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전시`, 관람기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미령

발행일 2013.01.29. 00:00

수정일 2013.01.29. 00:00

조회 2,648

[서울톡톡] 새해를 맞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시회가 있다. 갤러리 현대가 마련한 <옛사람의 삶과 풍류> 전이다. 이 전시회는 오는 2월 24일까지 갤러리 현대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 두 곳에서 함께 열린다.

먼저 갤러리 현대 본관을 둘러보면 우선 혜원 신윤복의 '후원탄금도'가 눈길을 끈다. 여인의 허리춤을 다 드러낸 저고리 밑 한복 치마 선이 혜원의 화풍을 잘 드러낸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오른쪽 어깨는 맘 속 깊이 지닌 슬픔을 사내에게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다. 거기에 남자의 기녀를 향한 마음이 표정으로 담긴다. 이 그림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옆에 그린 괴석, 파초, 그리고 구불텅하게 잘 생긴 소나무의 조화다.

또 재미있는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 공재 윤두서의 <석공공석도>다. 앉아서 정(丁)을 잡은 석공이 돌 파편이 튈까 봐 고개를 모로 돌리고 눈을 찡그리는 표정은 보는 사람도 같이 찡그리며 웃게 한다.

겸재 정선의 친구인 관아재 조영석의 '이 잡는 노승'은 살생을 금기시하는 불교의 교리에 따라 이를 털어내기만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평생도>는 오원 장승업의 제자인 심전 안중식의 그림이다. 돌잔치부터 회방연(과거에 급제한 지 예순 돌이 됨을 기념하는 잔치)까지 양반의 일생을 여러 폭에 담아 그 시대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외에도 긍재 김득신의 '새참 나르기', '행여도', 긍원 김양기의 '투전놀이', 혜산 유숙의 '천렵도', 소당 이재관의 '오창명상도', 필자 미상의 '대갓집 문전', '야유연회도' 등이 있다. '대갓집 문전'은 기녀와 남자들의 흥정, 안채로 바삐 뒤돌아 들어가는 두 여인네 모습, 행랑채 창문의 엿보기 등으로 이야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2층으로 오르면 단원의 <운우도첩>과 혜원의 <건곤일회첩>에 실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티켓 한 장을 사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두가헌 갤러리로 자리를 옮기면 가산 김준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출 풍속화인 이 작품들은 러시아 '에르미타주'와 미국 '보스턴 뮤지엄'의 전시품이다.

'맹인 점장이가 경을 외는 모양'은 병풍 뒤에 귀신까지 그려 넣는 재치가 돋보인다. '명주실을 뽑고 실을 날고'는 지금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다. 국수 가락 뽑듯 줄줄이 뽑아낸 명주실을 허벅지를 다 내놓고 열심히 손질하는 모습이 그 시대를 그대로 갖다놓은 듯하다.

'맞아 죽은 놈 검시하는 모양'은 사진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희귀한 장면을 그림으로 증언하고 있다. 그 밖에도 '나막신을 파고 목기 만드는 모양', '망건장이', '매사냥을 가는 모양', '갓 만드는 모양' 등은 세필로 장면 장면을 세밀히 묘사했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찬찬히 살펴보면 그림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여유 있게 돌아보며 그 시대의 작가가 무엇을 담고 싶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갤러리 현대는 이번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2월 13일 이태호 교수의 '조선 춘화의 에로티시즘' 강연도 준비했다. 선착순 100명 초대이므로 관심 있는 분은 갤러리 현대 홈페이지(www.galleryhyundai.com)에 신청하면 된다.

전시 안내
- 관람 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 작품 설명 : 오전 11시,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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