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마트로 피서가시는 분, 여기 어때요?

시민기자 하이서울뉴스 이혜원

발행일 2012.08.09. 00:00

수정일 2012.08.09. 00:00

조회 2,262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한때 미술관은 서민들에겐 높은 성이었으나 무료 전시가 대중화 되면서, 주머니 가벼운 연인들도, 아이들을 동반한 학부모들도 부담없이 문화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그 중 인기있는 곳이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들러도 좋고, 정동길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나서 찾아가도 좋은 곳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어린이들이 손에 필기구를 들고 줄지어 관람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술관, 박물관 방문기는 요즘도 단골 방학과제이다. 무더위를 피해 온 듯 한 연인들도 많았다.

본관 1층에는 기획전시중이다. 지난 4월 청년작가들을 조망하기 위해 열린 'SeMA 청년(Blue)'과 연계되는 전시로 세대를 아우르는 색다른 느낌의 조형물 전시가 6월부터 꾸준히 관객을 맞고 있다. 타이틀 'SeMA 중간허리 2012 히든트랙'에서 '중간허리'는 한국 미술계의 허리 세대 작가들을 의미한다. '히든트랙'(Hidden Treck)은 제목이 명기되지 않은 채 앨범에 수록된 곡 등, 중간 중간에 파편적으로 실린 곡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을 미술계에 적용시켜 중견 작가들의 숨겨진 창작욕망을 미공개 신작으로 드러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시장 복도 바닥에 깔린 홍명섭의 <레벨 캐스팅, 마루 되기>가 방문객들을 영화제 레드카펫처럼 환영의 의미로 맞이한다. 입구에서 만난 첫 작품부터 신선하다. 전시를 막 보려하는데, 전시가 끝났다? 그 옆 풍선에 매달린 남자는 또 뭐지? 재미난 두 작품은 안규철의 작품으로 풍선에 매달려 이륙도, 착륙도 못하는 중년 남자의 위기감을 코믹하게 연출했다.

입구의 재미난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줄을 서는 이들도 보인다. 로비 우측에 있는 임옥상의 <하늘타기>는 그물망을 타고 전시기간동안 성장하는 나팔꽃 조각이다. 작은 생명체에 인간이 드리운 그물망. 다시금 인간과 자연의 조화 속에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제일 많은 인파가 머물던 작품은 황인기의 <평생 죽은 듯 살았던 김주검씨, 죽어서 혀 빼물고 공중 부양하다. 기이하다>이다. 레고 블록을 이용한 세밀한 작업에 찬사를 표하기도, 아이들은 신기해서 눈치보며 손을 살짝 대어보기도 한다. 화염과 우주 사이에 놓인 관. 우주 속에 작게 느껴지는 인간의 존재와 생명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이 모두 천장을 바라보는 곳이 있었다. 궁금증을 가지고 함께 바라본 곳에는 홍성도의 <에어-떠다니는 생각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해 온 무거운 주제를 내려놓고, 가벼운 이미지를 담아냈다. 먹던 간식, 쓰던 펜을 공기가 찬 비닐에 꽂아 다른 개념의 실생활 용품과도 닮아 보인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 천장에는 작은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를 붙여 표현했다.

이 외에 노상균의 <스타클럽>은 실제 클럽에 갈 수 없는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한, 화려한 불빛의 나이트클럽을 미술관에 옮겨 놓았다. 조명이 어두워지면 벽면에는 아름다운 우주 별자리가 보인다. 함께 한 어린이들은 어색한 조명에 어리둥절하다가 별자리에 환호했다.

이 외에도 지난 12년간 32번의 이사를 한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강홍구의 <이사-2012>, 불안 초상 시리즈 중 공개되지 않았던 10대의 불안함을 담은 오형근의 <타인의 불안1,2>,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건장한 모습을 닮은 고낙범의 <그레이 뉘앙스> 등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데이트로, 나들이로, 아이들의 방학 과제 해결책으로 아주 좋은 공간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사고의 세계를 넓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번 전시는 8월 26일까지이며, 오는 21일에는 작가와의 대화 세 번째 주인공인 김용익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문의 : 02)2124-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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