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산책 시 꼭 가보세요!

시민리포터 김종성

발행일 2013.01.31. 00:00

수정일 2013.01.31. 00:00

조회 4,115

[서울톡톡] 복원공사를 한 청계천엔 찾은 사람들이 많아 늘 활기가 넘쳐난다. 덕분에 청계천가의 광장시장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로 백화점 부럽지 않은 명소가 되었고, 동묘 벼룩시장은 '중년 남성들의 홍대앞'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며칠 전 산책삼아 눈 내린 청계천 길을 걷는데 의외의 풍경과 마주쳤다.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들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헌책방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청계천은 화려한 변신을 했지만 이 헌책방 거리는 지금이나 수십 년 전이나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백여 개가 넘던 헌책방들이 이젠 삼십여 개가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반갑고 고향에 온 것 같은 향수마저 느껴졌다.

나만의 추억과 노스탤지어가 담긴 이곳 청계천 헌책방에 출입하기 시작한건 중학생 시절부터였다. 주로 참고서를 구입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꽤 떨어진 이곳에 버스를 타고 일부러 찾았다.

왜 참고서를 사러 굳이 멀리 청계천까지 갔는지 경험 있는 분들은 벌써 눈치 챘을 것이다. 그곳에선 새것 같은 헌책들을 절반 이하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참고서 구입비로 부모님께 받은 돈의 절반을 남길 수 있었다. 학기마다 돌아오는 용돈 만들기 행사였다. 이렇게 용돈 만들기를 위해 찾곤 했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어느덧 내게 가장 흥미롭고 마음 편한 문화 골목이 되었다. 당시 학교 도서관은 소장된 책 자체가 별로 없었을 뿐더러 툭하면 문이 잠겨 있었지만 청계천은 그야말로 개가식 서고를 갖춘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책방이 많이 줄긴 했지만 예전 모습대로 헌책방들은 각자의 전문분야대로 나뉘어져 있다. 교과서나 참고서 전문, 패션잡지, 고서적 전문, 만화나 외국서적 등등 쉽게 사고 버리는 시대인지라 거의 새책 수준의 도서들이 많고 가격은 역시 저렴하여 단돈 만원이면 책 두세 권은 족히 살 수 있다.

리포터는 자연과 함께한 삶이 담긴 이야기책 <소로우의 일기>, 요즘 고전이 유행인터에 마침 읽고 싶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샀다. 헌책방에서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니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 것도 같았다.

책을 사고파는 헌책방이니 주인장 아저씨와 흥정을 하며 내 책을 팔수도 있다. 책을 고르며 담소를 나누었던 헌책방 아저씨는 이렇게 남아서 장사할 수 있는 건 아직도 이곳을 찾는 오래된 단골들과 학생들 덕분이란다. 몇 년 전부터 손님들이 부쩍 늘었는데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헌책방은 '우리나라 경제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이론을 펼치셨다.

한강에 비하면 개천정도 밖에 안 되는 프랑스의 명소 세느강변에도 소박한 헌책방들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책방 주인들은 손님보단 애완견과 고양이에게 관심이 더 많아 보이는 게 참 여유로워 보였다. 알고 보니 그곳 헌책방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문화부국 도시의 품위 유지비랄까. 그에 비하면 우리의 헌책방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꿋꿋이 살아남아 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어주길 마음속으로 응원을 하게 된다.

인문학, 역사, 철학책 전문이라는 어느 헌책방 안에 쓰여 있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중고 책은 낡고 헐고 버려진 책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을 때 늘 새로운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책이 몇 명을 거쳐서 나한테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은 늙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영원한 생명을 갖고 있으니까. 언제 만나더라도 갓 태어난 아이이며, 청춘이고, 사랑하는 연인이다.

ㅇ 청계천 헌책방 거리 찾아가는 법 : 전철 1, 4호선 동대문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평화시장 건물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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