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만나자

시민리포터 김종성

Visit1,855 Date2012.12.12 00:00


[서울톡톡] 지난주 드디어 제대로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펑펑 함박눈으로… 마치 하늘에서 하얀 솜으로 융단폭격을 하듯 온 도시를 몇 시간 만에 하얗게 덮어 버렸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길이 막혀 날씨에 대한 원망과 일신의 걱정부터 하게 되는 무감한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눈 쌓인 설경이 보고파 동네에 있는 월드컵공원을 찾아갔다.



월드컵공원은 눈 내린 풍경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곳이다. 특히나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최상의 출사지다. 오리들이 추운줄도 모르고 눈 내린 개천가에서 노니는 모습,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의 아름다운 설경, 공원의 너른 평지에 쌓인 눈 위를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는 상쾌한 기분… 특히나 어른들과 달리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눈덩이를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절로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고 한파로 움츠렸던 리포터를 조금 부끄럽게도 한다.



아이들 사진을 찍다가 친해져버린 나머지 눈싸움까지 하고, 어린시절로 돌아가 웃다보니 문득 첫 눈 오는날 만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던 낭만적이었던 청춘의 사랑이 추억된다. 요즘이야 잘 쓰진 않지만 예전엔 카드와 엽서로 종종 나누었던 젊은 날 첫 눈의 감동과 서정속에 한 면을 차지했던 정호승 시인의 시가 쌓인 눈 덕분에 떠올랐다.


당시엔 첫 눈이 내리면 화랑대역에서 만나자고 연인과 약속했던 것 같다. 화랑대 기차역은 서울 공릉동에 있는 정겹고 작은 간이역으로 춘천에 바람 쐬러 갈 적마다 기차를 탔던 곳이다. 시의 말미에서 시인이 서성거리고 싶다던 기차역은 어디일까 궁금해지는 눈 내리는 겨울날이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중략>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 시인 정호승의 ‘첫 눈 오는날 만나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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