현장의 원인규명, 해외 협력지원 등을 하고 있으며, 직원 수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많고, 직원은 약학, 건축분야, 의학 전공자들로 자신이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또 한강 다리 중 자살률이 높은 마포대교는 진입이 쉽기에 그런 불명예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마포대교 중간 중간에 '밥은 먹었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한 번은 희망의 노래를 전하는 콘서트도 마포대교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강대교는 다리의 모양 때문인지 1991년도까지 자살이 유난히 많았는데, 다리 난간에 윤활유를 발라두자 자살자가 확 줄어들어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물에 빠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정희선 멘토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베르테르 효과였다. 이는 모방자살이라고 하며 독일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모방자살하는 이들이 늘자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 전 발생한 남성연대 000씨가 자살을 예고하고 투신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난 후 모방 자살로 이어져 하루 1건 정도였던 자살사건이 4~5건으로 늘어 관할 경찰서에서 전담반이 배치될 정도라고 한다. 

산책 중 '물에 빠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사망할까?'라는 정 멘토의 질문에 참여자들의 답이 각각 이어진다. 정답은 단 5분!

물에 빠지면 순간적으로 숨을 참는 시간이 1분에서 1분 30초이고, 혈액의 헤모글로빈 성분이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공기가 없으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머리 속에 높아져 참을 수 없게 된다. 이때 숨을 쉬면 물을 마시게 되는데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며 뇌사상태에 빠지고 호흡을 멈추면서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또 물의 온도에 따라 생존시간이 달라지는데 0도에서는 30분, 10도에서는 6시간, 25도일 경우 자기 체력이 소진될 때까지 걸리고, 일단 물에 빠진 사람을 보았을 경우 119에 구조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전했다.

익사자가 발견되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손의 지문을 이용하는데 물 속에 오래 있었더라도 피부 속 지문 확인이 가능하고,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도 지문은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1994년 성수대교 사건, 그 날의 안타까움

산책은 이어졌고 성수대교가 시야에 들어오자, 1994년 10월 21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언급됐다.

성수대교는 처음 지을 때 하루 8만 대의 차량이 지나다닐 것으로 예측하고 그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건축되었지만 막상 개통하자 그 두 배인 16만 대의 차량이 통행하였다. 이 사고는 다리 구조물에 누적된 피로파괴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다. 피로파괴란 100kg을 견딜 수 있게 지어져도 80kg가 반복해서 지나가면 구조물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이 당시 다리 건너에 있던 학교에 등교길이었던 무학여중, 무학여고 학생들이 많이 탔던 버스가 추락하여 희생자가 많이 나왔다. 사고를 당했던 한 학생은 장기를 기증했으며, 이후 학교에 학생을 배치할 때 다리 건너 배치하는 일이 없어졌다. 불행한 소식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마침 그 날이 경찰의 날이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승합차 한 대에 의경들이 타고 가다 추락했으나 다행히 모두 빠져나와 구조활동을 펼치기도 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산책 이후엔 작은 음악회가 진행됐다. 영국 런던에서 한국을 방문한 아카펠라 그룹 ‘All the King’s Men’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외국곡을 시작으로 두 번째는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한국 동요가 울려퍼졌다.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앵콜곡으로 ‘Lion sleeps tonight’이 울렸다.  

멘토와 함께 하는 한강스토리텔링 투어 4기는 전유성의 '야(夜)한강의 야(夜)한이야기'편이 잠실한강공원에서 진행된다. 일시는 9월 7일(토) 오후 6~9시이며, 신청은 www.seoulstory.org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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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정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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