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거닐며 옛추억에 잠기다

시민기자 이은자

발행일 2013.08.01. 00:00

수정일 2013.08.01. 00:00

조회 2,371

[서울톡톡] 지난 5월 개장한 구로구 항동 '푸른 수목원', 그곳은 몇 해 전 우연하게 한 번 다녀온 이후로는 도심 고향마을 같은 푸근한 정경이 좋아서 가끔씩 찾곤 했던 곳이다. 논밭 사이사이 도랑 따라 걸어보기도 하고, 풀이 우거진 오솔길 따라 걷다가 원두막에 앉아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느티나무 아래 항동저수지 주변에는 낚시꾼과 천막을 치고 피서를 즐기는 가족들로 늘 북적거렸고, 녹슨 철길을 걷다가 바로 옆 천왕산에 오르면 푸른 벌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사람 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가슴이 탁 트여 시원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수목원을 조성한다는 뉴스를 듣고는, 현대화된 도시형 수목원으로 바뀌게 되면 그곳의 풍경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으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 풍경들을 떠올리며 비개인 오후 그곳을 찾았다.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어 철길로 진입해, 5분 정도 더 걸으니까 너무나 크게 달라진 생소한 모습의 수목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광장 8배 규모이며, 주변에 산과 들판이 이어져 있어서인지 더 넓어 보였다.

입구에는 숲 교육센터가 있고, 기념식수 소나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이랑텃밭(원예체험장), 알록뜰(단풍원), 겨레울(무궁화원), 나래울(활엽수원), 남새마당(식용식물원), 달록뜰(장미원), 촉촉별(습지원), 소담들(프랑스정원), 아름누리(야생식물원), 너울마당(미로원), 풀무리울(억새원), 내음두루(향기원), 푸른뜨락(잔디광장) 등 테마별 정원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아서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싱그럽고 은은한 향기 좇아서 걷고 또 걸었다.

걷는 동안 수목원 옛 정취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대추나무도 잎사귀가 싱싱하다. 금방 미꾸라지라도 튀어 올라올 것 같은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는 도랑물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했다. 저수지 역시 커다란 느티나무가 그대로 있고 낚시터 대신 주변에 산책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습지원, 계류원, 수변전망대 주변에는 갖가지 수생식물과 올망졸망 풀꽃들이 가득 피어있고, 벌과 나비, 잠자리까지 낮게 날아 아이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풀 뜯느라 정신없었던 토끼도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향기원, 암석원, 프랑스 정원 등의 테마가든으로 들어서자, 마치 다문화가족이 어울려 지내는 다문화가든 같기도.......

숲교육센터(온실식물원)에서는 식물이야기와 자연순환 유기농업 등 60여 개의 프로그램이 연중 내내 운영되고, 원예체험장(이랑텃밭), 체험학습장(두레마을), 야외학습장(배움터), 도시농업정원(한울터) 등에서는 식물을 직접 길러보는 현장 체험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구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계속 귀에 익숙한 세미클래식이 들려와 상쾌한 마음과 즐거운 추억으로 기분 좋았었는데, 이곳에는 계절별 특성에 걸맞은 전시회와 축제도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봄에는 '봄의 왈츠' 사진전, 여름에는 '여름향기' 곤충전, 가을에는 '가을동화' 국화전, 겨울에는 '겨울연가' 종자전 등이다.

지금 푸른수목원에서는 경이로운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있다. 눈을 호강시켜주는 화초들, 향긋한 꽃향기, 싱그러운 풀향기, 곤충들, 물새들, 장마철이라 물소리까지.......

푸른 수목원은 오전 5시∼오후 10시, 연중무휴 개방한다. 다른 곳에 비해 산책로의 경사가 낮고 턱이 없어서 안전하며, 장애인을 배려한 세심한 다른 시설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가족과 함께 전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만으로 서울 속 '푸른수목원'을 보물 찾듯 먼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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