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의 촬영지에 가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민욱

발행일 2013.02.28. 00:00

수정일 2013.02.28. 00:00

조회 5,154

[서울톡톡] 봄이 온다는 입춘도 지났고, 얼음이 녹아 물이된다는 우수도 지났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다지만 혹독한 겨울날씨는 조금은 물러난 듯하다. 절기상으로 뿐만아니라 이제 체온으로도 점차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따뜻한 봄기운·포근한 감정·설렘…. 봄은 꼭 첫사랑과도 닮았다.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고 달콤해지는 그런 첫사랑과 말이다.

작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건축학개론>도 봄의 시작과 함께 개봉을 했던 탓에 더욱더 많은 감수성을 끌어 흥행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서툴지만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 속 주인공 수지와 이제훈. 그들이 함께 거닐던 봄햇살이 비치는 종로의 한옥거리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문득 떠오르지 않는가? 봄바람처럼 따뜻했던 2월말.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종로구 누하동 한옥골목을 찾아가 보았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자 오후 2시의 평온한 누하동의 분위기가 나들이 길을 반겼다. 이 곳 경복궁역은 역내부에서부터 특유의 한국적인 느낌이 물신 풍긴다. 인근에 있는 인사동, 종로 특유의 옛날 고풍적인 느낌은 이 곳 누하동에도 어김없이 깔려있었다. 골목길을 전문적으로 찾는 여행전문 블로거, 출사를 나가는 사진동호회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골목길의 분위기는 정감이 있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누하동 골목길의 정취도 마찬가지였다.

2번 출구 앞에 있는 금천교 시장이 제일 먼저 눈에 보인다. 길 양쪽으로 300m 정도의 길이로 펼쳐진 이곳 금천교 시장은 원래 지금의 사직로 한가운데였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얽혀 내수,내자,사직,전선,체부,필운,누상,누하동을 이루는 커다란 시장이었다고 한다. 동네의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알 정도의 이 동네에선 유명한 시장이었단다. 인왕산을 향해 뻗어있는 시장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편의점부근에서 우회전을 해서 필운대로를 따라 올라가면 누하동의 한옥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곳 한옥집들은 남산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의 전통가옥들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다. 북촌은 사대부 집권세력의 거주지였던 반면 서촌은 조선시대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정선, 김정희, 근대의 이중섭화가, 윤동주 시인 등이 서촌에 살았다고도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인위적으로 꾸민 한옥단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람냄새가 물신 나고, 서울 한복판의 도심의 모습과 전통을 간직한 모습들이 적당히 어울어진, 아니 어쩌면 도심 속에 있어서 더 그 전통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그러한 모습을 간직했다는 것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너무 옛날 느낌의 기와집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 그 골목길의 모습이 고스란히 베어있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필운대로에서 인왕산을 바라보고 펼쳐지는 한옥마을에는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바로 영화<건축학개론>의 배경이 된 그 장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의 말에 따르면 영화 속 두 남녀가 나란히 길을 걷던 그 장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두 주인공이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했던 그 한옥집은 지금은 문이 굳게 자물쇠로 잠겨있는 빈 집이지만 영화속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는 색다른 맛을 전해주기에는 충분했다.

누하동주변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종종 눈에 띠기도 하는데, 여느 프렌차이즈 못지않게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의 특별한 아지트같은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골목길 거리를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영화<건축학개론>을 보면 교수님이 자기네 동네부터 한번 관찰을 해보라는 과제를 제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살고있는 동네가 거의 똑같은 성냥곽모양의 아파트가 전부 아니던가. 쌀쌀한 찬바람이 물러나기만을 기다리며 집에만 꽁꽁 숨겨놨던 소소한 나들이 계획. 우리의 옛 동네를 찾아가서 포근함을 한껏 느껴보며 하나 둘씩 계획을 풀어가보는 것을 어떨까.

교통 :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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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하동 #한옥골목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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