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카소의 낙서, 서울에서 만나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나미

발행일 2013.03.04. 00:00

수정일 2013.03.04. 00:00

조회 2,056

[서울톡톡] 혼혈 흑인, 이민자, 뉴욕 낙서, 코카인 중독, 28세 요절. 이 단어들을 설명하는 단 한 사람, 바로 미국의 검은 피카소 '장 미셀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이 흑인 소년 바스키아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보며 자신이 가야할 길은 화가임을 깨닫는다. 또 자신의 절망적인 삶 속에서 유일한 벗이자 치유의 방법 역시 그림이었다.

8살 때 교통사고로 비장(脾臟) 제거 수술을 받았던 바스키아는 어머니로부터 '그레이의 해부학'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해부학 서적을 탐독하며 영감을 받은 바스키아는 해부학의 내장 기관 드로잉 이미지들을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다. 또 작가 싸이 톰블리(Cy Tombly, 1928~)의 낙서 같은 구성은 바스키아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고, 해부학 외에도 풍부한 낙서이미지를 위해 아프리카의 암벽미술, 도식이미지 자료집 등 여러 참고문헌에서 자신의 시각어휘를 풍부하게 해줄 기호들을 찾는 노력을 했다. 이 과정들은 전통적인 미술언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바탕이 된다.

정규 미술 교육 한번 받은 적 없는 바스키아는 70년대 말 그래피티(graffiti 스프레이, 안료 등을 사용에 벽에 표현하는 낙서 벽화) 그룹 'SAMO'(Same Old Shift, `흔해 빠진 쓰레기`의 줄임말)를 결성해 뉴욕 거리의 벽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며 자신의 길을 걷는다. 바스키아를 통해 그래피티는 미술에서 비주류 문화를 이끌었고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1980년대 바스키아는 뉴욕 거리의 외벽에 사회 비판의식이 담긴 이미지와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그의 작업들은 뉴욕 도시 곳곳에서 주목받았고 그는 순식간에 미술계의 유명인사로 떠오른다. 1981년 이태리 갤러리아 아르테 에밀리오 마촐리(Galleria d'Arte Emilio Mazzoli)에서 'SAMO'란 이름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카셀 도큐멘타7(Kassel dOCUMENTA)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였다. 또 앤디 워홀과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등과 어울리며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바스키아는 미술 외에도 다방면에 걸쳐 많은 재능을 보였는데 디자이너로서 작품이미지를 티셔츠에 인쇄하여 판매하기도 하였고, 버려진 재료로 쥬얼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나아가 음악과 퍼포먼스를 행하는 밴드멤버로 80년대 아티스트의 거점이 되었던 머드클럽, 클럽 57에서 활약했다. 피카소, 장 뒤뷔페, 사이톰블리, 로터트 라우센버그 등 현대 미술 거장들과 함께 거론되는 그는 스물여덟의 나이로 뉴욕자택에서 코카인 중독으로 삶을 마감했다.

국제갤러리(서울 소격동)가 두 번째로(2006년 국내 첫 전시) 여는 '장 미셀 바스키아' 전은 짧은 삶이었지만 열정적인 그의 삶과 사회의식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작품 주제는 '자전적 이야기', '흑인 영웅', '만화책', '해부학', '낙서', '죽음' 등으로 나뉘어 각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작품들에 그려진 시적이고 상징적인 문구는 그의 정치적이고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981년부터 86년까지 작업한 18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앤디워홀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팝 아트 계열부터 신표현주의, 트랜스아방가르드, 그래피티 아트, 등 당시의 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작품들은 대부분 밝은 색채임에도 고독과 절망이 함께 공존한다. 한 흑인 화가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과 자유로운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갤러리 2관(K2)에서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www.kukjegallery.com)
관람료 : 무료
문의: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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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미셸바스키아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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