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할게! 천재소년 장 작가

시민리포터 조현정

Visit1,717 Date2013.01.08 00:00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는 앙케이트 조사 결과 ‘mother’라고 했던가. 아마도 ‘어머니’라면 내 아이를 위해서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 라는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은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아들을 만나 보았다.


엄마는 현우의 그림자


어려서부터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찰흙과 지점토로 예쁜 인형을 다양하게 만들기 시작했던 장현우 군(강동 중학교 2학년,16세). 현우 군의 그림을 보고 가족들은 그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재능은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미술에 천재성을 보이는 재능은 발달장애인들이 드물게 갖고 있는 서번트(Savant)증세였다.


“현우는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자폐증이 있지만 미술에 천재성을 갖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24개월 무렵 말을 시작하지만 현우는 그 무렵 말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혼자 놀았지요. 그림을 그릴 때는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36개월 무렵 현우 군은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어머니 김원옥 씨는 그날 이후 아들 곁을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비록 언어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아들의 그림을 보면 하루 일과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는 김원옥 씨는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고, 아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자폐성 장애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강한 특징이 있지요. 현우를 세상 밖으로 내 보내기 위해 비장애 아동들과 어울려 지내는 통합교육을 시켰어요. 매일 엄마와 함께 등·하교를 하고 오후에는 특수교육센터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루 일과와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했어요.”


엄마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우는 자신의 감정을 사실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엄마에게 화가 나 있을 때는 화난 강아지와 얌전한 고양이를 그렸고 학교에서 댄스 수업을 한 날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댄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현우의 생각과 느낌을 그림으로 마음껏 표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우는 사람을 전혀 그리지 않고 고양이와 강아지를 사람 대신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현우의 언어 소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 때부터 의사표현을 조금씩 하더니 5학년 무렵에는 거짓말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간단한 대화가 제법 된다고 이야기하는 어머니 김원옥 씨는 요즘 기적 같은 일이 하나 둘씩 생긴다고 덧붙인다.


아름다운 도전, 현우의 일러스트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오기 마련. 초등학교 4학년 무렵, 현우의 그림을 본 방과 후 미술 선생님은 현우에게 ‘컴퓨터 일러스트’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일러스트 선생님을 소개 받았고 곧 개인교습을 시도했지만 현우가 따라가기에는 멀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컴퓨터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팬마우스로 세밀하게 색감을 입히고 그림팬으로 정교하게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요. 평소에는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그림 작업을 할 때 만큼은 집중도가 뛰어났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현우의 노력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걸까? 현우의 일러스트는 성공적이었다. 중학교 입학 후 학교에서는 학예회 때 전시회를 열어주었고 반 친구들은 장애를 이긴 ‘천재소년 장 작가’라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재활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라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되었다. 소리 소문 없이 현우의 그림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현우의 그림을 본 모 대학 교수님께서 ‘오티스타’에 신청서를 내 보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티스타는 자폐성 장애인에게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디자인 스쿨. 현우 군은 오티스타 2기로 활동하게 되었다. 현우 군과 같은 자폐성 장애 학생들이 오티스타 수업 중에 그린 그림들이 디자인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10여 년 전 의사선생님께서 평생 자기 세계에 갇혀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현우는 어느덧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또 현우의 그림이 디자인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참 행복합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지요.”


행복은 견뎌내는 고통만큼만 존재한다고 했던가. 10여 년 동안 아들 곁을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 지내온 세월이 지금의 행복을 주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정성과 따뜻한 사랑이 오늘의 행복을 있게 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어머니’라는 그 이름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현우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아마도 그림이라는 세계에서 현우는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현우의 그림 속 세상은 가능성이 무한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현우는 장애를 이긴 천재일까? 어쩌면 장애라는 말이 현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현우와 어머니의 또 다른 도전을 기대해 본다.







■ 디자인스쿨 오티스타란?
(주)오티스타(www.autistar.co.kr)는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재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자폐인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들의 재능·재활을 추구하는 곳으로 자폐성 장애인에게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자폐성 장애 학생들이 수업 중 그린 그림은 전문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티셔츠, 머그컵, 에코백, 클리어파일, 엽서, 명함 등 다양한 디자인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10여 명의 협력디자이너(자폐성 장애인)가 정식 채용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 가운데 정식 직원으로는 3명이 채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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